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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저는 무려 35분 동안이나 미국인 지인의 하소연을 들어야 했답니다. 그 분은 아직 50대 초반이지만 결혼을 일찍 하여 22살에 낳은 첫 딸이 올해 29세입니다. 그 스물 아홉 된 딸이 약 1년 전에 첫 딸을 낳았지요. 그렇다면 제 지인이 생애 처음으로 얻은 손녀가 곧 돌을 맞이하니 매일이 즐거워야 마땅할 텐데 무슨 하소연이 그리 길까요... 이야기만 전해 들어도 뒷목 잡고 싶어지는 그녀와 그녀의 딸의 이야기 한 번 들어보세요.

독일계 이민자의 후손인 그녀는 독실하고 엄격한 천주교 집안에서 자랐고, 마찬가지로 유럽계 이민자 후손 집안의 남자를 만나 결혼했습니다. 어린 나이에 낳은 딸도 착실하고 얌전하게 키워 여느 미국 아이들과 다르게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남자친구를 사귀어 본 적도 없다고 합니다. 공부도 썩 잘해서 대학을 졸업하고 석사 과정을 밟고 있던 중이었는데, 그러던 중이었는데!


어디서 나타났는지도 알 수 없는 놈.팽.이.를 만난 겁니다.


고등학교 졸업장도 없고, 변변한 직업도 없고, 미래도 딱히 없어 보이는 남자를 만나고 얼마 되지 않아 석사 과정을 중도 포기하고 학교를 그만 두더니 당장 살림을 차리고, 결혼도 하지 않고 아이부터 덜컥 가진 거죠. 제가 누누히 말씀 드렸다시피 미국에도 보수적인 사람들이 꽤 많은데, 제 지인 부부가 바로 그러합니다. 박사 학위를 딸 것이라 생각하고 있던, 곱게 키운 딸이 그런 남자를 만나 임신했다는 소식을 듣고 제 지인과 남편은 충격으로 쓰러질 지경이었다고 해요. 그도 그럴 것이 타 주에서 공부를 하고 있던 딸이 그 남자를 만나고 학교를 그만 둘 때까지 부모에게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던 거죠. 아이를 가지고 난 후에야 더 숨길 수 없다고 생각했던지 뒤늦게 모든 걸 털어놓았다고 합니다. 너무 놀란 제 지인 부부가 당장 딸이 있는 곳으로 날아가 보니, 세상에 세상에... 그 남자는 천하에 둘도 없을 것 같은 불한당이었대요. 여자친구 부모님을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탁자 위에 신발 신은 두 발을 올리고 담배를 피우며 "이제 당신 딸과 나는 둘이 잘 살 테니 더 이상 찾아오지 말라"고 했다지 뭡니까. 더 기가 막히는 건, 딸이 그 남자가 그러는 걸 가.만.히. 보고만 있더라는 겁니다. 쉽게 말하면,


사랑인지 뭐시긴지에 완~전히 눈이 먼 거죠.


저희 부모님이었다면, 아니 평범한 한국 부모님이었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딸을 끌고 돌아왔을 것 같은데 제 지인 부부는 역시 미국인은 미국인이라 "스물 아홉이나 된 딸의 인생을 부모 하고 싶은대로 컨트롤할 수는 없다"며 그냥 돌아온 후에 두 부부가 며칠을 울고 남편은 화병에 걸릴 지경이었다고 합니다. 여기까지 듣고 저는 생각했죠.

 

아아악~~ 제발 컨트롤 해 줘요.
듣고 있는 내가 더 괴로우니까 제발 컨트롤 해 줘요~~~!!!!


부모님이 실의에 빠져 있는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딸은 그 후로도 계속 연락이 없다가 아이를 낳고 3개월 후에야, 그것도 제 지인이 딸과 그 남자, 그리고 아이의 왕복 비행기 표를 다 사서 보내며 제발 한 번 만나자고 애원한 뒤에야 한 번 다녀갔다고 합니다. 그 때도 그 놈팽이가 사사건건 시비를 걸고 심지어 손녀를 안아 보지도 못하게 했대요. 상황이 이쯤 되면 '나 죽는 꼴 보고 싶냐!'라는 협박이라도 해 가며 뜯어말릴 만도 한데 제 지인은 수도 없이 이 말만 반복하더라구요.


