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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우리동네 미국 수퍼마켓에서 보지 못한 것과 보고 놀란 것

by 이방인 씨 2014. 9. 1.

국으로 이민오게 되면 가장 먼저 구경하게 되는 곳 중 하나가 바로 수퍼마켓입니다. '여기 사람들은 뭘 먹고 사는지 한 번 볼까나~아~?' 하며 탐색을 하는 거죠. 무엇이든 사이즈가 큰 미쿡답게 동네 수퍼마켓도 규모가 커서 꼼꼼히 구경하려면 2시간 이상이 소요되기도 한답니다. 저는 십 년 넘게 미국에서 살았으니 셀 수도 없을 만큼 자주 수퍼마켓에 드나들었는데도 여전히 질리지 않는군요. 천국이 있다면 바로 거길까요???

오늘은 지난 십 여년간 저희 동네 미쿡 수퍼마켓에서 한 번도 보지 못한 것들과 발견하고 깜짝 놀란 것들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아마 여러분도 살짝 놀라실 걸요.


있을 법 한데 없는 것, 하나 - 금귤 (낑깡)

 


(Wikipedia.org)

 

일년 내내 볕이 좋아 오렌지, 레몬, 라임, 자몽 등등 citrus(감귤)류의 과일이 잘 자라는 캘리포니아에 살고 있지만 금귤만은 잘 볼 수 없답니다. 미국에서 금귤을 보기 어려운 이유는, 금귤이 아시아 토종 과일이기 때문이죠. 금귤은 12세기 중국에서 최초로 기록에 등장했기에 광둥어 발음을 본따 영어로도 "Kumquat"라 불립니다. 중국, 일본, 타이완, 동남아시아 및 인도에서만 자라다가 1846년이 되어서야 유럽에 전파됐고, 그보다 더 후에야 북미지역에 소개되었죠.

캘리포니아 주는 미국 내에서 금귤이 재배되는 몇 안 되는 지역이라고 하니 분명 어딘가에서 금귤이 자라고 있을 터인데... 제가 사는 북쪽에서는 구경하기가 쉽지 않으니 아무래도 남가주에서 재배하는가 봅니다. 신기한 사실은, 멕시코로부터 국경을 넘어 온 과일도 마켓에서 쉽게 살 수 있는데 같은 캘리포니아 내에서 재배되는 과일을 보기가 더 어렵다는 것이죠. 이 글을 쓰기 위해 조사하던 중에 LA 타임즈에 실린 기사를 읽었는데 미국에서는 금귤을 상업적으로 재배한 역사가 짧고, 그나마도 상업적 생산이 플로리다와 캘리포니아에만 집중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널리 알려진 대중적 과일이 아니라서 마켓에서 도통 볼 수가 없었나 봐요.


있을 법 한데 없는 것, 둘 - 메추리

낑깡과 메추리알... 무척 다르지만 어쩐지 통일감이 느껴지네요.

 


(Wikipedia.org)


한국에서는 메추리알을 쉽게 구할 수 있잖아요? 마켓이나 시장에 가면 흔히 볼 수 있고, 장조림에도 자주 넣죠. 그런데 미국에서는 잘 볼 수 없더라구요. 메추라기는 영어로 Quail, 메추리알은 Quail Eggs라고 하는데 위키피디아를 보니 유럽과 북미 지역에서는 메추리알이 들어간 요리를 delicacy (별미, 진미) 취급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세계의 다른 지역에서는 메추리알이 매우 흔한 식재료라고 덧붙이며 "한국에서는 삶은 메추리알을 식료품점에서 싸게 살 수 있다."고도 적혀 있네요. (베트남과 인도네이사에서도 흔하대요.) 한국에서는 전혀 놀랍지 않은 일이지만 그 사실이 위키피디아에 쓰여 있을 정도로, 미국에서는 메추리알을 흔하게 먹지 않는답니다. 하긴... 미국 요리라는 게 뻔해서 메추리알 쓸 일이 별로 없기도 하겠죠.


