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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적으로 한국인들은 애주가로 알려져 있죠? 한국만큼 다채로운 음주문화를 가지고 있는 나라도 흔치 않을 텐데요. 친구들간의 모임이나 직장 회식 등, 술잔을 기울이며 친목을 다질 기회가 많은 한국과는 달리 미국인들은 술을 그리 자주 마시지는 않습니다. 물론 한창 피끓는 청춘들의 night out은 예외입니다만. 많은 미국인들이 자신들을 Social drinker라고 표현하는데 이는 사교적 자리에서 분위기상 적당히 술을 마시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그래서인지 술 마시는 모임은 썩 자주 갖지 않는 반면 툭! 하면 여는 친목도모회가 하나 있긴 있지요. 바로...

 

 팟럭 입니다.

모임 참가자들이 음식을 한 가지씩 가져오는 파티를 말하죠?
한국에서도 많이들 한다고 들었습니다.


영국에서는 Potluck이라는 단어가 이미 16세기에 등장했을 정도라니까 무척 오래된 풍습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초대받은 손님이 어떤 음식을 가져올 지 모르기 때문에 '솥에서 나오는대로 먹는다'는 뜻으로 Potluck이라는 이름이 붙었답니다.

미국인들이 Potluck를 얼마나 흔하게 하는지 저는 솔직히 말해 지쳤을 정도예요. 최근에만 해도 땡스기빙에 한 번, 크리스마스에 한 번, 뉴이어에 한 번을 비롯하여 심심해서 한 번, 생일 맞은 친구를 위해 한 번, 이직하는 동료를 위해 한 번, 금요일이니까 한 번, 등등 뭐 팟럭을 열고 싶은 이유는 갖.다.붙.이.면. 그만입니다. 대학시절부터 지금까지 제가 겪은(?) 팟럭을 전부 기록했었다면 지금쯤 책 한권은 나왔을 것 같네요.

자주 하는 만큼 팟럭의 종류도 많은데 이 역시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랍니다. 제가 지금껏 참여해 본 팟럭 중에 기억나는 것 몇 가지만 말해 볼까요?


1. Meat/Vegetable 팟럭

마치 고기 뷔페, 채소 뷔페처럼 한 가지로 정해서 모든 참여자들이 고기면 고기 채소면 채소 요리를 준비해 오는 팟럭이에요. 육식녀인 저는 Meat Potluck이 차~암~ 마음에 들었는데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양고기까지 원없이 고기를 먹었던 기억이 나네요.


2. Sandwich 팟럭

이건 간단한 점심 팟럭이었는데 간편하면서도 만족도가 높습니다. 참여자들이 가져온 각종 빵, 채소, 치즈, 고기, 소스 등을 차려놓은 뒤 각자 취향에 맞는 샌드위치를 직접 만들어 먹는 거죠. 미리 만들어놓은 샌드위치를 먹는 게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재료를 선택해 만들어 먹을 수 있기 때문에 모두들 좋아하더라구요.


3. Multicultural 팟럭

"다문화 팟럿"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듯이 이건 그냥... 거~업~나~ 맛있는 PARTY입니다! 다양한 민족의 사람들이 모인 집단에서 자주 하는데 각자 민족 고유의 음식을 가져오는 거죠. 저는 Multicultural Potluck을 할 때마다 캘리포니아를 사랑하게 된답니다

후~아~

미국 음식, 멕시칸 음식, 중국 음식, 베트남 음식, 타이 음식, 이탈리안 음식,
인도 음식, 심지어 아프가니스탄 음식까지 (그것도 홈메이드!) 먹을 수 있는 기회가
이렇게 쉽게! 이렇게 자주!! 있다니...

나의 세계의 신은 아마
나를 포동포동 살찌워 잡아먹으려고 하시는가 보다...


훗~

하지만 내게도 방법은 있지.
나는 마치 헨젤이 된 듯,
 통통한 손 대신 다 먹은 닭 뼈를 내밀겠다!!!


4. Turkey 팟럭

미국 명절음식의 대명사, 칠면조 팟럭도 있습니다. 칠면조 구이는 조리법은 간단하지만 보~통 3시간 이상 구워야 하기 때문에 번거로운 음식 중 하나인데 팟럭에 등장하기도 합니다. 칠면조를 담당하는 사람 1-2명을 제외한 나머지 참가자는 칠면조와 함께 먹을 수 있는 다른 모~~든 음식 및 side dish를 준비하죠. 얼마 전 크리스마스에 저도 칠면조 팟럭에 참여했는데 20명 정도의 사람들 중에 2명이 칠면조를 맡았고 나머지 18명은 다른 요리와 소스, 빵, 디저트 등을 준비했었습니다.


