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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알아두면 언젠가 쓸데있을지도 (?) 모르는 캘리포니아 문화!

by 이방인 씨 2020. 2. 28.

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미국에는 Hispanic (히스패닉) 이라고 불리는 민족이 있답니다. 멕시코를 위시하여 쿠바, 아르헨티나, 칠레, 콜롬비아, 도미니카 공화국, 등등 과거 스페인의 식민지였기 때문에 스페인어 (Espanol)를 쓰게 된 나라 출신들을 일컫는 말이지요. 2019년 전미 인구조사에 따르면 미국에는 6천만명의 히스패닉이 살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원래 멕시코 영토였던 캘리포니아에 많은 히스패닉이 살고 있는데, 캘리포니아 전체 인구 4천만명 중 무려 40%를 차지하는 15백만명이 히스패닉이라는군요


 

이러한 배경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장벽 건설 정책이 큰 논란이 되었죠? 보수적 미국인들은 불법체류 히스패닉들에게 미 정부의 복지예산을 쓰는 것에 반대하며, 히스패닉들에게 일자리를 뺏긴다고 불평합니다. 그러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히스패닉들은 미국인들이 기피하는 직종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아, 히스패닉 없이는 미국 사회가 굴러가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죠. 트럼프 대통령 탓에 전세계적 이슈가 되긴 했지만 본래 히스패닉계 노동자에 대한 논란은 미국사회의 오래된 주제랍니다. 이미 2004년에 발표된 "A day without a Mexican" (멕시칸이 없는 하루) 라는 영화도 있는데 하루 아침에 미국에서 멕시칸들이 모두 사라지고 미국 사회가 겪는 혼란을 그린 풍자극이랍니다.

 

제가 살고 있는 캘리포니아주는 1848년까지 멕시코 영토였을 뿐만 아니라 애초에 California라는 이름도 Califia라는 스페인 단어에서 나왔답니다. 하여 단순히 히스패닉 인구비율이 높을 뿐만 아니라 다방면에서 히스패닉 문화의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었지요. 캘리포니아 주민이라면 인종과 민족에 상관없이 스페인어에 노출되는 빈도가 높아서, 굳이 히스패닉이 아니더라도 일상생활에서 스페인어를 듣고 사용하는 경우가 왕왕 있답니다. 이민 오기 전까지 스페인어라고는 Hola~ Espanol 밖에 몰랐던 저는 이민초기에 캘리포니아 사람들이 자주 사용하는 스페인어를 못 알아들어서 속으로 난감했던 경험이 있네요. 대표적으로 알아두면 좋을 스페인어는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번째 - 지명

 

전술했다시피 원래 멕시코 땅이었던 캘리포니아에는 스페인어로 된 지명이 차고 넘칩니다. 주의 이름도 그렇지만 대표적 도시들도 대부분 스페인어식 지명이랍니다.

 

Los Angeles - 스페인어로 "천사들"이라는 뜻. 그래서 L.A.는 천사들의 도시라고 불리죠?
San Diego - 성 디에고라는 뜻으로 스페인어로는 산티아고가 된답니다.
San Francisco - 성 프란시스코라는 뜻의 스페인어

Sacramento - 세례, 성찬 등의 성스러운 의식을 뜻하는 스페인어인데, 캘리포니아 주청 소재지가 있는 도시의 이름이랍니다.

 

이 밖에도 Amador, El Camino, Eldorado, El Paso, Rancho Murieta, Vallejo 등등 셀 수 없이 많은 스페인식 지명과 거리명을 볼 수 있는 곳이 캘리포니아죠. 때문에 스페인어 배경지식이 없는 사람은 도시 이름이나 도로 이름을 제대로 발음할 수 없어 난감한 순간이 많답니다. 고백하건데 저도 이민 초기에 망신 많이 당했었습니다 대표적으로 위에 예로 든 Vallejo라는 도시가 있는데요. 영어라고 생각하고 읽으면 "발레조"가 되겠죠? 그러나 이 단어 Vallejo에는 두 가지 함정이 숨어있습니다.

 

1. 스페인어에서 철자 J H 발음이 난다. 또한 LL이 두 개 붙어있으면 Y 발음이 난다.

 

스페인어 규칙을 적용하면 Vallejo는 발레조가 아니라 "바예호"로 읽어야 합니다. 그러나 여기서 두번째 함정 등장.

