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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이야기

한국에서 미국식으로 행동했다가 민망했던 일들 2탄

by 이방인 씨 2012. 2. 8.

며칠전에 쓴 2012/02/03 - 한국에서 미국식으로 행동했다가 민망했던 일들 1탄 은 외국생활 하셨던 분들이 많이 공감해주셨는데요.
오늘 2탄의 일화들도 경험해보셨으리라 생각됩니다.

 

제 3화 - 뒷 사람위해 문 잡아줬다가...

외출을 하게되면 공공건물, 식당, 화장실, 쇼핑몰 등등 어디를 가더라도 대부분 출입문을 열고 닫아야 하는 경우가 많이 생깁니다.
미국에서는 출입문을 열고 닫을때 중요한 매너가 있습니다.
바로 가까운 거리에 사람이 따라 나오고 있으면 문을 계속 잡고 기다려 주는 것입니다.
그냥 휙 나가버리면 뒷 사람 코 앞에서 문이 딱 닫혀버리는 기분 나쁜 불상사가 있을 수 있으니까요.
먼저 가던 사람은 문을 열고 나갈 때, 뒤에 사람이 오면 문을 나선 뒤에도 손으로 문을 꼭 잡고 뒷 사람이 와서 이어 잡을 때까지 기다립니다.
뒷 사람이 손으로 문을 잡으면 그때 손을 놓고 가던 길을 가는거죠.
그리고 그 뒷 사람 역시 자신의 뒤에 사람이 있을 때는 똑같이 합니다.
미국에서는 워낙 당연한 매너지만, 별 거 아닌 일에 감사의 표현을 하는것 또한 당연한 매너기에, 뒷 사람이 "Thank you" 하면 앞사람은 "Sure" 하고 간단히 응대하고 끝납니다.

한국을 방문했을 때, 이 문 잡아주기를 하다가 제 풀에 지쳐 그만둔 적이 있었습니다.
문을 잡아보니, 어떤 분들은 마치 제가 문지기인 것처럼 행동하더군요.
문을 이어 잡는 것은 고사하고 그냥 앞만 보고 쓰윽~ 나가버리시네요.
또 어떤 경우엔 제가 문을 열고 있으니까, 멀리서 오던 분들까지 줄줄이 급히 달려오시며 역시 몸만 쏙쏙 빠져나가시더라구요.

 

너는 문 열고 있거라~ 나는 내 갈 길 가련다.

 

물론 이런 분들이 계신 반면, 문 잡아주는 분들도 당연히 계시겠죠.
처음에는 조금 맥 빠지고, 기막혔는데 가만 생각하니 별로 그럴 일도 아닌것 같더라구요.
몸만 빠져나가신 분들 입장에서는 문 열어달라고 한 적도 없는데, 제가 그냥 열어주고 혼자 어이없어 한 것이겠죠.  -.-;;

 

 

제 4화 - 더치페이 고집했다가...

 

미국인들의 칼 같은 더치페이 정신에 대해서는 아주 오래 전에 포스팅한 적이 있습니다.
2011/09/13 - 미국인들의 쿨한 더치페이 
이런 미국인들과 어울리며 살다보니, 저도 역시 각자의 몫을 따로 부담하는 Dutch treat에 익숙해졌죠.
한국에 가서 사람들과 만날 때마다 따로 계산을 하려고 했더니, 이런 반응들이 있었습니다.

 

미국 가서 살더니 너무 딱딱 끊는다~!

 

이 온도 차이는 철저한 개인주의 사회의 미국과, 공동체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한국의 문화차이에서 비롯된 것 같습니다. 
미국에서도 한국인 유학생 모임이나, 한인회 모임 같은데서는 한국에서하듯 한 명이 사는 경우가 많은데요.
양쪽의 문화가 다 장단점이 있는것 같습니다.
미국 스타일 같은 경우, 누가 더 비싼걸 샀네, 누가 더 자주 사네 하는 일로 속으로 얼굴 붉힐 일이 없다는 것이 좋은 점이지만, 아무래도 쓸쓸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한국 스타일은 사람간의 친밀함이 생겨 정답게 느껴지는 한편, 너무 돈 안쓰려고 하는 얌체들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불쾌한 경우가 더러 있죠.
또한, 번갈아가면서 돈을 낸다고 해도 매번 균형을 맞추기가 쉽지는 않구요.
그래서인지, 얼마전에 한국에 있는 사촌동생에게 들으니 요즘은 연인끼리 공동통장을 만들어서 모든 데이트 비용을 공동으로 낸다고 하더군요.
아마 그것이 쌀쌀맞지 않으면서도 합리적인 방법인 것 같네요.

다음에 또 쓰기로 하고, 오늘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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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메인에 노출되면서, 좋은 의견과 충고 그리고 악플들까지 많이 달리면서 제 글솜씨 부족을 통감했습니다.
일단, 의도하지 않았지만 한국분들이 모두 그렇다고 일반화했다고 여긴 분들이 계시네요.
개인 경험담이라고 말했으니, 일반화하려는 의도는 없었습니다.

또한, 몸만 빠져나가는게 '한국식' 이라고 쓴 적도 없습니다.
뒷 사람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앞에서 문을 잡아주는 게 '한국식' 관습은 아니라는 뜻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