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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미국에서 한국식으로 행동했다가 낭패본 일들 1탄

by 이방인 씨 2012. 1. 31.

 

해외로 잠시 여행만 가도 문화 충격 (culture shock)을 받는 경우가 많죠.
제가 12년간 미국에서 받은 충격만 해도 충분히 정신적 피해보상을 청구해도 (응? 어디에?) 될 만큼 많은데요.
오늘은 이민 초기에 제가 미국에서 너무나 한국식으로 행동했다가 본의 아니게 낭패본 일들을 써볼까 합니다.

 

 

첫번째 - 미국에서 90도 인사 했더니...

 

처음 미국 고등학교로 전학왔을 때 부족한 영어 때문에 소심한 학생이었지만, 수학시간에 만큼은 우등생이었죠.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일전에 쓴 적이 있습니다.
2011/11/08 - 한국 출신이어서 가능했던 인생역전!  
그래서 당시 머리가 백발이시던 할아버지 수학 선생님이 저를 굉장히 잘 봐주셨습니다.
학교에서 저에게 가장 친절하게 대해주시던 분이셨는데요.
늘 수업시간에 앉아서만 보다가 어느 날 쇼핑몰에서 우연히 선생님을 마주쳤습니다.
선생님도 멀리서 저를 알아보시고, 양 팔을 벌리고 다가오시더라구요.
미국인들의 습관대로 포옹하려고 하셨던거죠.
당시 저는 이민 4개월차여서 한국인의 본능으로 반사적으로 몸이 움직이더라구요.

 

전방 30미터, 연세 많으신 선생님 걸어오심. 90도 인사 일발장전!

 

그런데 선생님은 갑자기 얼굴이 빨개지시며 주춤하시더니 가던 길을 그냥 가버리시더군요.
이유인 즉, 한국식 인사라고는 받아보신 적이 없는 그 선생님은 제가 선생님을 일부러 피할 요량으로 땅을 쳐다봤다고 오해하신겁니다. 
그래서 기분이 조금 상하셨는지, 그 후로도 수업시간에 저를 서먹하게 대하셨는데요.
당시에는 영어도 잘 못하는데, 거기다가 연세 많은 선생님과 대화하는 것도 부담스러워서 아무말도 못하고 있다가 나중에야 선생님과의 오해를 풀 수 있었습니다.



두번째 - 제 2화 - 미국에서 줄 잘못 섰다가...

 

이 사건이 일어났을 때도 저는 역시 이민 2개월 밖에 안된 온전한 한국인이었습니다.
한번은 마켓에서 물건을 계산하려고 길게 늘어선 줄 뒤에 섰습니다. 
저랑 어머니가 장바구니를 들고 계산하려고 줄을 섰는데, 한국식으로 앞사람과 가까이에 섰죠.
일반적 한국 기준으로 보면 도를 넘게 가까이 다가선 것은 절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미국 기준으로는 굉장히 가까웠나봅니다.
앞에 서 있던 미국인 부부, 자꾸만 힐끔힐끔 쳐다봅니다.
그러는 와중에 줄은 계속 짧아지니, 앞으로 이동해야하는 일이 생기죠.
이동하면서 장바구니를 고쳐 들때, 장바구니가 앞의 아저씨가 입고 있던 반코트 자락에 살짝 스쳤나봅니다.
네모난 바스켓 모양의 장바구니였는데, 손잡이 보다 바스켓 앞부분이 돌출되어 있으니까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 아저씨, 갑자기 성질을 내십니다.

 

지금 뭐하는거요? 소매치기라도 할려구?

네? 무슨 말씀이세요? 저는 그냥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것 뿐이예요.

 

그러자 그 아저씨 옷자락을 탈탈 털며 앞으로 가버립니다.
어머니랑 저는 집에 돌아올때까지 너무 당황해서 멍한 상태였죠.

얼마 후에야 이 땅덩이 크고, 땅에 비해 사람이 적은 미국에서는 Personal Space 라는, 여타 인구밀도가 높은 나라 사람이 보면 조금은 사치스런 혹은 여유로운 매너가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미국인들은 어디에서나 Personal Space (개인의 영역) 을 상당히 중요시해서 줄을 설 때나 길을 걸을 때도 되도록이면 타인에게 가까이 가지 않는 것이 예의입니다.
이것은 좁은 땅에 인구밀도가 높은 한국에서는 못지키는 것이 다반사라 생각되는데요.
(아마 미국내에서도 대도시에서는 지켜지지 않을거라 짐작됩니다.)

미국에서는 줄을 설때 반드시 앞사람과 사람 한두명 정도의 간격을 벌리고 서야합니다.
그 이상으로 붙으면 앞사람의 Personal Space 를 침범하게 되고, 그것은 매너에 크게 어긋나는 일이기 때문이죠. 
그 아저씨, 그래서 그렇게 화를 냈던 겁니다.
저와 어머니가 그 아저씨의 개인 영역에 칩입했으니까요.

이것은 사실 많은 미국인들이 아시아 출신 이민자들을 속으로 불편하게 생각하는 계기가 됩니다.
저도 나중에 대학에서 미국인 친구가 조심스레 털어놓아서 알게 되었습니다.
그 친구가 방학때 방콕 여행을 다녀오더니 말하더라구요.

 

나 이제야 아시안들이 왜 그렇게 Personal Space 룰을 안지키는지 알게됐어.
그 많은 사람속에서 도저히 거리를 지킬 수가 없더라!

 

그래서 제가 넌지시 물으니, 평소에 아시아 출신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Personal Space 를 지키지 않아서 매너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저도 말해줬죠.

 

가 봐서 알았다고 하지만, 그건 특별히 아시안이라 그런게 아니라 좁은 땅에 많은 사람이 모여사는 곳에서는 지키기 쉽지만은 않은 매너라서 그런거야.

 

친구는 이제 충분히 납득한 눈치였답니다. ^^

여러 일화를 소개하려고 했는데, 2개만 썼는데도 벌써 스크롤의 압박이 느껴지네요.
나머지는 다음에 쓰도록 하겠습니다.
흥미롭게 보셨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