5.  팟럭인 듯 팟럭 아닌 팟럭 같은 팟럭

이건 썸타는 팟럭이 아니라 간혹 다 같이 모여 식사를 할 건수(?)는 있지만 요리를 준비할 여력이나 시간이 없을 때 사용하는 방법으로, 식당에서 밥을 먹되 식대는 모두 나눠내는 것입니다. '그건 팟럭이 아니라 그냥 Dutch Treat이잖아요?' 라고... 물을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Dutch Treat은 각자 자신이 먹은 음식 값을 내는 것이지만 이 썸타는 팟럭은 내.고. 싶.은. 만.큼. 돈을 낸답니다. 예를 들면 $10짜리 음식을 먹고 $20을 낼 수도 있고, $15짜리 음식을 먹고 $3불만 낼 수도 있는 거죠. 반드시 얼마를 내야한다고 정해진 룰이 없기 때문에 돈을 많~이 내는 사람도 있고 아예 내지 않는 사람도 나올 수 있습니다.  (네, 음식을 먹고도 돈을 전혀 내지 않는 사람들도 있지요. 미국에도 빈대들은 있으니까요.) 음식을 가져와야 하는 팟럭을 해도 어마어마한 홈메이드 요리를 가져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간단히 마켓에서 산 컵케이크 한 상자를 가져오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음식 대신 현금을 내는 팟럭에서도 사람마다 차이가 있는 셈입니다.


6. Catering 팟럭

출장 팟럭도 물론 있습니다. Catering 서비스를 이용하는 팟럭은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아도 되는 편리함은 있지만 금전적 부담이 따른다는 단점이 있죠. 음식의 종류와 사용되는 식기 수준에 따라 금액은 천차만별입니다. 일인당 $10-20선에서 할 수 있는 저렴한 팟럭이 있는 반면 '아~ 진짜 이 돈내고 팟럭 꼭 해야 돼?!'   하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고급 팟럭도 있답니다.


제가 직접 경험해 본 팟럭만 해도 이런 저런 다양한 종류가 있으니 이 밖에도 무궁무진한 팟럭이 있겠지요. 또한 팟럭의 형태도 각양각색이라 참가하기 전에 주최자에게 몇 가지 룰을 미리 물어보는 것이 좋답니다.


1. 요리의 종류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기 때문에 미리 가져올 음식을 정해두지 않으면 중복되는 메뉴가 나올 수 있습니다. 팟럭의 묘미는 다양한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점이죠? 이상적으로는 열 명이 참여하면 열 가지 다른 요리가 나와야 하니까요. 그런데 만약 열 명 중 네 명이 똑같이 잡채를 가져왔다고 생각해 보세요.


아이고 의미 없다...


보통은 미리 무엇을 가져올 지 적는 sign-up sheet이 있지만 간혹 참여자에게 일임하는 팟럭도 있으니 다른 사람들이 무엇을 가져올 지 알아두는 게 좋겠죠?


2. 팟럭의 격식

다같이 모여 식사를 하는 즐거운 시간에 급을 매길 수는 없지만 격식의 레벨은 다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캐쥬얼하게 일회용 접시와 플라스틱 수저를 사용하는 팟럭도 있고, 번쩍번쩍 잘 닦인 스푼과 포크가 등장하는 팟럭도 있거든요. 알기 쉽게 보여드리자면,

 


(Wikipedia.org)

 이 팟럭에 참여할 때와

 


(tablespoon.com)

이 팟럭에 참여할 때 옷차림이나 태도는 달라야하겠죠?


팟럭의 격식 차이가 나는 이유는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 경험에 한하여 말하자면) Occasion의 차이입니다. 친한 친구의 생일 기념 팟럭, 이웃의 은퇴 기념 팟럭, 직장 상사의 승진 축하 팟럭 등등 상황에 따라 팟럭의 모양도 다르기 마련이니까요.


