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Welcome to California

한류팬 미국 아주머니들의 네트워크, 체계적이라 깜짝 놀랐네!

틀 전에 집 앞에서 옆집 아주머니와 마주쳤습니다. 아주 오~래전에 언급한 기억이 나는데 옆집 아주머니는 일본계 미국인으로, (중국계이신 줄 알았다가 최근에 일본계 3세시라는 걸 알았어요.) 어.마.어.마.한 한류팬이십니다. 드라마면 드라마, 노래면 노래, 음식이면 음식까지 한국 것이라면 뭐든지 일단 좋아하고 보시는 분이지요. 그 덕분인지 저희 가족에게 무척이나 호의적이신데 스스로를 "Your neighbor Ajumma" (너의 이웃 아줌마)라고 칭하시며, 자주 마주치는 저희 어머니께 늘상 한국 드라마 이야기를 하신다고 해요.

저랑은 딱히 접점이 없어서 오며 가며 인사를 나누고 짧은 수다를 떠는 정도지만 이틀 전에는 갑자기 한국 드라마로 이야기가 시작되어 무려 30분을 집 앞에서 떠들었답니다. 알고 보니 아주머니는 이 동네 한류팬들 네트워크에 속한 분이셨습니다. 그 네트워크는 다음의 구조로 짜여 있더군요.

 

공급책:

중국계 미국인으로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초고수 한류팬
드라마와 자막 입수 및 제작

중간 관리자:

옆집 아주머니가 바로 이 역할
1차로 폴더 건네 받아 방연연도 순으로 정리하여 보관

↙    ↙    ↙    ↓    ↓    ↘    ↘    ↘   

일반 회원들:
10분 거리의 뒷집 아주머니, 그 아주머니의 사촌, 옆집 아주머니의 직장 동료 등등
중관 관리자가 공평하게 분배해 주는 파일을 넘겨 받아 감상한 후,
다 본 파일을 서로 교환하며 한 바퀴 돔


이렇게 3단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피라미드 최상단의 공급책 아주머니는 한류팬 경력이 오래라 한국말도 꽤 알아들으시기 때문에 영문 자막을 스스로 만들기도 하신다네요. 그 다음 간부(?)가 바로 저희 옆집 아주머니로, 컴퓨터에는 한국 드라마가 방영연도별로 폴더에 저장되어 있다고 합니다. 오래된 작품부터 보기 시작하는데 그 양이 얼마나 방대한지 매일 매일 근면성실하게 감상해도 최신작품을 따라잡으려면 한 세월 걸릴 것 같다고 하시더라구요. 하긴, 2년 전에 옆집 아주머니께서 선덕여왕에 푸~욱~ 빠져 지내신다는 이야기를 어머니께 얼핏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참고로 선덕여왕은 한국에서 2009년에 방영됐죠?)

그래 요즘은 어떤 드라마들을 보고 계시냐 물었더니 "Heaven's Order"라는 폴더를 이제 갓 여셨다고 합니다.

'헛, 헤...헤븐스 오더가 뭐지???'

여러분은 어떤 작품인지 알아들으셨나요? Heaven's Order란 바로 이 드라마!

 

천명 조선판 도망자 이야기였습니다.
천명 = Heaven's Order 였던 거죠.


저는 이런 드라마가 있는 줄도 몰랐다가 아주머니 말씀을 듣고 인터넷 검색하여 알아냈답니다. Heaven's Order 이전에 보신 작품은 <Rascal Sons (악동 아들들)> 이라는 것인데 이건 또 어떤 드라마인지 아시겠나요?

 

저는 이 드라마의 존재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아주머니는 이성재 씨 얼굴이 참 마음에 든다고 하시더군요.


흔히 한류팬이라고 하면 아시아권에서 인기가 많은 한류 스타들이 출연하는 작품 매니아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주머니의 입에서는 저는 듣느니 처음인 각종 드라마의 제목들이 줄줄 쏟아져 나오더라구요. 어떻게 그렇게 다양한 작품들을 섭렵하냐 물으니, 한국의 모~든 드라마들을 매의 눈으로 찾아내는 초고수 공급책 아주머니의 주도하에 회원들에게 사극, 일일드라마, 주말드라마, 미니시리즈 등을 적절히 배합하여 공급한다고 합니다.

그렇습니다.
왕고께서는 휘하 회원들의 장르 편중을 용납치 않으시는 것입니다.


덕분에 옆집 아주머니는 저도 모르는 한국 드라마를 꿰고 계셨던 거죠. 천명을 다 보고 나면 "써롸~노" 라는 폴더가 기다리고 있다고 하시길래 저는 잠시 멍~하니 "써롸~노"가 무슨 뜻인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써롸~노가 뭐지???
아~ 이런 영단어는 들어본 적이 없는데???
대체 뭐지???


