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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이 경제대국의 위치에 오르면서 그에 걸맞는 '선진 시민의식'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데요. "의식(衣食)이 족해야 예절을 안다"는 옛말처럼, 시민의식 수준이 높다고 하는 나라들은 일~찍이 경제발전을 이루어 먹고 살 만했던 선진국들이죠. 덕분에 미국인들도 보편적으로 시민의식이 양호합니다. 공중도덕이나 준법정신이 철두철미까지는 아니어도 상향평준이라고는 할 수 있을 정도죠. 간혹 눈쌀 지푸리게 하는 사람들도 있긴 하지만 어디나 예외는 있기 마련이니까요.

제가 사는 동네도 약 15년 전에 새로 조성된 주택가라서 평화롭고 조용합니다. 주민회에서 정한 율칙도 잘 지켜지고 있고 사건 사고도 드물고 거리는 깨끗하지요. 단속을 열~심히 하는 덕도 있어서 주차도 깔끔히, 쓰레기 처리도 깔끔히, 잔디 관리도 깔끔히, 뭐... 크게 나무랄 데 없습니다.

그러~나...

이런 저희 동네에서도 유.독. 지켜지지 않는 규칙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이거죠.

 

 야생동물에게 먹이를 주지 마십시오.

야생동물에게 사람이 먹는 음식을 주면
영양 부족, 오염, 질병, 개체수 과잉, 날개 변형, 이주 지연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야생은 야생으로 놔두세요.


이미 여러번 포스트했듯이, 저희 동네에는 야생 조류가 많습니다. 기러기, 거위, 오리, 백로 등등이 어우러져 잘 살고 있... 있는 것 같더라구요. 저도 오며 가며 거의 매일 그 녀석들을 만납니다만 조류와 그다지 친하지 않기 때문에 필요 이상으로 가까이 가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야생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을 주체 못하는 시민들이 꽤 많더군요. 지난 십 수년 간 이 동네에서 살았는데 일주일에 2-3번은 반드시 동물에게 멋대로 먹이를 주는 사람들을 보곤 합니다.

 

걸어가며 찍어서 사진이 많이 흔들렸지만
미국인 가족이 놀러 나와서 거위들에게 크림 옥수수 통조림을 먹이고 있더라구요.

옥수수 말린 것도 아니고, 그냥 통조림도 아니고,
어마무지하게 달달한 크림 옥수수 통조림을!!!

야생동물에게 사람 음식 주지 말라는 경고판이 3개나 붙어 있는데!!!

이것 보십시오!
그러다 영양 부족, 환경 오염, 질병, 개체수 과잉, 날개 변형, 이주 지연이 발생하면
책임 지실 겁니끄아~?!!

라고... 외치고 싶었으나 의협심이 모자란 이방인 씨,
그냥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먹이를 주면 줄 지어서 꽥-꽥- 거리며 몰려드는 광경이 재밌어서 그러는 건지, 아니면 그 녀석들에게 '너희도 이 맛있는 거 한 번 먹어 봐라~' 하며 그러는 건지 모르겠지만 둘 다 인간의 이기적 발상이죠. 특히 부모가 꼬마 아이들을 데리고 나와서는 과자나 빵을 뿌리며 아이가 좋아하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는 모습을 볼 때마다 씁쓸하답니다. 그런 건 '아이구 예쁜 내 새끼~'하며 가르치고 있을 일이 아닐 텐데... ... 그렇지만 아이들도 있는데 그 부모에게 한 소리 하는 것도 내키지 않네요.

그런데 어제 또! 보고야 말았습니다.

 

블루베리가 박힌 베이글을 먹이고 싶었던 모양이네요.


주지 말라는데 참 가지가지들 한다.


강산이 한 번 변할 동안 이 동네에서 살았지만 이웃에게 민폐 끼치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자주 본 적 기억이 없는데 어째서 야생동물에게 폐를 끼치는 사람들은 이리 많을까요? 먹어도 되는 음식인지 아닌지 거위가 알겠어요? 기러기가 알겠어요? 이 녀석들은 그거 주는대로 먹고 탈 나도 말도 못 할 텐데...

자기들이 키우는 개나 고양이는 끔~찍이 위하면서 주인 없는 야생동물이라고 먹이지 말라는 걸 기어코 뿌리고 가는 사람들을 보면 '선진 매너'란 게 과연 인간사회에만 적용되어야 할 예의인지 궁금해집니다.

여러분 선진 금요일 유후~



 

  1. 맴매 at 2014.08.29 06:51 [edit/del]

    완전공감입니다!!!
    정말이지 공원에 가면 저 푯말 바로 밑에서 음식을 주는 사람들을 자주 볼수 있어요..
    문맹인것도 아니고, 심지어는 애들이 글을 읽을만한 나이인 경우도 있는데 애들에게 위법을 대놓고 가르치자는 건지..
    사실 펫샾가면 조류먹이도 팔거든요..
    정 먹이고 싶으면 그걸사다 먹이든지...
    말못하는 짐승이라고 정말 너무해요 ㅠㅠ

    Reply
  2. vision2real at 2014.08.29 06:58 신고 [edit/del]

    도시에서 야생 동물 보기가 드문 한국 실정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상황이네요. 