3. 현금 각출 여부

음식만 가져와도 되는 팟럭이 있는가 하면 음식과 함께 현금을 약간씩 내야 하는 팟럭도 있습니다. 소액이기 때문에 부담되지 않는 정도인데 이 돈은 일회용 식기나 수저 혹은 집에서 만들기 힘든 특식을 사는데 쓰입니다. 음식 대신 수저와 접시, 컵과 냅킨을 담당하여 준비하는 사람이 따로 있을 때는 돈을 걷지 않지만 모든 사람이 철저히 음.식.만.을. 가져와야 하는 팟럭인 경우에는 식기를 살 돈을 따로 걷기도 합니다.


자, 이쯤에서 제가 알고 있는 팟럭 상식은 바닥이 드러났네요. 여러분 중 재밌는 팟럭을 경험해 보신 분들이나 팟럭에 대해 추가하고 싶은 정보가 있는 분들은 댓글에 참여해 주시면 좋겠죠?!

오랜만에 슬~금 슬~금 나타난 방인 씨는 이만 물러갑니다.
여러분 신나는 월요일!  


이 글은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쓰여졌으며, 미국 문화를 일반화할 수 없음을 알려 드립니다.



 

  1. 미우  at 2015.01.12 07:32 신고 [edit/del]

    즐거운 월요일이 되시기를!

    Reply
  2. vision2real at 2015.01.12 07:50 신고 [edit/del]

    몰랐네요, 팟럭!
    덕분에 즐거운 월요일 시작합니다~~^^

    Reply
  3. 들꽃처럼! at 2015.01.12 09:45 신고 [edit/del]

    아이들 발레수업에서 이런식으로 간식 파티를 해요.
    첨 했던 날..
    어쩜 그리 다들 요리를 해왔던지 만두 달랑 구워 갔던 손이 민망하더이다~~
    그래도 꿋꿋하게 만두와 치킨너겟으로 밀고 있어요~~ ^^V

    방인님 살아계셨구랴~~
    걱정하고 있었다오~~~~

    Reply
  4. 콩양과함께 at 2015.01.12 10:36 신고 [edit/del]

    다문화 팟럭에 가장 참여하고 싶어요~
    다양한 문화의 가정식 요리를 즐길 수 있다니~~
    아.. 요리에 자신이 없는 전..
    훌륭한 우리나라 음식을 욕 먹이게 될 수도 있겠군요ㅜㅜ

    Reply
    • -이온- at 2015.01.26 14:57 신고 [edit/del]

      저도 다문화 팟럭 엄청 참여하고 싶지만,
      저의 엄청남 요리실력으론 다른 사람들에게 훌륭한 한식이 시망똥망이 될 것 같으므로 그런 기회가 있더라도 도망가야할 것 같아요.

  5. 존사모님 at 2015.01.12 12:10 신고 [edit/del]

    제가 제일 궁금한 것은 수많은 팟럭 파티에 방인님은 무엇을
    만들어가셨나 하는 거에요^^

    Reply
  6. 다각도 at 2015.01.12 16:55 신고 [edit/del]

    닉넴 수정이 안돼서 알려드리는데 저 가끔 댓글쓰고 가는 뿅입니당
    우와 수많은 종류들이 있네요! 나름 좋은 방식인거 같아요!!! 잠시 가본 캐나다 어학연수에서 한번 이거 했었는데 재밌었던 기억이있네요!!! 다른 나라 음식도 맛볼수있었거든요!!!그땐 음식만든다고 정신없어서 뭐라 부르는지도 몰랐었는데 덕분에 알아갑니당!!

    Reply
  7. 일본의 케이 at 2015.01.12 20:56 신고 [edit/del]

    저도 참가해 보고 싶어지는데요. 잘 읽고 갑니다

    Reply
  8. 덤플링 at 2015.01.12 21:37 신고 [edit/del]

    안녕하세요? 글 잘보고 가용~ 전 참 이넘의 파티문화는 적응이 잘 안된다는...ㅋㅋ
    그럼, 좋은 하루 보내세용~~~ :)

    Reply
  9. AKA 맴매 at 2015.01.13 03:56 신고 [edit/del]

    팟럭은 먹을때는 다양한 음식을 먹을 수 있어서 좋은데 준비할때는 뭘해야 할지 좀 난감한것 같아요..
    정말 리스트 쫙~ 적어놓고 그중에서 고르라고 하는게 제일 편한데.. ^^
    요즘 아이 엄마들 모임도 팟럭으로 많이 하는데 부담없어서 좋아요..
    저도 국제적인 팟럭 가고 싶습니당.. 흑...
    학교 졸업한 후로는 그닥 홈메이드 외국음식을 먹어본적이 없네요...
    아.. 갑자기 배고프다.. ㅠ.ㅠ

