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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미국인이나 한국인이나 똑같이 하는 거짓말

by 이방인 씨 2014. 8. 11.

넓은 세계에 이런 사람 저런 사람 다 있겠지만, 거짓말 안 하고 사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 같습니다. 하얀 거짓말도 거짓말은 거짓말이니, 이 명제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을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가 아닐런지요. 더욱이 우리가 습관처럼 하는 '거짓말 아닌 듯 거짓말인' 인사치레까지 더한다면 오히려 거짓말을 하지 않고 사는 사람이 비인간적인 게 아닐까 합니다.

 


미국에서 오랜 기간 살아 보니, 미국인이나 한국인이나 똑~같이 하는 하얀 거짓말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거짓말을 하는 상황과 방법까지 아주 똑.같.지.요. 이 거짓말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지만 대표적인 응용이 세 가지 있는데 여러분 중에도 분명 이 세 가지를 입에 달고 사는 분들이 계실 걸요?


첫번째 - 언제 밥이나 먹자. Let's have lunch sometime.

저는 이 말을 사흘 전에도 한 번 썼습니다. 물론 진짜 밥 먹을 생각은 없고 상대방도 그 사실을 알고 있지요. 한국에서 여러분이 누군가에게 "언제 한 번 밥이나 먹자" 하고 헤어지고 난 후, 실제로 식사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연락을 하는 일이 몇 번이나 될까요? 말을 꺼내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그 말은 그저 인사치레라는 걸 다 알고 있죠. 오히려 실제로 약속을 잡으려고 전화를 했다가는 상대방이 당황할 수도 있을 겁니다.

미국에서도 마찬가지예요. 우연히 지인이나 예전에 알고 지내던 누군가를 만나면 반갑게 인사하고 이러 저러한 근황을 묻고 답하다가 끝에는 "Let's have lunch sometime" 하고 손 흔들고 제 갈 길 가는 거죠. 만약 정.말.로. 식사를 같이 할 의향이 있다면 약속을 잡아야 하니 '언제 시간이 나느냐'고 물어야겠죠. 그런 말 없이 "언제 한 번 점심 같이 먹자"는 말만 달랑 했다면 그건 영혼 없는 '예의상의 인사'임이 분명합니다.


두번째 - 내가 전화/문자할게. I'll call/text you.

이 말은 앞의 경우처럼 우연히 마주친 '썩 친하지 않은 지인'에게도 쓰지만 귀찮은 사람을 상대할 때도 유용하답니다. 간혹 내 쪽에서는 딱히 반갑지 않은데 수다를 늘어놓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그럴 때 서서히 이야기를 매듭 지으면서 "I'll call you~" 한마디 하면 자연스럽게 그 상황에서 탈출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I'll call you  그래, 이제 얘기 할 만큼 했으니 다시 갈 길 가자] 거든요.

언젠가 미국 시트콤에서 주인공이 거리를 걷다가 조금 떨어진 곳에 아는 얼굴이 있는 것을 보고는 아는 척하기 싫어서 살금살금 피해가려다가 딱! 걸리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눈치 없는 상대방이 손을 흔들며 달려와서는 반가운 듯 마구 수다를 늘어놓자 주인공은 자기도 반가운 척 웃으며 받아주다가 이윽고 "I'll call you~"하고 서둘러 헤어집니다. 그리고는 걸어가며 혼잣말로 중얼거리길,


"The hell I will."
내가 퍽이나 너한테 전화하겠다.


세번째 - 앞으로도 쭉 연락하자. Let's keep in touch.

이 말은 알고 지내던 사람과 앞으로 쉽게 만나지 못할 것이 예상될 때 쓰는 말입니다. 친하게 지내던 이웃이 다른 동네로 이사 간다거나, 동료가 이직을 한다거나, 함께 하던 프로젝트가 끝난다거나, 혹은 대학에서 학기가 끝난다거나 하는 등의 이유로 헤어질 때 "앞으로도 연락하며 삽시다"라는 뜻으로 건네는 말이죠.

그러~나...

일전에 미국인들이 가장 많이 하는 하얀 거짓말 통계 조사에서 Top 10 안에 들었을 만큼 지켜지지 않는 말이 바로 "Let's keep in touch." 라고 합니다. 저만 해도 예전에 문화 강좌를 들을 때 그~렇게 사이 좋게 지내던 아주머니 아저씨 친구들과 지금은 연락이 끊어졌거든요. 헤어질 때 다들 포옹하며 "앞으로도 자주 만나자" 했지만 결국 이렇게... 점점~ 더 멀어지나 봐~ 그게 편해지나 봐~ ♬♪♩


예의상의 거짓말인 걸 서로 알고 있음에도 습관처럼 흔히 하는 이런 말들을 영어로 Pleasantries라고 합니다. "사교용 인사말"이라는 뜻이죠. 한국이나 미국에서는 헤어질 때 주고 받는 Pleasantries가 일반적이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데, 일전에 TV를 보니 한국에서 살게 된 일본인이 한국인 친구에게 "언제 밥 한 번 먹자"라는 말을 듣고 정말로 전화가 올 줄 알고 며칠을 기다렸다는 사연을 이야기하더라구요. 다른 문화권 사람들에게 섣불리 저 3종 세트를 시전하면 아니 되겠다는 생각을 했었답니다.

여러분, 신나는 월요일 유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