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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재미교포 가정의 애물단지와 보물단지

by 이방인 씨 2012. 4. 27.

오늘 포스트의 제목, 제법 rhyme 이 맞았죠? 후후훗 (혼자 만족해봅니다. 찌질 찌질....ㅋㅋ)
오늘은 미국 가정집이라면 어디나 있는 두 가지 물건에 대해 쓰려고 합니다.
두 가지 다 대부분의 미국인들에게는 필수품이지만, 한국인에게는 하나는 애물단지이고 다른 하나는 보물단지랍니다.

애물단지 - 식기세척기

미국 가정에는 대부분 식기세척기가 있습니다.
아주 오래전에 지어진 집들을 제외하면, 요즘 집에는 아예 기본 옵션으로 설치되어 있죠.
심지어 저희는 미국와서 처음 살았던 곳이 주택이 아니라 아파트였는데도 설치되어 있더라구요.
처음에는 "그 번거로운 설거지를 자동으로 해준다니!" 하며 어머니가 감격하셨드랬죠.

그.러.나.

이 허울만 좋은 문명....이 망할 놈의 기계.....-.-^

이 기계는 이름을 식기세척기가 아니라 "식기 세척하는 척 하는 물낭비 기계" 로 바꿔야 돼요.
식기세척기라는게 생각처럼 사용이 편리하기만 한 것이 아니더라구요.
우선 기름이나 잘 안 지워지는 잔여물들은 미리 닦아서 넣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는데도 불구하고 잘 닦이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또한 식기세척기 자체가 서양의 발명품이다보니 그들이 쓰는 평평한 접시를 닦는데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한국인 많이 쓰는 밥그릇, 국그릇 등의 오목한 그릇들은 속까지 닦이지 않는다는 맹점이 있죠.
그리고 이 기계에도 세척액을 넣게 되어 있는데 가끔 제대로 헹궈지지 않는 경우도 있구요.
참고로 이러한 문제들은 단지 세척기의 품질차이에서 오는 것만은 아닙니다.
오죽하면 업소에서 사용하는 식당 전용의 고가 식기 세척기도 제대로 닦였는지 반드시 확인을 거치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을 정도입니다.

이렇다보니 한껏 들떴던 저희 모녀의 실망 실망 대실망을 뒤로 한 채, 식기세척기는 단 일주일만에 안 쓰는 그릇 창고로 그 용도를 바꾸었습니다.
미국와서 가장 먼저 "이건 쓸모없구만!" 하고 결론 내린 최초의 물건이었죠.
그런데 이건 비단 저희집만의 결론이 아니랍니다.
저희 할머니댁, 삼촌댁, 이모댁에 모두 식기세척기가 떡하니 붙어있지만 그 누구도 쓰는 걸 못 봤습니다.
다들 처음에 쓰려고 시도했다가 이런 무용지물을 봤나! 하고 현재는 전부들 그릇 보관용으로 쓰고 있습니다.

보물단지 - 빨래 드라이어

이것 역시 현대 미국 가정에는 모두 하나씩 있는 필수품입니다.
보통 세탁기 바로 옆에 쌍둥이처럼 붙어있어요.

이 물건은 진정으로 고맙다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1년 365일 내내, 장마철에도 보송보송한 옷을 입을 수 있게 해주거든요.
게다가 드라이어 내부에 필터가 들어있어서 옷을 말리는 동안 옷에 붙은 먼지까지 제거해 준답니다.
또 하나의 장점은, 꼭 입고 싶거나 혹은 급하게 입어야만 하는 옷이 더러울 때도 빨아서 금방 말려 입을 수 있다는 것이죠.
한 두벌 정도는 빨아서 말리는데까지 1시간도 채 안 걸리거든요.
빨래는 세탁기가 하지만, 너는 것은 온전히 사람이 해야하는 고충을 없애준 편리한 기계죠.
그래서 저희집에는 빨래 건조대도 없고, 빨랫줄도 없고, 심지어 빨래집게도 없습니다.
가끔 어머니가 이불이나 베개를 햇볓에 말릴 때를 제외하면 빨래 널 일이 거의 없거든요.

여기까지 쓰고 가만히 생각해보니, 제가 이 물건들에 관심이 가는 이유가....
저희집에서 설거지와 빨래는 거의 다 제 몫이기 때문이라는...ㅠ.ㅠ
엄마를 위해서 가사분담 하기로 한 건 좋은데...사지 멀쩡한 오빠님아, 넌 대체 집에서 하는게 뭔가요?!

앗, 갑자기 욱해서 딴 길로 새고 말았네요.
집안의 남자 형제들, 가사일 좀 돕고 삽시다.
미리미리 훈련을 해 놔야 나중에 결혼해서 부인에게 사랑받고 사십니다요.
좋은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