    Reply
  10. 쇼퍼홀릭 G양 at 2015.01.13 15:50 신고 [edit/del]

    팟럭 :) 좋은 미국 음식 문화네요~ 다양한 문화의 음식을 저도 느껴보고 싶네요 ㅎㅎ

    Reply
  11. 하람's at 2015.01.13 20:32 신고 [edit/del]

    유용한 정보감사합니다 ^^~

    Reply
  12. 유머조아 at 2015.01.13 22:21 신고 [edit/del]

    미국문화가 조금은 이해되는군요.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Reply
  13. 아빠소 at 2015.01.15 20:49 신고 [edit/del]

    이방인님 지금도 꾸준히 블로그 활동 하고계시네요. 정말 대단하십니다~
    전 한 이년간 실컷 놀고, 포스팅의 압박에서 벗어나 생활하다가 이제 부담없이 즐기면서 하려고
    블로그도 새로 만들었답니다. 재밌는 글 계속 올려주세요. 자주 놀러올게요 ^^

    Reply
  14. at 2015.01.16 21:19 [edit/del]

    비밀댓글입니다

    Reply
  15. 늙은도령 at 2015.01.17 22:06 신고 [edit/del]

    우리에게도 이런 여유가 주어져야 하는데....
    무한경쟁에 시달리다 보니.....

    Reply
  16. 열매맺는나무 at 2015.01.17 22:27 신고 [edit/del]

    친구들집에 방문하거나 소풍갈 때 도시락 팟럭을 즐겨 하는데, 각양각색의 멋과 맛은 항상 모임을 즐겁게 합니다.
    물론 귀찮아 하는 친구도 있긴 하지만요. ^^

    Reply
  17. 또리또리똘또리 at 2015.01.18 20:10 신고 [edit/del]

    로그인하면 다음에만 로그인하면 될 줄 알았는데
    티스토리까지 로그인해야 한다고 해서 ..잃어버린 아이디, 비번 찾느냐고 낑낑 댔네요 ㅜ0ㅜ

    그나저나 팟럭파티 ㅋㅋ
    예전에 스마일 엘리님께서도 한 번 포스팅 한 적이 있습니다.
    근데 두분다 재미있게 쓰셨는데 한 가지 차이점이라면
    스마일 엘리님은 역시 주부인지라 상 차리는 어머니 입장에서 쓰셨다면
    방인님은 먹는 입장에서 찰~지게 쓰신 것 같아요. ㅋㅋ

    저거 일종의 음식 더치페이라고 보면 되는데
    확실히 좋아요!! 추천 누르고 싶은 파티에요.
    저 역시 팟럭 파티의 장점을 알고 부터는 사소한 모임에 갈때는 항상 저 먹을 건 챙겨 갑니다.
    매주 한 주에 한 번 반나절정도 하는 모임이 있는데요,
    제가 항상 5천원 이하 정도 비용으로 저 먹을 빵이나 과자를 사 가니까 (디저트 준비)
    다른 언니들도 김밥이나 비빕밥 등 사오기 시작해
    집주인 언니는 접시랑 수저, 김치 정도 반찬만 내오는 게 정착 되드라구요.
    만약에 모임을 하는 집주인 언니만 매번 모든 걸 준비해야 한다면 집주인 언니는 부담감을 느낄테고
    그럼 그 모임이 쭉 지속될 수 있을까...싶어서 일부러 매번 먹을거리를 챙겨 갔던 건데
    예상대로 1년 넘게 지속되고 그 어느 모임보다 분란 없이 잘 유지되는 거 보면 제 행동이
    나쁘지 않다 싶어요. ( 타 지역 똑같은 모임은 망했음)

    행여 앞으로도 사소한 모임이나 집들이 같은데 초대되면 저 먹을 건 챙겨 갈랍니다.^^
    생각보다 의외로 잼있었고 추억이 많은 파티라.."전염시킬테닷!" 맘 먹고 있어요.
    이상 팟럭파티에 중독된 (개인적으로 뷔페 짱!! 좋아함 ^^)식탐녀였습니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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