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Welcome to California

미국에서 만난 다국적 친구들을 소개합니다.

by 이방인 씨 2020. 1. 3.

미국에 살면서 즐길 수 있는 재미 중 하나는 단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세계 각국에서 온 다양한 국적과 민족의 사람들과 어울리다 보면 저절로 눈과 마음의 시야가 넓어지더라고요. 오늘은 제가 미국에서 만난 타국 친구들을 소개할까 합니다.

1. 우린 좋은 사람들이라네~

우리에게 외국인에 대한 선입견 혹은 대표적 인식이 있듯이, 미국인들도 각 나라 사람들에 대해 특정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시아인이라면 수학을 잘하는 사람들이고, 아랍인이라면 공학기술이 좋은 사람들이고, 유럽인이라면 예술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는 등등 말이죠. 미국과 가장 가까운 나라인 캐나다에 대해 묻는다면 미국인들은 십중팔구 이렇게 대답할 겁니다.

 

"좋은 사람들이지, 캐나다인들은."

 

북미대륙에서 캐나다인들은 "kind"한 성격으로 유명합니다. 캐나다인들은 남에게 모진 소리 못하는 것이 국민성이라고요. 대표적 Canadian으로는 헐리웃 배우 라이언 고슬링과 라이언 레이놀즈가 있는데 둘 다 부드럽고 친절한 성격으로 유명하고 또 그 때문에 사랑받고 있죠. 캐나다인들도 자신들에 대한 이런 긍정적 평가를 잘 알고 있고, 자랑스러워하기도 합니다. 예전에 마블의 영화 캡틴 아메리카:시빌 워가 개봉했을 때 극 중 샤론 카터 역을 맡은 캐나다인 여배우의 인터뷰를 본 적이 있는데 미국 인터뷰어가 "같이 촬영한 배우들의 마음에 안 드는 점이 있으면 알려주세요"라며 농담 섞인 질문을 던졌는데, 그 캐나다 여배우의 대답이,


"오, 그런 얘기는 못해요. 난 캐나다인인 걸요."

 

캐나다인이기 때문에 아무리 우스개라도 kind하지 못한 말은 할 수 없다는 거죠. 이 대답을 듣고 미국 인터뷰어가 빵 터져서 "아무렴요~"하고 넘어가더라구요.


제 친구 중에도 캐나다계 미국인이 한 명 있는데, 정말 엄~청나게 착해요. 타인에게 항상 너그럽고 친절할 뿐만 아니라 틈만 나면 집에서 만든 요리나 쿠키를 대량으로 친구들에게 선물하곤 합니다. 한 번은 친구들끼리 있다가 누군가가

 

"넌 정말 True 캐나다인이다. 어쩜 그리 사람이 좋냐?"

 

칭찬했더니, 그 친구의 답변이 걸작입니다.

 

그러게 말이야. 우린 어쩔 수가 없나 봐.
내 사촌은 갱단 멤버였는데
걔 마저도 무지하게 착했어.

 

응?

으...응?

 

농담이 아니라 진지하게 자기 사촌동생이 어찌어찌하여 갱단 멤버가 되어 몇 년 전에는 감옥살이까지 했는데도 불구하고 뼛속까지 캐나다인이라 착.하.다.고 하더라고요. 이걸 믿어요, 말아요???

 

2. 우리도 아시안이라고!!

자신들도 아시안인데 미국인들이 아시안인 줄 모른다고 항변 아닌 항변을 한 이 친구는 과연 어느 나라 출신일까요? 정답은 바로...


인도
입니다.

분명 아시아 대륙에는 인도도 포함되어 있죠.

인도인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저도 살짝 뜨끔했습니다. 아시아 출신인 저 또한 "Asia"라 하면 한중일의 동북아시아와 베트남, 태국, 라오스 등지의 동남아시아만을 떠올리기 때문이죠. 지리적으로 따지면 인도는 분명 아시아 대륙에 자리하고 있습니다만 일반적으로 인도인을 아시안이라고 일컫지는 않습니다. 워낙 큰 나라라서 그냥 "India"라고 따로 부른다고 말하기에는 인도보다 더 큰 중국도 아시아 국가라고 치기 때문에 설득력이 없지요. 

