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Welcome to California

인종차별, 직접 당해보니 눈물 나더라

by 이방인 씨 2012. 2. 22.

 

 

요즘은 한국도 다문화 사회로 접어들고 있다죠?
가끔 그에 관련된 기사를 읽을 때마다 댓글들을 유심히 살펴보는데 실망스런 댓글들이 많이 보입니다.
주로 한국으로 시집 온 동남아 여성들과 그들이 낳은 혼혈 아이들을 경멸하는 듯한 댓글들이 많았고 심지어 그 때문에 대한민국이 망해간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더 슬픈 것은 같은 혼혈이라도 피부색이 하얀 백인과의 혼혈아들은 편견의 대상이라기보다 오히려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 같더군요.

그런데 알고 계신가요?
백인들이 볼 때는 한국인들도 피부색 어두운 사람들일 뿐입니다.
한국에서 은연 중에 어두운 피부의 동남아인들을 무시하는 인식이 있듯이 백인들도 드러내지 않을 뿐이지 타 인종을 무시합니다.
그들에게는 한국인이나 동남아인이나 별반 다를 게 없는 비백인계 사람들일 뿐입니다.
저도 한국에 있었던 때는 스스로 의식조차 못한 채 피부색이 어두운 사람들을 동등하게 보지 않았을 거라 생각합니다.
만약 한국에서 쭉 살았다면 저도 다문화 사회에 거부감을 가졌을지도 모르구요.
하지만 미국에 와서 인종차별을 직접 겪어보니 정말 눈물 나더군요.
한국인들 중에서도 드러내놓고 "동남아 사람 무시합니다" 라고 하는 사람 없듯이 백인들도 대부분의 경우 겉으로 드러내놓고 인종차별을 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백인들의 우월의식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뿌리 깊고 지독합니다.
오늘은 제가 미국에서 겪었던 인종 차별에 대해 이야기 해 보겠습니다.

첫번째 - 실수로 속마음을 내보이고 아차! 했던 백인 교수

 

제가 대학을 다닐 때의 일인데요.
교양과목으로 심리학 강의를 들었습니다.
강의 내용중에 미국인들의 인생 목표란 주제로 얘기를 나누고 있었는데요.
미국에서는 Dream Home 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대다수의 미국인들의 꿈꾸는 가정이란 뜻인데요.
약간 농담이 섞인 이야기입니다.

 

독일제 자동차와 일제 TV, 두 명의 자식과 개 한마리면 충분하다.

 

이게 바로 미국인들이 꿈꾸는 행복한 가정의 표상입니다.
저 농담이 나온 오래전에는 SONY 등의 일본 가전이 맹위를 떨쳤지만 요즘은 아마 삼성TV 가 되겠지요.

여기까지 얘기하고 있을 무렵 앞 줄에 앉아있던 중국인 여학생이 조금 고개를 갸웃했나 봅니다.
교수님이 그 여학생을 보며, "이 말에 동의하지 않는가 보군요?" 하고 묻습니다.
그러자 그 여학생이 "네, 전 동의하지 않아요. 단지 그런 것들을 가졌다고 Dream Home이 될 것 같진 않은데요." 라고 대답했죠.
교수님의 다음 말은 이러했습니다.

 

넌 아시안이라 그렇겠지. 아시안들은 항상 지위와 돈을 중요하게 생각하잖아.

 

이 말에, 강의실에 있던 타 인종 학생들은 모두 웃음이 터졌습니다.
저를 비롯해서 단 4명뿐이었던 아시안들은 순간 몸에 힘이 들어갔구요.
저는 수 많은 학생들이 듣고 있는 강의 중에 교수라는 사람이 저런 말을 했다는 걸 믿을 수가 없더군요.
워낙 다양한 인종이 모여 살고 있는 미국에서는 어떤 경우라도 민족이나 인종을 언급하는 것은 아주 무례한 일로 여겨집니다. 
그 여학생이 화가 나서 한 마디 하기도 전에 교수는 아차 싶었나봅니다.

 

잠깐 말 실수를 했군. 내 말은 아시안들은 미국인들보다 기준이 높다는 말이었어.

 

하고 황급히 사과를 하더군요.
하지만 이 교수의 말 실수는 은연 중에 백인들의 아시아인들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잘 나타내고 있습니다.
그들은 우리를 성공이나 돈 밖에 모르는 자신들보다 교양과 매너가 한참 모자라는 인종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백인들이 숨기지 못하고 언뜻언뜻 아시아인에 대한 편견을 드러내는 경우가 참 많답니다.

두번째 - 난생 처음 콜라를 뒤집어 쓴 나

 

첫번째 일화가 무의식 중에 드러난 인종차별이라면 이 두번째 경우는 적나라하게 타인종 혐오를 보여준 일입니다.
해가 사그라드는 저녁 무렵이 되면 저는 가끔 집 근처에서 산책을 합니다.
한 30분 정도 걷게 되는 길은 중간쯤 가면 인적이 드문 차도 옆을 지나게 됩니다.
그 날도 평소처럼 산책을 하다 마침 차도를 지나는데 뒤에서 오던 차가 제 앞에서 속도를 줄이더라구요.
무슨 일인가 싶어 고개를 돌렸더니,

 

Go back to your country, you xxxxing Gook!

 

하고 콜라컵을 제게 던지고 쌩~가버립니다.
제가 가만히 산책하다가 콜라를 뒤집어쓴 이유는 단 하나 뿐입니다.
바로 제가 그들이 말하는 Gook 이었기 때문이죠.

Gook 이라는 단어는 백인들이 아시아인을 비하할 때 쓰는 단어입니다.
흑인을 비하하려고 N 으로 시작하는 단어를 쓰는 것처럼 아시아인을 비하할 때는 Gook 이라는 단어를 씁니다.
이 Gook 이라는 단어가 아시안을 지칭하게 된 것에는 두 가지 설이 있습니다.
첫번째로는 필리핀에 주둔해 있던 백인 군인들이 필리핀 사람들을 부르는 데서 기인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두번째는 한국인들과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한국전쟁당시, 파병되었던 미군들이 한국인들이 "미국, 미국" 하는것을 Me Gook 이라고 알아듣고
Me (영어의 '나' 란 뜻의 me) Gook을 "I am Gook." 으로 해석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미군들은 '한국인들이 자신들을 지칭할때 Gook 이라고 하는구나'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말은 나중에 광범위하게 아시아인들을 무시하며 부르는 말이 됐다는 것이죠. 

그렇게 갑자기 콜라를 뒤집어 쓰고 집으로 걸어 돌아오면서 정말 눈물 콧물 줄줄 나더라구요.
사람이 단지 서러워서 죽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본인이 겪어보지 않으면 절대 모른다는 말을 그 때 통감했습니다.
그리고 속으로나마 동남아인들을 온전히 나와 동등하게 보지 않았던 자신을 정말 반성하게 됐습니다.
나와 백인을 똑같다고 생각하면서 나와 동남아인은 다르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죠.
인구의 거의 대부분이 같은 민족으로 이루어진 나라가 한국이다보니 앞, 뒤, 옆 어디를 봐도 모두 같은 인종 뿐이죠.
때문에 타 인종이나 인종차별에 대한 개념 자체가 확립되지 않았을 수 있습니다.
그런 걱정 없이 살아가는 본국의 한국인들은 참 행운아가 아닐 수 없는데요.
그러니 만큼 외국인 노동자나 동남아 혼혈아들에게도 조금만 너그러운 마음을 가지시면 참 좋겠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