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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다민족 사회 미국, 이름 때문에 울고 웃어요

by 이방인 씨 2014. 8. 22.

국이 세계 최대의 다민족 다문화 국가라는 사실은 굳이 통계자료나 수치를 들먹이지 않아도 반나절만 거리를 돌아다녀 보면 알 수 있습니다. 특히나 제가 사는 캘리포니아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언어를 들을 수 있는 지역이죠. 2000년도 미국의 인구조사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에서는 무려 207 가지 언어가 사용되고 있다고 합니다.

그 많은 타민족 이민자들 중에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미국식으로 바꾸는 사람들도 있지만 바꾸기 쉽지 않은 것이 하나 있습니다.


LAST NAME


First name인 이름은 미국식으로 바꿀 수 있어도 성(姓)은 바꾸겠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도 드물고, 웬만해서는 변경할 수도 없죠. (여성이 결혼을 하면서 남편의 성을 취하는 경우는 제외하구요.) 그러다 보니 이름만 들어도 미국계인지 이민계인지 알 수 있을 뿐더러 이름 때문에 웃지 못할 일들도 자주 생긴답니다.

 

 

첫번째 - 출석 부르는 게 제일 어려워!

민족을 불문하고 불특정다수의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일 수 있는 곳이 어디일까요? 정답은: 학교입니다. 특히 초중고까지는 백인, 흑인, 아시안, 히스패닉 가릴 것 없이 대부분 진학을 하니까요. 정말 다양한 이름과 성을 가진 친구들이 다~ 모인답니다. 일단 저부터도 누가 봐도 외국계임이 분명한 Last name을 가졌잖아요.

새 학기에는 선생님들도 학생들의 이름을 외우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그러려면 일단 첫 날은 출석을 불러야겠죠? 그런데 캘리포니아에서는 출석을 부르는 일이 선생님들에게는 하나의 도전 과제가 될 수 있답니다. 출석부에 적혀 있는 이름들이 너~~무 어렵거든요. 그나마 중국계나 히스패닉계 이름은 워낙 자주 접하는데다가 비.교.적. 쉽기도 해서 수월히 넘어갈 수 있지만 아랍계, 인디아계, 동/서남 아시아계, 아프리카계 등등 소리를 알파벳으로 비슷하게 옮겨 적은 이름들은 버벅거리기 일쑤입니다. 간신히 읽은 후에도


"DId I say it right?"
내가 똑바로 말했니?


하고 다시 묻는 건 필수 코스죠. 저도 학교 다닐 때 선생님들로부터 숱~하게 들은 질문이랍니다. 아마 이런 일이 끝없이 반복되어 결국 이름을 미국식으로 바꾼 이민자들도 꽤 있을 걸요.

고등학교 때 제 친한 친구 중 한 명은 일본에서 이민 온 여학생이었는데 Shoko Nishioka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 친구의 HR 선생님은 미국인 여성이었는데 "쇼코"라는 이름은 '쑈코'라며 그런대로 잘 발음했지만 "니시오카"는 어려웠는지 매.번. 정말 매.번. 다르게 불렀었죠. 그 탓에 고등학교 졸업식날 아침, 쇼코의 가장 큰 걱정은 '과연 선생님이 그녀의 이름을 제대로 호명할 것인가?!' 였습니다. (미국 고등학교 졸업식에서는 HR 선생님이 학생들을 한 명씩 호명하면 학생들이 단상에 올라가 졸업장을 받거든요.)

두근두근 드디어 쇼코가 졸업장을 받을 차례가 되었습니다. 저도 같이 긴장하며 기다렸죠. 두르르르르~~~~

.
.
.

코 니..니쑈...오..카!


그리하여 쇼코는 엄청난 [된발음 + 버퍼링]과 함께 졸업장을 받았답니다.

문제는 미국에서는 이런 일을 겪는 학생들이 한둘이 아니라는 거죠. 이름을 잘못 부르고 멋쩍어하는 미국인에게도, 이름을 미국식으로 바꾸지 않는 한, 매번 가르쳐 주거나 아예 포기해야 하는 당사자에게도 별다른 해결책이 없습니다.


두번째 - 통성명은 받아쓰기로!

상대방이 내 이름을 잘못 발음하는 일도 흔하지만, 반대로 내가 이름을 말해 줘도 못 알아듣는 사태도 벌어집니다. 외국식 이름이니 당연하겠죠. 처음 만나 통성명을 할 때나 전화로 이름을 말해야 할 때 이런 질문도 자주 받게 됩니다.


"How do you spell your name?"
당신 이름은 어떻게 쓰나요?


그럼 또 친절히 한 자 한 자 알려 줘야하죠. A as in apple, B as in boy~ 이러면서요. 그래서 저는 같은 한인 교포 중에서 Kim, Lee, Park 씨 성을 가진 사람들이 부럽더라구요. 한국식 성 중에서는 미국에서 가장 널리 알려져 있기도 하고 발음과 철자 모두 쉬워서요.


이렇게 애로사항이라 할 만한 단점이 있는 반면 이름 때문에 웃는 일도 생긴답니다. 예전에 올렸던 글인데, 저는 이름 덕분에 친구들에게 쉽게 각인된 사람이죠.

2013/10/25 - [한국 이야기] - 빵 터지는 내 한국어 이름에 재미붙인 미국 친구들

요즘도 잘 모르는 사람이랑 분위기 어색할 때 한 번씩 써 먹곤 하는데 효과는 늘 좋습니다. 외국에서 살다 보니 이렇게 아무 것도 아닌 이름 때문에도 울고 웃게 되네요. 혹시 여러분에게도 이름에 얽힌 재밌는 이야기가 있다면 들려 주세요!

신나는 하루 유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