"우리 남편이랑 나는 그 생각만 하면 나오느니 한숨이고 눈물 뿐이야.
하지만 내가 뭘 어쩌겠어. 우리 딸은 스물 아홉 살이야.
자기 인생 사는 걸 내가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는 일이잖아."


몇 번 말해도 부족하지만, 한국 부모님 같았으면 이미 ["호적에서 파겠다" + "내 눈에 흙이 들어가거든" + 뒷목 잡고 쓰러지기] 3종 세트를 시전했겠죠? 제 지인도 속으로는 그 망할 녀석에게 불꽃 싸다구를 날리고 싶은 심정이라고 하더라구요. 하지만 결론적으로 딸의 인생은 딸의 것이라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하네요.


쿨하고 싶지 않아도 쿨.해.야.만. 하.는. 미국 부모의 고충이랄까요.


만약 제가 그런 지경에 빠졌다면 저희 부모님이 얼마나 괴로우실까 생각했더니 그 지인이 못견디게 가여워졌습니다. 더군다나 얼마 후면 손녀의 돌이 다가오는데 생일 파티에 갈 수 있을지 없을지도 아직 모른대요. 딸은 모든 일에 그 남자의 결정에 따르고 있기 때문에 그저 처분만 기다리고 있는 셈이랄까요. 아휴~ 정말 듣고 있는 제가 답답해서 속이 터지더라구요.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첫 아들을 얻었다며 기뻐하는 동생에게 했다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너는 평생 눈을 뗼 수 없는 적을 낳아 놓고 기뻐하는구나."


한국이나 미국이나 부모님들이 자식들 키우며 속 썩는 건 다 똑같네요. 엄마 아빠, 죄송합니다. 엉엉엉

 

 

여러분은 부모님 속 썩이지 마세요, 유후~



 

  1. 비즈만세 at 2014.10.10 08:58 [edit/del]

    그러고 보면 서양권 부모님들은 다 쿨한척 하셔야 하는 모양이에요 님도 영국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를 아시지요? 그부모님들이 베니를 변호사나 판사로 키울려고 무지하게 고생하신 모양이에요 무리하더라도 고등학교 대학교를 좋은데 보내고 이제 졸업만 하면 법조계로 가는건 거의 확실시 되는상황에서 우리베니 부모에게 대못박는 얘기를 합니다 '어머니 아버지 저 배우할래요?' 진짜 우리나라 부모님 같으면 진짜 아까 님이 말한 3종세트를 시전하고도 남을 상황인데 베니 부모님은 '그래 니가 행복하길 빈다' 이말 한마디로 끝.;;;정말 대단하다고밖에는.;;;;;;;;;;;;서양부모님들은 진짜 왜 쿨한척 하셔야 할까요 한번쯤은 (그렇게 고생해서 키웠으니)징징 거려도 되실법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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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맴매 at 2014.10.10 11:56 [edit/del]

    오랜만에 슬픈 얘기가.. ㅠ.ㅠ
    저런 일이 일어날까봐 공부 잘하는 자식을 타주 유명한 대학에 합격했는데도 보내지 않은 부모를 하나 알고 있습니다만...
    콩깍지가 문제지요........
    아니면 젊음이 문제일까요?
    젊을때 콩깍지가 씌이면 이대로 모든것이 다 잘될거라고 생각이 되니까요...
    아마 저런일이 제게 일어나면 저역시 억지로 끌고오지는 못할것 같아요...
    발에 족쇄를 채워놓을수도 없는거고 뭘 어쩔수 있겠어요...
    이런일이 일어나지 않길 기도할수밖에..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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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지나가다 at 2014.10.10 12:24 [edit/del]

    쿨한 행동의 단점 인듯 해요.
    한국 이었으면 결사 반대 했을 거예요.
    드라마에 잘 나오는 한마디에 대사가 생각 나네요.
    내눈에 흙이 들어 가기 전에는 절대 안돼 라고
    쿨한게 좋은것만은 아니네요.
    리뷰 잘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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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들꽃처럼 at 2014.10.10 14:49 [edit/del]

    아이고 뒷목이야~~~~
    애지중지 키웠는데 이런 날벼락이!
    다 교육 시키셨는데 남자 보는 눈은 안가르치셨나 봅니다
    이를 우째...

