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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BTS 그래미 공연 미국 반응과 기사

by 이방인 씨 2020. 1. 28.

제 저는 들뜬 기분으로 2020 그래미 시상식을 기다리고 있었답니다. 아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BTS의 퍼포먼스가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이죠. BTS 노래를 즐겨 듣기도 하거니와, 한국 아티스트 최초 그래미 공연을 놓칠 수는 없죠. 미국에서, 아니 전 세계 팝 음악계에서 그래미 시상식의 위상을 생각하면,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여러분들은 촌스럽다 생각할 수도 있지만 미국에서 이민자로 살다 보면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한국을 긍정적으로 미국인들에게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소중한지 모른답니다.


기생충이라는 영화 덕분에 전 세계 영화팬들이 한국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었다고 하죠? 마찬가지로 BTS는 음악팬들에게 한국과 K-Pop을 알리는 선봉에 서 있습니다. 2-3년 전부터 제게도 BTS에 대해 이야기하는 미국인들이 부쩍 늘었어요. 예상외로 4-50대 미국인들이 BTS를 언급하기에 깜짝 놀랐는데 알고 보니 그들의 10대 자녀들이 하루죙~일 BTS 노래를 들어서 모르고 싶어도 모를 수가 없다고 털어놓더라구요. 10대 딸을 두 명이나 두고 있는 Katie라는 미국 동료는, 


BTS 좋아, 좋다구.
근데 이제 제발 집에서 영어로 된 노래 한 번 들어보는 게 소원이야.


라며 하소연합니다. 딸 둘이 집안에서, 심지어 학교가는 차 안에서도 BTS노래를 크게 틀어놓고 따라부르는 바람에 이젠 뜻도 모르는 한국어 가사를 말할 수 있을 지경이라면서 미국인들이 자주 하는 "짜증날 때 눈알 굴리기"를 시전하며 제게 말하더라구요. 그래도 Katie는 딸들을 위해 직접 그 어렵다는 콘서트 티켓팅에 성공하고, 무려 6시간을 운전하여 2019년에 엄청나게 흥했던 BTS의 Rose Bowl 콘서트를 직관했답니다. 딸들이 너~무 행복해했다더라구요. 좋은 엄마죠?


어쨌든 이렇게 BTS의 미국내 영향력을 실감하고 있는 저로서는 BTS가 그래미의 단 한 부문에도 후보에 선정되지 못했다는 사실에 조금 실망했답니다. 인기 뿐만 아니라 빌보드 성적이 2019년 BTS의 놀라운 성과를 말해주고 있는데 말입니다. 그러나 솔직히 고백하자면 어떤 이유로 선정되지 못했는지 알 것도 같았죠. 미국 연예계가 소수인종에게 야박하다는 사실은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니까요. 후보에 들지 못했어도 공연은 한다기에 다행이라 생각했는데 웬걸요. 단독 공연은 아니고 Lil Nax X를 비롯한 다른 아티스트들과의 합동공연이라네요. 주 퍼포머는 물론 Lil Nas X인 거죠. 


흐음~ 이거 미묘하구만...


뭐, 첫 술에 배부를 수 없으니, 올해는 이것으로 만족해야 하려나요. 어쨌든 일단 공연을 보기나 하자 싶어 기다리다 드디어 시청했는데 역시 많이 등장하지는 않았습니다. 조금 서운했는데 저만 그런 건 아니었나 봅니다. 포브스에 이런 기사가 났네요.


BTS는 그들의 2020 그래미 공연을 최대한 즐겼다.
그보다 더 많은 걸 누릴 자격이 있었지만 말이다.


포브스에서 음악 뉴스를 다루는 Bryan Rolli라는 기자가 쓴 글이었는데 BTS가 후보에 들기에 충분했고. 단독공연도 할 법했다는 내용입니다. 그 중 중요 부분말 발췌해봤습니다.


BTS는 세 번 연속으로 1위 앨범을 발매했고, 여러곡이 Top 10 싱글 차트에 올랐고 전 세계의 여러 스타디움을 매진시켰다.
그들이 세계에서 가장 인기있는 아티스트들 중 하나라는 건 이견의 여지가 없다.
그들에게 4분동안 그들의 노래를 공연하게 하는 건 어떨지?


그래미가 대박 히트곡의 합동공연에 BTS를 포함시킨 건
(BTS가 공연하지 않으면) 그래미를 보지 않을 시청자들을 잡기 위한 적나라한 시도로 보인다.
BTS의 단독공연은 이 장황한 시상식 중간의 즐거운 탈출이 되었을텐데.
레코딩 아카데미 (그래미를 주관하는 단체)가 전통적으로 타인종과 거리를 두어왔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여러 부문에서 후보로 오를 만한 BTS를 단 한 부문에도 후보로 선정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조금 씁쓸하다.



전통적으로 영미권 음악과 아티스트들에게만 문을 열어주고, 그 밖의 인종에게 야박한 그래미 시상식을 비판하는거죠. 작년 한 해 그야말로 전세계 팝 시장을 떠들썩하게 한 BTS인데, 어째서 단 한 부문에도 후보로 선정되지 못했는지는 그래미만이 알겠죠.


시상식이 BTS를 어떻게 대접했는지와는 별개로 역시 그들의 인기는 대단합니다. 그래미가 끝나고 빌보드에 실린 기사를 보니 그래미 시상식에 관한 트윗 중 가장 많은 수를 자랑한 아티스트가 BTS라는군요. 다음이 빌보드가 소개한 트윗 랭킹입니다.


가장 많이 트윗된 뮤지션


가장 많이 트윗된 장면들


가장 많이 트윗된 공연곡

1위를 한 Old Town Road가 바로 BTS가 합동공연한 곡입니다.
그 곡의 주인인 Lil Nas X가 많이 트윗된 아티스트 순위에도 없고, 많이 트윗된 순간 랭킹에도 없는데
공연곡 트윗수 1위에 Old Town Road가 있는 걸 보면 BTS의 참여가 한 몫 한 것 같습니다.



상을 주는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했든지간에 BTS의 인기 정말 대단하죠? 올 2월에 BTS의 새 앨범 Map of the Soul: 7이 발매된다고 하는데 벌써부터 빌보드 1위는 따놓은 당상이라고 말하는 평론가와 기자들이 많습니다. 흐음~ 그렇다면 2021 그래미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할 지 벌써부터 궁금해집니다. 


여러분 오늘도 즐거운 하루 유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