하며 당황하고 있는 찰나, 아주머니께서 제가 못 알아듣자 드라마 내용을 마구 설명하기 시작하셨습니다. 한 2분 쯤 들었을 때 저는 "아아~~ 프흐흐흐" 하고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는데요. "써롸~노" 라는 드라마가 바로 이 작품이었기 때문입니다.

 

초고수 공급책께서는
"시라노" 라는 한글을 SIRANO 라고 옮기신 듯합니다.
한글을 아는 그 분은 제대로 읽으셨겠지만
옆집 아주머니는 쓰여진 영어 그대로 "써롸~노"라고 제게 전하신 거죠.


예상치 못한 곳에서 일격을 당한 저는 속으로 어마무지하게 웃었지만 아주머니께서 민망해하실까 봐 터져나오는 폭소를 참으려 애써야 했답니다. 아직도 열지 않은 한국 드라마 폴더가 많아서 내년까지도 거뜬할 것 같아 행.복.하.다.는 옆집 아주머니를 보며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아주머니, 그런 정신 좋습니다!
경주마처럼 오직 폴더만 보고 계속 달리시는 겁니다!

왕고를 제치고 피라미드 최상층에 도달하실 날이 머지 않아 보입니다요~!


써롸~노 덕분에 한껏 유쾌했지만 그 후로도 10분간 이어진 아주머니와의 대화 끝무렵에 저는 진땀을 흘리며 속을 끓여야 했는데 그 사연은 다음 포스팅에서 이어집니다.

여러분 신나는 하루 유후~

  • 제임스 2014.10.03 08:19

    이런 ~ 첫번 댓글의 행운이 나에게? 와우 ~ 늘즐겁게 잘읽고 있어요 ~ 어찌 그리 우리 말을 적절히 잘 쓰시는지 ~ '왕고' 에서 웃었어요 ~~~ 혹시 군대도 갔다 오셨나요? ㅋ

  • 들꽃처럼 2014.10.03 08:26

    헉!
    저는 다 모르는 드라마예요 ㅡㅡ;;;
    우리 드라마가 재밌나요?
    도대체 이해가 안간다는...

    전 닥터후 시즌8이 시작해서 넘 행복해요
    닥터역 배우가 바뀌긴 했지만 닥터는 닥터니까요

    저 이번에 프라임 무비팩이라고 새로 가입을 했는데요
    (캐치온처럼 VOD 맘대로 보는거요)
    세상에 세상에...
    없는게 없어요~~~~
    본전 빼려면 열심히 봐야 할듯!!!!

    방인님~
    생일 축하해요~~~~~

    • rayan 2014.10.11 06:18

      어휴, 역시 미국 아줌마들도 드라마를 다 꿰고 있군요. ㅎㅎ 저는 하나도 모르겠네요. ㅡ.ㅡ;;; 사실 근래에 한국드라마를 본적이 없으니 당연하겠지만 그래도 유명한 거면 제목이라도 들어봤을텐데...

      저번에 댓글검사하신다고 하셔서 열심히 댓글 다는 중! ㅋㅋ

  • 맴매 2014.10.03 09:54

    오, 놀랍습니다!!!
    근데 하필이면 보신 것들이 하나같이 저도 접하지 못한것들뿐이라 ㅠ.ㅠ
    그나저나 저는 저 드라마들을 보실 수 있는 시간이 있는게 부럽네요 -_-
    지금 받아놓고 못보고 있는 드라마들이 꽤 돼서...
    별그대는 별로 관심이 없었는데 끝난지 오래인데도 아직까지 여파가 크게 남아있는게 신기해서 함 볼까 생각중입니다.
    방인님 옆집 아줌마가 빠른 속도로 연도별 파일들을 섭렵하고 계시지만 그분보다는 빨리 볼수 있겠지요? ^^

  • 사랑니 2014.10.03 10:04

    우와 내가 방인씨 글을 이렇게 빨리 볼 때도 있네요
    한류팬 이야기 ^^
    항상 들어도 기분 업 쓩쓩

  • 콩양 2014.10.03 10:44

    이야~ 아들녀석들은 저도 처음 들어보는 드라마네요. 대단들 하신데요~
    한국인인 전 미국 드라마를 좋아하는데...,,
    역시 세계는 하나~ ㅋㅋ

  • 라온 2014.10.03 11:03

    한국 사는 저도 처음보는 드라마들을 줄줄이 꿰고 계시네요ㅋㅋㅋㅋ 대단해요!!!