 

근데 저라면 한국인을 그냥 아시안이라고 다른 국가 사람들과 묶어 포괄적으로 부르는 것보다 콕 집어서 한.국.인.이라고 불러주면 더 좋을 것 같은데, 인도인 친구는 자기네만 쏙 빼놓은 것 같아서 기분 나빴는지 불평하기를

 

"이게 다 미국인들이 세계지리에 무지한 탓이야.
어느 나라가 어느 대륙에 붙었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니 원!"

 

아... 아니...
인도가 어디 있는지 알고 있는 나도 인도는 그냥 인도일 뿐, 굳이 아시아라고 생각하지 않았어.
그렇게까지 "아시안"이라고 불리고 싶어 하는 줄 미처 몰랐다...

 

3. 이스라엘에서는 상상도 못 할 일입니다

영어로 Jewish people이라고 하는 유대인들은 자신들의 율법에 따라 Kosher (코셔) 음식만 먹습니다. Kosher란 특정한 요리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유대 율법인 Torah (토라)에 먹어도 좋다고 허락된 종류의 음식을 말한답니다. 몇 가지 예를 들면, 포유류 중에서는 발굽이 둘로 갈라진 동물만 먹을 수 있고, 조류 중에서는 24종류의 금지된 새를 제외한 것들만 먹을 수 있고, 어류 중에서는 지느러미와 비늘이 있는 종류만 먹을 수 있습니다. 또한 음식을 준비하는 과정도 철저히 율법에 따라야 하죠. (정해진 룰이 너무 길고 자세해서 여기서는 소개하지 않겠습니다.)

물론 딱히 종교적이지 않은 유대인들은 평범한 음식도 잘 먹습니다. 그러나 민족성이 강한 유대인들답게 언제 어디서든 코셔만을 고집하는 엄격한 유대인들도 있지요. 제게도 이스라엘 출신 친구가 하나 있는데 평소에는 딱히 그 녀석이 유대인인 걸 느끼지 못하는데 함께 식사를 할 때면 확실히 실감하게 됩니다.

 

얼마 전에는 제가 KFC를 맛있게 먹고 있는 모습을 보더니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네가 그딴 음식을 먹는 줄은 몰랐는데..."

 

다른 사람이 그런 말을 했다면 건강상 Junk Food먹지 말라는 말로 알아듣고 그냥 웃었겠지만, 유대인 친구는 틈만 나면 코셔 코셔 노래를 불러서 어쩐지 짓궂은 농담을 하고 싶어집니다. 그래서 말했죠.

 

그딴 음식이라니?
KFC는 미국 음식의 Alef이자 Tav니라.
(Alef는 히브리 알파벳의 첫 자, Tav는 마지막 자입니다. 즉, "알파요 오메가다"라고 말한 셈이죠.)
미국에서 KFC 안 먹으면 뭐 먹고 살리오.


놀릴 셈으로 히브리 알파벳을 썼더니 그 녀석은 기분이 살짝 나쁜 한편 웃기기도 했는지 피식 웃으며 "그래 많이 먹어라"하고 말더라고요. 그래도 자기 민족의 전통과 율법을 지키려는 친구의 노력은 감탄스럽답니다. 미국에서 코셔 음식만을 고집하려면 상당 부분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데 전혀 개의치 않고 스스로 음식 준비를 하고, 도시락도 싸서 다니는 등 열심이거든요. 이쯤 되면 인정할 수밖에 없지요. 민족은 달라도 뿌리를 잃지 않으려는 노력은 많은 한국인 이민자들도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랍니다.

 

오늘은 미국에서 만난 다른 나라 친구들의 이야기를 해드렸습니다. 재밌게 읽으셨으면 좋겠네요.

 

즐거운 하루 유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