    사실 저도 학벌도 집안도 다 저보다 빠지는 남자를 만나
    2년의 반대 끝에 겨우 결혼했답니다 ^^
    집에 갇힌 적도 있어요 ㅡㅡ
    친정 아빠가 중병이신지라 살아 생전에 결혼 시킨다고 겨우 허락 받았어요
    다행히 둘째 트루디 9개월 까지는 보셨답니다 ^^;;
    그래두... 전 저 정도는 아니잖아요~~~
    다행히 제 남편은 인격이? 사람이 좋은지라
    나중엔 인정 받았어요
    잘난 당신 아들들 보다 사람은 확실히 좋았거든요
    (잘난 아들들... 흥!)

    결혼한다고 목사님께 인사 드리러 갔던 날
    네가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 알겠다는 목사님의 말씀에 어찌나 울컥 하던지요...

    저 두사람도 친정 부모님의 마음엔 안들지만
    둘이 사랑한다면, 둘만 행복하다면
    억울한 마음 접으실수 있을꺼예요

    그래도...
    제 3자가 봐도 억울하기는 하네요
    그래도 어쩌겠어요
    제눈의 안경이고
    지 팔자 지가 꼬는거고...

    에구
    우리 딸들은 저런 일이 없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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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꼬미 at 2014.10.10 20:37 [edit/del]

    요즘 한국에서는 비정상회담이라는 프로가 인기를 얻고 있는데요,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각국 청년들을 모아서 토론을 벌이는 예능프로예요, 위에 글과 상당히 비슷한 내용이 첫 회에서 토론이 되었는데 대체로 유럽국가 사람들은 자식을 자신의 소유물로 여기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반면에 아시아 국가 사람들은 자식을 좀 자신의 소유물로 두려는 경향이 강하다고 할 수 있구요, 그래서 특히 울나라 부모님 같은 경우는 부모의 의사에 반하는 행동을 자식이 했을경우 위에서 말했듯이 3단 쓰리콤보를 시전하는거지요....ㅋㅋㅋ 그때 벨기에 국가 대표로 나온 패널이 한 말중에 가장 인상적인게 자신의 부모님은 자기에게 "너를 만난게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큰 행복이다" 라고 말했다고 하더군요, 내 소유가 아닌, 부모와 자식도 어찌보면 인연의 법칙으로 만나게 되는게 존재가 아닌가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근데 어떻게 보면 이런 유럽식 부모가 냉정하다고도 할 수 있을것 같아요, 한마디로 "네 인생 네것이니 네가 알아서 책임져라"라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도 볼 수 있을것 같거든요, 그 반대로 자식의 불행은 곧 나의 불행이라면서 자식의 인생까지 관여하려는게 바로 아시아쪽 부모이구요...ㅎㅎㅎ 전 그래도 유럽식이 좋은것 같아요..^^

    Reply
  6. 키키영구 at 2014.10.10 22:29 [edit/del]

    억장이 무너지네요 ^^
    근데 결국 자기 인생 자기가 사는 것이고...에휴
    아주 여러모로 상태가 안좋은 사람과 산다면
    얼마 못가서 내가 미쳤었구나 ...하지 않을까요..;;;
    학업을 중단한게 좀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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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콩양 at 2014.10.10 22:32 [edit/del]

    순진한 아가씨가 눈에 콩깍지가 단단히 씌였군요.ㅜㅜ 그 아가씨도 나중에 부모 맘 알게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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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4남매어무니 at 2014.10.11 01:28 [edit/del]

    러브레이스라는 영화가 생각납니다
    그 남자가 불한당이라면 그 따님은 스물아홉살이어도 엄마아빠에게 눌린 아이처럼 그렇게 자기도 모르게 당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샤론 스톤 많이 야한 영화이지만 꼭 보셨으면 좋겠어요 러브레이스...

