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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미국인과 아시아인, 서로의 부모가 매정하다네!

by 이방인 씨 2020. 3. 6.

마전에 자신들도 “아시안”이라고 말했던 인도 출신 동료에 대해 쓴 적이 있습니다. 당시에 저도 말은 안 했지만 속으로는 인도를 아시아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했죠. 그런데 참 놀랍게도 이 인도 동료 S와 대화를 하면 할수록 한국문화와 인도문화의 공통점을 발견하게 되더라구요. 가장 놀라운 싱크로율을 보인 것은 바로, 부모 자식간의 의무와 권리였답니다. 한국 문화에서 관찰할 수 있는 부모 자식간의 상황이 그대로 보이더라구요. 예를 들면 이런 거죠.

부모는 자식의 성공을 위해 전폭적으로 모든 것을 지원하려 노력한다.

이러한 부모의 희생을 자식은 좋은 대학, 좋은 직장을 얻는 것으로 보답하려고 노력한다.

부모는 자식에게 선택지를 준다고 생각한다. 의사 아니면 변호사.

부모는 자식이 장성한 후에도 가능한한 경제적 지원을 계속한다.

부모야말로 자식을 가장 잘 알고, 걱정하는 존재로 간주되며 부모의 말은 곧 법이다.

쌍방간 갈등이 발생하면, 부모는 “내가 나 좋자고 이러니? 다 너 잘되라고 하는 소리야”를 시전한다.


어찌나 비슷한 점이 많은지 저와 S는 항상 부모님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마치 우리가 같은 민족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랍니다. 미국인들에 둘러싸인 직장에서 공감할 수 있는 동료가 있다는 건 기쁜 일입니다. 그래서 간혹 저와 S는 주변을 의식하지 못하고 둘만의 세계에 빠져들곤 하는데 언젠가 주변에 있던 미국인 동료들이 저희의 대화를 듣고 끄~암~짝~ 놀라더라구요. 저희가 그 때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었냐면 말이죠.


S: 아, 집에서 요즘 난리야. 승진을 하던지 아니면 대학원을 가라고. 이도 저도 아니게 패배자처럼 살지 말라고.

이방인: 하하. 우리 엄마는 그건 포기하셨나 봐. 근데 요즘 나 살쪘다고 얼굴이 달덩이가 됐다고 빨리 살 빼라고 잔소리 장난 아니셔. 


아무렇지도 않고 여기까지 말을 하고 있는데, 이야기를 엿들었는지, 아니면 목소리가 컸는지 미국인 동료가 갑자기 끼어들더라구요.

아니, 너희들 부모님은 자식한테 그런 비판한단 말이야?


S와 저는 그건 비판이 아니라 건.설.적. 충고 (constructive criticism)이며, 이 정도는 우리 문화에서 아무것도 아니라고 설명해줬습니다. 그러자 미국 동료는 깜짝 놀라면서,

그게 별 거 아니라고? 진짜로? 완전 상처받는 말들인데?


S와 저는 외모에 관한 건설적 충고는 레벨 2정도이고, 학업, 취직, 결혼에 관한 건설적 충고는 레벨 측정불가라고 웃으며 덧붙여 주었습니다. 아시안계 부모는 "너는 너 자체로 아름답고, 미래는 밝으니 아무 걱정말라"는 식의 Sugar coating은 하지 않는다고 했더니 듣고난 미국인 동료의 반응이 가관입니다.


와… 정말 자비없는 부모로구나.
자비없는...

자비없는...

이야기를 듣고 저랑S는 빵 터졌습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18세가 되면 자녀에게 경제적 원조를 끊고, 학비조차 내주지 않아도 (내주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에 의해) 사회적으로 비난받거나 매몰차다는 소리를 듣지 않는 부모.

자식은 자식이고 난 내 인생 산다는 것이 일반적인 부모.

자식의 홀로서기는 아무리 아파도 스스로 감당해야 한다는 부모.


밑에서 자란 미국인이 자식을 위해 모든 걸 해주고 싶어하는 아시안 부모한테 “자비없는 부모”라고 놀라니 저희 입장에서는 웃음이 터질 수 밖에 없지요.


미국인들은 정서적 지원 Emotional Support를 해주는 것이 부모의 최고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시선으로 보면, 지나치게 솔직하고 강압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바를 자식에게 관철시키는 아시안 부모는 자비없는 부모로 비춰질 수도 있겠죠. 미국 부모들은 자식을 따뜻하게 감싸주는 건 최고로 잘하거든요. 저도 어릴 때는 그런 점이 부럽기도 했는데 다 커서 사회에 나와 보니 아시안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더라구요.

내가 이만큼이라도 살 수 있는 게 다 부모님 덕분이다.
미국인들처럼 말로만 “사랑한다. 우리가 항상 널 응원하고 있다는 걸 잊지마렴” 하는 것보다
Tiger Mom이라도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는 부모가 훨씬 낫다.



미국인 동료가 아시안 부모의 매정함에 고개를 저으며 돌아간 후, 저와 S는 서로 마주보며 웃었답니다.


우리 눈에는 너희들 부모님이야말로 매정하기 짝이 없단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하네요.


코로나 때문에 힘드시겠지만 여러분 모두 기운찬 하루 유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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