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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6.0 지진이 난 지역, 사실은 영화촬영지로도 유명한 곳

by 이방인 씨 2014. 8. 27.

프란시스코 인근에서 진도 6.0의 지진이 났다는 뉴스를 보시고 많은 분들이 제게 안부를 물어 주셨습니다.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행히도 저는 진원지로부터 두어 시간 거리에 살고 있기 때문에 큰 진동을 느끼지 않았습니다. 다만 저희 오빠는 새벽에 진동을 느끼고 지진임을 감지했다고 합니다. 같은 장소 같은 시각에 저는 아무 것도 느끼지 못한 채 REM 수면에 빠져 있었.....

오늘 CBS 뉴스를 보니 일요일 새벽의 지진 이후 24시간 동안 약 124 차례의 여진이 있었다고 합니다. 앞으로 일주일 내에 비슷한 강도의 지진이 뒤따를 확률도 5-10% 가량 된다고 하는데 부디 아무 일 없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이번에 지진이 일어난 지역은 미국 최고의 와인 생산지인 Napa Valley (나파 밸리)라는 곳입니다. 미국 와인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지명이죠. 19세기 초반부터 와인 생산이 시작되어 140여 개의 와이너리가 자리 잡은 나파 밸리는 아름다운 포도밭 풍광으로 유명하여 키아누 리브스 주연의 영화 'A Walk in the Clouds' (한국어 제목: 구름 속의 산책)의 촬영지이기도 했습니다.

 

한~창 아름답던 시절의 키아누 리브스네요.

 

영화 속 여주인공의 집안이 와이너리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포도을 수확하여 와인을 만드는 장면도 등장합니다.

 

 와인의 명산지답게 이 지역의 상징물은 전부 포도랍니다.

 

 나파 카운티의 공식 문장도 포도와 포도밭이구요.

 

가히 영화의 배경이 될 만한 아름다운 곳이죠?


뿐만 아니라 다양한 와이너리 투어도 가능하기 때문에 관광지로도 유명하답니다.

 

 열기구를 타고 풍경을 내려다볼 수도 있고,

 


(theexclusive.com)

와인 트레인을 타고 포도밭 투어를 할 수도 있습니다.

 


(winetrain.com)

분위기 좋은 식당에 앉아 맛있는 음식과 와인을 맛보는 와인 트레인 투어가

 

2인당 $169.99에 Costco에서 판매되고 있군요.


이런 곳에 강진이 발생했으니 역시 와이너리들의 피해가 컸겠죠. 나파 밸리의 지진 소식은 미 전역에 크게 보도되었는데 이런 사진들과 함께였습니다.

 


(nytimes.com)


(npr.com)

생산한 와인의 50% 이상을 잃었다고 밝힌 B.R. Cohn 와이너리.
낙담한 기색이 역력한 주인의 모습이 안타깝네요.


와이너리와 아트 뮤지엄을 함께 운영하고 있는 Hess Collection Winery에서는 지진 당일에 15,000개 이상의 카르베네 와인병이 깨졌고, Saintbury 와이너리도 고급 빈티지 와인을 모아놓은 library가 피해를 당하면서 500병의 빈티지 와인을 잃었습니다. 140여 개 이상의 와이너리를 모두 합치면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겠죠. 평소라면 지금 나파는 비지니스 시즌이기 때문에, 지진으로 인한 와이너리들의 피해와 지역관광산업의 차질로 발생할 경제손실액은 최대 4조원에 달할 수도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습니다.

많이 깨진 것은 와인병이지만 와이너리의 걱정은 다른 곳에 있습니다. 바로 와인 배럴이죠. 배럴에는 약 25병에 해당하는 양의 와인이 들어 있기 때문에 한 개만 깨져도 고가의 와인의 경우 $100,000 (한화 1억 이상)의 피해를 낼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배럴 자체만도 비싼 것은 $1500 (한화 150만원 이상)을 호가하기 때문에 와인 배럴들이 굴러떨어졌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모든 와이너리 주인들의 심장이 쿵- 내려 앉았다고 합니다. 배럴의 피해 상황은 와이너리마다 달라서 어느 곳은 겨우 3개만 깨져 한시름 놓은 곳도 있는 반면, 또 어느 곳은 하필이면 최고급 빈티지 와인 배럴만 쏙쏙 골라 깨지는 바람에 망연자실했다는군요.

 


자연재해의 피해도 복불복이란 말인가...!


하지만 무척 다행히도 나파 밸리는 빠른 속도로 정상화되고 있고, 벌써 많은 와이너리와 상점들이 복구를 마치고 다시 문을 열었다고 합니다. 나파 밸리 관광협회장인 Clay Gregory는 뉴욕 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매우 나쁜 사태이긴 하지만 재앙은 아니"라며 나파는 비지니스 시즌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습니다.

인명피해가 크지 않았던 덕분인지 지역 주민들의 표정도 어둡지만은 않습니다. 한 장의 사진이 큰 이슈가 되었는데 현지의 분위기를 알 수 있네요.

 

지진으로 땅이 솟아오르면서 도로에 ramp가 생겨났습니다.
동네의 스케이트보더가 천연 경사로를 시험해 보고 있는 모습을
NBC의 기자 Jeremy Caroll이 카메라에 담았네요.


이 사진은 트위터를 통해 많은 미국인들에게 퍼졌는데 대부분이 "캘리포니아 답네!" 라며 웃음과 희망을 잃지 않는 모습을 응원했습니다. 저 역시 같은 마음 뿐이네요. 나파 밸리의 빠른 복구와 부상자들의 쾌유를 기원합니다.

여러분 오늘도 무사히 유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