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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미국에서 한국인으로 살기 살짝 곤란할때

by 이방인 씨 2012. 3. 6.


그 간의 경험으로 보아, 제목을 보고 어떤 분들은 "재미교포가 무슨 한국인이냐 미국인이지" 하실텐데요.
물론 개인차는 있겠지만, 저는 스스로 한국인에 조~금 더 가깝다고 생각하고 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타 지역 출신이 대학을 서울로 갔다고 서울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살진 않잖아요.
물론 그 후로 오랜 기간 서울에서 살다보면 서서히 서울사람화 되겠지만요.
그래서 저도 스스로 미국인이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습니다.
그간 하도 외국인인 주제에 한국 얘기 하지말라는 말을 많이 들었기에 잠시 부연설명을 해봤구요.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오늘은 제가 미국에서 한국인으로 살면서 살짝 곤란함을 느꼈던 순간들에 대해 써보겠습니다.

 

첫번째 - 무슨 음식을 먹어도 김치 생각날 때


한국에서도 이에 대한 우스개 소리가 많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고급 이탈리아 레스토랑 가서 김치를 찾았다거나, 피자나 햄버거를 먹을 때도 꼭 김치가 필요하다던가 말이죠.
입맛이나 식성은 역시 어릴 때 결정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러다보니 전세계 음식이 모여있다는 캘리포니아에서 저는 그 어떤 나라의 음식을 먹어도 김치 생각이 꼭 난단 말이죠.
이거 정말 곤란합니다. -.-;;
 

한국이라면 김치를 구비해놓은 식당이 있을 수도 있고, 외국 음식 먹을 때 김치를 먹는 풍경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테지만, 미국에선 한식당이나 혹은 한인이 많이 사는 곳의 중식당을 제외하면 김치를 구할 수 있는 음식점이 없습니다.
그래서 애써 맛있다는 식당가서 식사하고 나서, 집에 와서 뭔가 개운치 않다며 김치만 집어먹는 경우도 가끔 있죠.

사실 더 안타까운 건 집에 있는 김치도 맛 좋은 김치는 아니라는거죠.
한국식 배추 구하기가 쉽지 않다보니까, 김치는 담그지 않고 주로 사서 먹게 되는데요.
제가 김치를 사오는 한인마켓에서는 한인 농장에서 대량으로 배추를 사서 마켓에서 음식을 담당하시는 아주머니가 담그십니다.
아주머니가 컨디션의 기복이 좀 있으신지....어떤 날은 참 맛있고, 어떤 날은 뭐한 맛입니다.
그래서 식탁에서 김치를 먹을 때 간혹 식구들이 이런 대화를 나누게 되는 날도 있죠.

 

아주머니 요즘 컨디션 별로신가보네..-.-;;

 

 

두번째 - 한글 띄어쓰기 엄청나게 고민될 때


블로그 운영하면서 가장 힘든 것은 역시 악플이지만, 그 다음으로 신경쓰이는 것이 바로 한글 띄어쓰기입니다.
맞춤법은 그런대로 자신있지만, 띄어쓰기만은 정말 고민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포스트 작성할 때마다 수 많은 띄어쓰기를 다 검색해서 바르게 쓸 엄두가 안나거든요.
대학교에 들어가서야 리포트나 에쎄이같은 쓰는 과제를 많이 해볼텐데, 한국에서 대학을 안 나왔으니 올바른 띄어쓰기가 맞는지 헷갈릴 때가 많거든요.
제가 어려워하는 것은 이런 것들입니다.

몇년전 일까? 아니면 몇년 전 일까? 그것도 아니면 몇 년전?

그때 그때 일까? 아니면 그 때 그 때 일까? 그마저도 아니면 그때그때?

할 수있어 일까? 아니면 할 수 있어 일까?

하나 둘씩? 아니면 하나 둘 씩?  그것도 아니라면 하나둘 씩?

어려울때? 아니면 어려울 때?


계속 쓰다 보면 끝도 없이 나올테지만, 대략 이런 느낌입니다. -.-;;

가끔 웹서핑하다 보면, 많이 보이는 악플이 글쓴이의 한글 맞춤법이나 띄어쓰기를 지적하면서 과도하게 욕설을 하시는 분들도 계시더라구요.
그런데 더 황당한 건, 그런 악플다시는 분들도 맞춤법과 띄어쓰기를 틀리신다는 겁니다.
그러고보면, 한글이 기초단계는 쉬운 것 같으면서도 제대로 쓰려면 어려운 글인 것 같습니다.
제 생각에는 한국분들 중에서도 띄어쓰기 헷갈려하시는 분들 꽤 계실 것 같아요.

 

세번째 - 아무리 이성적으로 대처하려해도 일본인이 껄끄러울 때

이민 100주년을 맞은 지 얼마 안되는 한국인에 비해, 일본인들은 벌써 교포 4세들이 있을 정도로 오래전부터 미국으로 이주해 살아왔습니다.
때문에 이들은 미국화한 일본인들이 아니라 애초에 미국인으로 나고 키워지는 경우가 많지만 부모나 조부모의 영향으로 일본의 문화도 어느 정도 간직하고 살고 있죠.

오래전에는 태평양 전쟁 탓에 일본계 미국인들은 일본인임을 숨기고 살았을 정도로 미국인들이 일본을 적대시했지만 세월이 흐르고 일본이 경제대국으로 성장하면서 상황이 변했습니다.
특히 얼마전 미국인들의 좋아하는 나라 설문조사에서 캐나다, 영국에 이어 3위를 일본이 차지했을 정도로 미국인들이 일본 문화에 호의적이기 때문에 이제는 일본계 미국인들도 본인들의 문화를 많이 배우려고 합니다.

제 주변에도 그런 일본계 미국인들이 있는데요.
이들은 가끔 제게 일본 다녀온 이야기라던가, 할머니들에게 들은 일본 전통이라던가 얘기를 해줍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일본의 아름답지 못한 역사 이야기는 모르고 있죠.
그럴 때마다 저는 머리로는 

 

이 사람들이 모르는게 당연하지. 못 배워서 모르는 건 죄가 아니야.

 

생각하지만, 속으로는 왠지 조금 열이 나는 겁니다.
그리고 자꾸 일본 제국주의의 만행이랄까, 얘기해주고 싶지만 분위기 싸~해 질 것 같아서 입을 다물고 맙니다.
이 글 보시고, 또 어떤 분들은 당연히 말해서 가르쳐줘야지 뭐하는거냐며 매국노라며 악플을 다실지도 모르겠지만 아무것도 모른다는 얼굴로 앞에 앉은 사람한테는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답니다.

예전에 미국 태생이 아니라, 일본에서 일 때문에 연수 온 친구가 일본은 아직 왕실이 있는데, 한국은 왜 없냐기에 우리나라 마지막 왕비를 일본군이 시해했다는 얘기를 했다가 그 친구는 난생 처음 들어본다며 얼굴 빨개지고 저 역시 민망했던 적이 있거든요.
그 친구는 그 당시에 이미 29살이었는데, 그 나이 되도록 그런 얘기는 듣도 보도 못했답니다.
이렇게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무작정 그들의 조상의 잘못을 읊어줄 수도 없는 노릇이기에, 늘 이성과 감정 사이에서 곤란하답니다.

오늘은 미국에서 한국인으로 살기 살짝 곤란한 경우를 적어보았습니다.
한국분들 중에도 공감하시는 분들이 계신지 모르겠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