    포스팅 내용과는 상황이 좀 다르지만 한국에서는 집 없는 길고양이들에게 밥 주는 걸로 동네 주민들 간에 싸우는 일들이 잦다는 사실이 갑자기 떠오릅니다. 귀엾고 가여워서 밥을 주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먹이를 주면 동네 길고양이 수를 더 늘려서 동네에 피해를 준다고 못하게 하는 사람들도 있죠. 저도 몇 번 고양이 밥을 준 적이 있지만 양 쪽 모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해 어느 쪽을 편들기는 힘드네요.

    어느 일요일 이른 아침, 따스한 햇볕을 느끼고 싶어 나온 산책길에 길고양이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쭈그리고 앉아 멀찍이 있는 고양이를 구경하고 있는데, 고양이가 슬금슬금 다가 와서는 제 다리에 몸을 기대며 애교를 부립니다. 길고양이들은 사람들을 피해 자동차 밑에 숨거나 담벼락 위로 올라가기 바쁘기 때문에 먼저 다가온다는 건 정말 드문 일이죠. 그때 느꼈던 따뜻한 체온은 지금도 잊지 못합니다. 체온 만큼이나 가슴이 따뜻해지는 걸 느꼈거든요.

    그나저나, 야생 동물들에게 먹이를 주는 게 생태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지금 이해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저런 경고문을 본 적이 없네요. 

    근데, 길고양이 밥은 주는 게 옳을까요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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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로리 at 2014.08.30 01:42 [edit/del]

      저는 가끔 줍니다. 배부른 놈이 쓰레기봉투를 습격하지 않아서 오히려 좋대요. 고양이를 무서워하는 분들(대개는 공포 때문에 미워하더라구요) 안타까워요.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경험할 기회가 없었다는 거잖아요. 보고싶네요. 우리 마루. 문득 세상에 혼자 남았다고 느껴질때 우리 마루가 보고싶어져요. 그놈은 나 보다 울아들을 좋아했는데도요.

  3. 미우  at 2014.08.29 07:00 신고 [edit/del]

    어디서나 이런 일은 버젓이 벌어지는 것 같아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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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들꽃처럼 at 2014.08.29 14:03 [edit/del]

    하지 말라면 하지 말아야 된다고 보오!
    하지 말라는데 왜!!!!!

    Reply
  5. 이현우 at 2014.08.29 14:15 [edit/del]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저는 한국(창원)에 사는 이현우라고 합니다. 우연히 이방인님 블로그를 접하게 됐고, 지구반대편 정보를 접하게 되어 정말 좋습니다. 감사하구요. 거기도 많이 더울텐데 건강유의하세요. 앞으로도 유익한 정보 많이 올려주셔요. 잘 보겠습니다.

    Reply
  6. 존사모님 at 2014.08.30 09:13 [edit/del]

    크림 옥수수와 블루베리 베이글을 주는 것은 동물학대 같은데요
    자기들은 착한 척하면서 야생동물들에게 먹이를 주지만
    그것은 자기들의 만족을 위한 것일 뿐이잖아요
    이러다 야생동물한테 피자하고 콜라 줄 기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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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지나가다 at 2014.08.30 14:53 [edit/del]

    전에 동물관련 프로그램에서 개와 고양이 이와에 다른
    동물에게도 사람이 먹는 음식을 주면 안된다고 했던게 기억 나네요.
    사람 입맛에 맞춰 만들었기 때문에 여러 가지가 들어가 있어
    안좋을수 있고 그 음식만 먹다보면 동물들이 먹어야 음식을 먹지
    않게 되고 자연 생태 적으로 안좋을수 있다고
    나라를 떠나서 그런 행동은 주의 해야 겠어요.
    리뷰 잘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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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하늘비 at 2014.08.30 18:06 [edit/del]

    인간의 이기심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새 모이를 주는 것도 아니고...저런 걸 주면서 본인은 뿌듯하게 생각할 걸 생각하니...
    참.....그렇다는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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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eratho at 2014.08.30 23:34 [edit/del]

    아................ 한국도 그런 곳 있어요.

    관광객들이 탄 크루저 여객선 위에 갈매기들이 죽치고 날아다니는데, 그게 새우깡을 먹기 위해서죠.

    이미 조미료에 길들여져서 직접 사냥할 생각을 아예 안한다네요........ 사람으로 치면 대놓고 구걸하는 행위인데,
    야생동물다운 품격을 지킬 수 있도록 모든 인류가 협조했으면 합니다.

    잘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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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아줌만가 at 2014.08.31 13:43 [edit/del]

    제가 보기엔 집에서 안먹고 버릴 음식들 들고들 와서 버리느니 너나 먹어라는 마음으로 주는듯. 이미 길들여져 있는 애들이 있는 곳은 제한적이기도 하고 저도 가끔은 애들 데리고 호수에 오리들 식빵주러 갑니다. 우리 동네는 먹이 주지 말라는 푯말 없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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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어린 아이 at 2014.09.02 01:33 [edit/del]

    오랫만에 이 블로그에 들어옵니다! 저도 학교 끝나고 나면 야생동물을 볼 수 있는데 제 친구는 먹이를 주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저거 안 보여? 읽어봐!" 하는데 들은척도 안 하고 먹이만 주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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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clara lee at 2014.09.05 15:21 [edit/del]

    마트에 가면 카트도제자리에 잘가져다 놓지 않더군요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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