 

2. 미국인들은 이 단어에서 발음 규칙 둘 중 하나만 지키기로 멋대로 결정했다. (참으로 미쿡스러운 일)

 

그렇습니다. 어찌된 일인지 미국인들은 두 가지 발음 규칙 중 한 가지만 지키기로 했습니다. J의 발음 규칙은 지키되, LL은 무시하기로 한 거죠. 그리하여 캘리포니아 사람들은 이 도시를 발레호로 발음한답니다.

 

저는 처음에는 스페인어 발음 규칙을 몰라 제대로 못 읽었고, 그 후에는 이 단어의 캘리포니아식 변형을 몰라 제대로 못 읽었답니다. 다른 사람들이 발음하는 것을 몇 번이고 들은 후에야 제대로 이 도시의 이름을 말할 수 있었네요.

 

두번째 - 히스패닉 이름

 

히스패닉 친구 또는 동료의 이름을 제대로 발음하는데도 주의가 필요하답니다. Jose (호제이), Juan (후안), Diego (디에고) 등등 단박에 스패니쉬로 발음해야함을 알 수 있는 이름들도 있지만 영어인지 스페인어인지 헷갈리는 이름들도 많거든요.

 

예를 들어, Martin, Caterina, Jaime 등등의 이름은 영어로도, 스페인어로도 말할 수 있지요.

 

Martin: 영어로는 마틴, 스페인어로는 마르띤
Caterina: 영어로는 캐터리나, 스페인어로는 까떼리나
Jaime: 영어로는 제이미, 스페인어로는 하이메

 

이런 이름을 가진 히스패닉 중에는 자신의 이름을 영어로 발음하길 원하는 사람도 있고, 반대로 스패니쉬로 발음하길 원하는 사람들도 있답니다. 철자만 보고 속단할 수 없는 이유이지요. 실제로 제가 만난 Martin 중 한 명이 제가 이름을 영어식으로 발음하자 웃음기 하나 없이 마르~띤~” 이라고 정정해 준 적이 있답니다. 참 민망했던 기억이지요.

 

세번째 - 일상생활에서 쓰이는 간단한 스페인어들

 

캘리포니아 사람들은 일상생활에서 캐쥬얼하게 스페인어 단어들을 사용하기도 한답니다. 매일 똑같은 영어보다 가끔 경쾌하게 변화를 주고 싶을 때 간단한 단어들을 영어에 끼워 넣는 식이죠. 가장 흔하게 들을 수 있는 건 바로 이겁니다.

 

See you manana!

Manana는 스페인어로 내일이라는 뜻입니다. 그러니 See you manana는 곧 See you tomorrow인 것이죠. 회사에서 퇴근할 때 인사로 See you manana라는 말을 정~말 많이 쓴답니다.

 

That’s no bueno

No bueno는 영어로 하면 no good 이라는 뜻입니다. 뭔가 잘못되었거나 마음에 들지 않을 때 That’s not good이라는 영어 표현 대신 That’s no bueno  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Muchas Gracias

Gracias는 아마 익히 알려진 표현이 아닐까 합니다. 고맙다는 뜻의 스페인어죠? Muchas Gracias하면 Thank you so much 란 뜻이랍니다.

Perfectomundo

이건 뭐랄까... 스페인어가 아니라 Spanglish라고 하는 게 맞을 듯 싶습니다.  스페인어로 Mundo PerfectoPerfect World라는 뜻인데, 영어와 섞여 Spanglish가 되면서 Pefectromundo로 바뀐 이 단어는 Pefect라는 뜻으로 쓰인답니다.

 

예를 들면 이렇게 쓸 수 있지요.

 

오늘 저녁에는 닭고기 스프를 끓일까 하는데 어때?
Perfectomundo!

 


이민 초기에는 영어도 안들려서 좌충우돌인 와중에 스페인어나 스팽글리쉬의 공격까지 더해 언어의 장벽을 크게 느꼈는데 이젠 저도 캘리포니아 주민답게 초간단 스페인어쯤은 자연스레 쓸 수 있게 되었답니다.


오늘은 히스패닉의 영향을 논하지 않고는 설명할 수 없는 미국 서부의 문화에 대해 써 보았습니다. 재밌게 읽으셨길 바래요.


여러분 오늘도 신나는 하루 유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