없을 줄 알았는데 있어서 놀란 것, 하나 - 족발

팔더라구요! 족발을, 그것도 날것으로요!

 


(Wikipedia.org)

이 사진은 위키피디아에서 찾았는데 일리노이 주에서 팔고 있는 족발의 모습이래요.


저희 동네에서는 두 개씩 포장하여 팔고 있긴 하지만 내용물은 위 사진과 똑같은 生 족발이예요. 처음에 어머니께서 마켓어서 족발을 발견하시고는 미국인들도 족발을 먹을 줄 몰랐다며 끄~암~짝 놀라셨는데, 알고 보니 Crubeen이라고 족발을 삶아 요리해 먹는 Irish 음식이 있더라구요. 위 사진에도 Crubeens라고 쓰여 있죠? 오래전부터 Irish계 이민자 후손들에 의해 전파되었다고 하네요.

 


(tripadvisor.com)

이게 Crubeen이라는데 멋들어지게 나오긴 했지만
원.래.는. 족발처럼 그냥 손으로 뜯어 먹는 요리래요.

맛도 왠지 비슷하게 생기지 않았나요??


없을 줄 알았는데 있어서 놀란 것 둘 - 양

양고기의 "양"이 아닙니다. 이 양을 말하는 거랍니다.

 

소나 돼지 위의 안쪽 부분이요.


한국에서는 이 부위를 구워 먹기도 하고 국밥에 넣어 먹기도 하죠? 영어로는 Tripe라고 하는데 수퍼마켓 정육 코너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족발 바로 옆에 있더군요. 어느 날 어머니 심부름으로 고기 사러 갔다가 곱게 포장된 족발 옆에 마찬가지로 깔끔히 포장된 소 양을 보고 저도 모르게 실~실~ 웃었던 기억이 나네요. 워낙 먹을 것에 겁이 많은 미국인들이라 내장이 있을 줄 몰랐거든요.

미쿡 마켓이기는 해도 타민족 사람들도 장을 보니 그들을 위해 팔고 있는 것일까 생각해 봤는데 저희 어머니 말씀에 따르면 아시안들은 저런 식재료를 살 때는 이 지역의 중국 마켓이나 한국 마켓으로 간다고 하네요. 저희 옆집 아주머니도 중국계 미국인이신데 일반적 식료품이나 과일, 스낵류만 미국 마켓에서 사시고 나머지는 중국/한국 마켓에서 장 보시거든요. 저희집도 그렇고 다른 아시안계 가정도 비슷해요. 먹는 것만큼은 익숙한 게 좋아서 그런지 중국계는 중국 마켓을, 일본계는 일본 마켓을, 한국계는 한국 마켓을, 러시아계는 러시아 마켓을 애용하죠.

그렇다면 과연 미국 마켓에 있는 양은 누가 사다 먹길래 계속 팔고 있는 것인가...!

알고 보니 양은 세계 2차 대전 시절부터 이탈리아에서 식재료로 널리 쓰였다고 합니다. 프랑스, 스페인, 영국에도 양을 이용한 요리가 있구요. 아마 그런 서양 요리를 해 먹는 사람들을 위해 팔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allrecipes.com)

이게 바로 토마토 소스를 이용한 Roma식 양 요리라네요.


어디나 있을 줄 알았는데 막상 없는 것들도 있고, 아무데나 있지는 않을 듯했는데 쉽게 찾을 수 있는 것들도 있고, 이래서 세계는 넓고도 재밌는 곳인가 봅니다!

여러분은 주말에 맛있는 한국 음식 드셨겠죠?

부럽습니다.


미국은 노동절 연휴를 맞이했는데 저도 뭔가 맛있는 걸 먹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불태워 봅니다.
모두 신나는 월요일 유후~

※ 이 글은 미국 전역을 일반화할 수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