  • 2014.10.03 11:39

    비밀댓글입니다

  • 존사모님 2014.10.03 12:04

    진짜 체계적이라 놀랍네요
    특히 공급책은 자막까지 제작하신다니 능력이 엄청나군요

    저는 여기 나오는 드라마 하나도 모르는데 어떻게 저 분들은
    다 아시는지 진짜 너무 대단한 것 같네요

    열정이 있으면 못 할 게 없나봐요

    한류팬 아주머니들 화이팅!!!!

  • 지나가다 2014.10.03 15:18

    아주 예전 드라마 부터 보시면 도대체 몇편을 보신건지 궁금하네요.ㅋ
    위에 말했던 드라마 중에 대충 본건 주말 드라마 한편 이네요.
    나머지는 관심이 덜 했고 그 시간대에 다른거를 보느라
    채널고정 했었는데 이 세작품을 알고 계신다니 신기 하네요.
    한국에서도 모르는 사람은 모를수 있는데
    요즘은 인터넷 사이트를 이용해서 같은 시간대에 실시간으로
    본다고 들었어요. 아무튼 신기하기도 하고 여기 저기나
    사는게 좋아하는게 비슷하구나 싶네요. 리뷰 잘보고 갑니다. ㅋㅋ

  • 2014.10.03 18:16

    비밀댓글입니다

  • 영희 2014.10.03 20:19

    저는 영어공부하려고 미국드라마 시청하다가 이제는 한국드라마는 하나도 안보고 미드찾아 본다는..ㅋㅋ 이방인님 혹시 괜찮은 미드 있다면 추천해주세용~ 근데 왠지 저도 늙으면 저 아주머니처럼 드라마에 열광하며 살듯하네요 ㅋㅋ 오늘도 잘보고 갑니당~ 좋은하루♥♥

  • 대구댁 2014.10.04 01:14

    조직도 보자마자 빵 터졌습니다. ㅋㅋㅋ 장르 편중을 원하지 않는다는 글에 또 웃었구요. 정말 좋아하시나봐요.

  • 소이라테 2014.10.04 03:20 신고

    저더 뉴욕에 있을때 한국 드라마에 폭빠져사시던 외국인친구들 많이봤었어요. 저보다 최근드라마 동향까지 다 알더라구여.그때생각나네요 하하 재미있겠봤어요 ;))

  • 하늘비 2014.10.04 15:37

    아주머니가 귀엽다는 느낌이 먼저 들어요..ㅎㅎㅎ
    천명에서 먼저 빵 터졌어요..ㅎㅎㅎ
    월요일 부터 새롭게 시작된 일 대문에 정신도 육체도 너무 피로해서...
    어제부터 몸살과 목이 붓고 찢어지는 듯 아파서 앓아 눕다가 지금 겨우 일어나서 뭐 좀 먹고 쉬고 있어요.
    새로운 일이 언제쯤 적응할지..
    정말 컴퓨터 할 시간도 없고 날마다 쓰러져 자기 바쁘고 주말에는 아프고...
    이러니 시간이 훌쩍 가버린 느낌이에요...ㅠㅠ
    두가지을 한꺼번에 하려니 더 정신없는 것 같아요.
    오랜만에 방인님 블로그에 오니 즐거워요..^^

  • sixgapk 2014.10.06 10:48

    전 미드에 푹빠져서 살고 있는 1인 입니다. ^^ 요즘 자막 전쟁 땜에 좀 어려움이 있지만요 ~~^^

  • 지나가는이 2014.10.07 12:54

    공급책이 한국 드라마계의 김본좌급 이시군요

  • 키키영구 2014.10.09 12:08

    ㅎㅎㅎㅎㅎ
    써~롸노 대박이네요
    굉장히 체계적이네요 정말!!!
    아..정말 재밌었네요....!!

  • abcpapa 2014.10.10 22:38

    시라노는 한국어가 아니라 스페인 사람 이름이랍니다 ㅎㅎ

  • rayan 2014.10.11 06:35

    예전에 파티에서 어떤 젊은 여자애와 얘기중 그녀가 k-pop팬이라고 하더군요. 반가워서 k-pop을 화제로 삼아서 친해보려 했는데 (물론 금발에 아주 예쁘기때문은 아니었음. 전 유부남에 아내가 있기에 ^^)

    그녀가 좋아한다는 수많은 그룹이나 가수중에 제가 아는 그룹은 하나도 없더군요.... ㅡ.ㅡ;;;;;;;; 그래서 그렇게 대화는 끝났다는....ㅠ.ㅠ 외국애들과도 세대차이를 느낄 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