    Reply
  9. 맨솔 at 2014.10.11 12:05 [edit/del]

    그 남자가 부모님은 모르는 엄청난 매력이 있으니 빠졌겠죠
    과연 뭘지....ㅎㅎ

    Reply
  10. 아메리카노 at 2014.10.11 13:10 [edit/del]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우리는 물가로 데려가 너희에게 물먹는 법을 가르치는거지 떠먹여줄 수 없다고 하셨듯 부모님도 자식을 사냥해서 일평생 뒷바라지 하는게 아니라 사냥하는 법을 가르쳐 주는게 자녀의 삶에 도움이 된다고 봐요... 그런고로 공부만 시킨 결과가 이웃님 사태인듯요.. 사람 사는건 한국이나 미국이나 비슷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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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존사모님 at 2014.10.11 20:13 [edit/del]

    너무 공부만 시키고 보수적으로 키우는 것이 좋은 건 아닌 것 같아요
    아주 어릴 적부터 이성을 사귀는 것 역시 권장할 만한 일은 아니지만
    일정 나이 이상이 되면 이성에 대한 눈을 키우는 연습을 하는 게 좋죠

    방인님 지인분 딸은 다이너 마이트를 지고 불구덩이로 뛰어든 형국이네요
    그런 그지 같은 남자 만나서 계속 잘 살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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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이이일221 at 2014.10.11 20:37 신고 [edit/del]

    충격적이네요.....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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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프라우지니 at 2014.10.13 02:00 신고 [edit/del]

    독일계여서 보수적인 부분이 있는 부부인거 같습니다. 아예 미국인이면 정말 쿨했을수도 있을텐데 말이죠. 이곳 유럽(우리집만 그런지 모르겠지만..)도 부모가 자식의 일에 눈을 부릅뜨고 주시를 합니다. 무슨일이 하는지, 어디를 가는지등등등. 저희는 중년부부임에도 시부모님이 항상 저희를 주시하고 계십니다. "난 널 보고 있다~"하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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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aimee at 2014.10.13 15:52 [edit/del]

    저 대학때 교수님이 미국 유학가셔서 기숙사에서 지냈는데 룸메이트 부모가 맨날 와서 자시그얼굴좀 보려고 와서 며시간씩 기다리셨데요. 진작 그 자식은 파티에미쳐 안들어 오는 날도 허다 했다고 하더라구요 . 그교수님왈 어디가나 부모들은 다 똑같다고 생각하셨다고 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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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at 2014.10.13 15:58 [edit/del]

    비밀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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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 훼릭스 at 2014.10.17 09:55 [edit/del]

    한국과 다른 문화에 대해 소소히 알려주어 재밌게, 그리고 고맙게 보고있습니다.

    알죠? 한국은 어떤지..
    우리집에 35살짜리 노총각 처남, 직업 반듯하고 성격 좋은데 사귀는 아가씨, 지방에 계신 장모님 반대전화 한 통때문에 큰 고민에 빠져있습니다. 아마 잘하면 몽둥이 찜질까지 각오해야 할 상황...

    어디나 장단점은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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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 어린 아이 at 2014.10.25 21:35 [edit/del]

    저도 엄마 아빠한테 속 썩이지 않으려고 노력을 하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네요. 악마가 저한테 와서 나쁜짓을 가르치나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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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 at 2014.11.04 11:28 [edit/del]

    근데 저건 딸이 제대로 살고 있는거 같지않아요..
    모든 일을 남자가 하라는대로 한다니.. 제가 부모라면 정말 제대로 살고 있나 알아본다음에 괜찮으면 쿨하게 놔줄거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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