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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한국에 주부들을 위한 아침드라마가 있다면 미국에는 이것이!

by 이방인 씨 2014. 7. 30.

라마 공화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한국에는 아침 드라마라는 장르(?)가 있죠? 남편이 출근하고 아이들이 학교에 간 후 TV를 볼 수 있는 주부들이 주 시청자층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요. 최고 인기 스타들이 출연하는 저녁 황금시간대 드라마와는 달리 아침 드라마는 비교적 인지도가 낮은, 혹은 최고의 자리에서 내려온 배우들이 출연하고, 방영기간이 길다는 특징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널리 퍼진 시트콤이나 미드만 있을 것 같은 미국에도 주부들을 위한 드라마가 있답니다. 미국에서도 이 장르의 드라마는 독특한 이름으로 불리는데 바로,


 Soap Opera
비누 오페라?


Soap은 '비누'라는 뜻이죠? Opera는 말 그대로 '오페라'구요. 둘을 따로 떼어놓으니 모르는 단어가 없는데 붙여 놓은 "Soap Opera"는 대체 무슨 뜻일까요?! 정답을 알아내려면 1930년대 미국으로 돌아가야 한답니다.

1930년대 미국에는 '라디오 드라마'라는 게 있었어요! (물론 TV가 없었던 시절 한국에도 있었죠.) 라디오이니 당연히 화면은 나오지 않고 오로지 성우들의 연기에 의지한 드라마였죠. 최초의 라디오 드라마는 1930년 시카고의 WGN 스테이션에서 방송된 Painted Dreams라는 작품이었는데 낮 시간에 방송되었기 때문에 당연히 주 청취자는 집에 있는 주부들이었다고 합니다. 무려 주 5일 방송했기 때문에 흡입력이 대단했죠.

라디오를 청취하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중간 중간 광고가 참 많이 나오죠? 1930년대 미국 라디오 스테이션에서도 광고들이 많이 흘러나왔습니다. 광고란 타겟층이 있기 마련인데, 당시 주부들이 주로 청취하는 라디오 드라마에는 어떤 광고가 어울렸을까요?


정답이 바로 조~오~기~
위에 있습니다.
그렇죠! 비누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비누, 치약, 세제 등을 사는 주 고객층은 주부들이죠. 1930년대 라디오 드라마의 스폰서들은 대부분이 주부 고객을 노리는 비누 제조회사였다고 합니다. 대표적으로 현재까지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Colgate, Lever, P&G 등
이 있죠. 덕분에 이 장르의 드라마 앞에는 Soap이라는 단어가 붙게 되었답니다.

 

Colgate의 Irish Spring, P&G의 Ivory 비누


이제 Soap의 미스테리는 해결이 되었는데 Opera는 왜 붙었을까요? 아시다시피 Opera는 오페라 싱어들이 노래로 연기하는 '가극'이라는 뜻이지만, 3-40년대 미국에서는 극적인 요소가 다분한 장르에 Opera라는 명칭을 썼다고 합니다. 주부들을 대상으로 하는 드라마인만큼 감정을 자극하여 눈물 콧물 쏙쏙 빼는 내용이 많다 보니 Opera라고 불렀다네요.

Soap Opera라는 알쏭달쏭한 이름이 붙은 이유를 이제 아시겠죠? 라디오 드라마로 시작했지만 1940년대 후반부터 TV속으로 들어와 지금까지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습니다. 우리가 좋아하는 시트콤이나 미드보다 훨~씬 유장한 전통과 역사가 있는 장르인 셈이죠. 현대 미국인들이 간단하게 Soaps라고 부르는 이 드라마들은 여느 시트콤이나 미드와 다른 두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첫번째 - 연속극

미드팬들이 꼽는 미드의 장점 중 하나가 '하나의 에피소드가 하나의 스토리를 이룬다'는 것이라고 합니다. 전체적으로는 이어지는 내용이긴 하나, 매회마다 각각의 에피소드로 꾸며지기 때문에 사건의 발단부터 결말까지 볼 수 있어 속이 시원하다는 거죠.

반대로 한국의 드라마는 에피소드 형식이 아니라 연속극이기 때문에 꼬~옥~ 제일 궁금한 장면에서 갑.자.기. 주인공의 클로즈업으로 끝나버리곤 하죠. 속은 터지지만 본방사수의 의지를 불어넣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Soap Opera들이 바로 그렇게 주부들을 끌어당깁니다. 전형적인 연속극 형태를 취하기 때문에 다음 내용이 궁금하면 다음날 다시 TV 앞에 앉아 기다리는 수 밖에 없거든요.


두번째 - 멜로드라마? 막장드라마?

한국에서 "멜로드라마"라고 하면 사랑 이야기라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 Melodrama는 "아주 과장된 극"이라는 뜻으로, 지나치게 드라마틱한 내용으로 감정과잉을 이끌어내는 극을 말합니다.

기발한 아이디어나 수준 높은 영상으로 승부하는 미드와는 달리 일부 Soap은 막장 드라마에 가깝습니다. 저도 처음 미국에 왔을 때 뭔지도 모르고 여러 번 봤는데 불륜도 자주 등장하고, 불륜 커플의 음모로 본처가 죽기도 하고 뭐 그렇더라구요.

Soaps의 에피소드를 다루는 Soap Opera Digest라는 잡지가 있는데 그 내용들을 보니,

 

 엄마, 저 게이예요!

 

 이들 중 한 명은 죽는다.
충격의 살인!

 

 아기 Grace가 죽는다!

 

 Sharon은 임신했는데, 아빠는 누구?!

 

아기가 바뀌었다!


어때요? 이제는 한국에서도 낯설지 않은 진부한 설정들이죠?

점 하나 찍으면 완전히 새로운 인물이 된다는
신.선.한. 레벨까지 도달하지는 못한 듯합니다.


한국에서 아침드라마의 시청률이 저녁 시간대 드라마보다 높을 때도 있고, 막장드라마가 시청률 기록을 세우기도 하듯이, 미국에서도 Soaps의 인기를 무시할 수 없답니다. 인기 프로그램이 방영되는 밤 8시부터 10시를 Prime Time이라 하고, Soap이 방영되는 낮을 Day Time이라 하는데 Prime Time에는 적자가 나는 경우가 있어도 'Day Time은 불패' 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고정팬들이 많지요.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드라마가 도무지 종영될 생각을 안 하거든요.


징~하게 오래 방영되기 때문에 한 번 팬이 된 사람들은 시청자층에서 이탈하기 쉽지 않답니다. 현재 미국에서, 아니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Soap Opera로 기네스북에 기재된 작품은 Guiding Light이라는 드라마입니다.

 

1937년에 라디오 드라마로 시작한 GL은 1952년에 TV 드라마가 되었고
현재까지 77년간 18,262회가 방영되었습니다.


Soap Opera계의 걸작이라는 평을 받고 있는 General Hospital 역시 1963년부터 지금까지 51년째 방영하고 있는데 이 드라마에는 아직 스타덤에 오르기 전의 Demi Moore와 Ricky Martin이 출연하기도 했었답니다.

 

그 때도 정말 예쁘죠?

 

뭐...뭐지? 리키 마틴?
도시로 끌려와 병원에 검진 받으러 온 타잔인가???


이 둘 외에도 현재 미국에서 30년 이상 장기 방영되고 있는 Soap만 일곱 개랍니다. 방송사가 여전히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뜻이니 그만큼 팬들이 있다는 거겠죠. 최근 Soap 시청률을 봤더니 Young & Restless (1973~)라는 드라마가 1위로 약 450만 명이 보았네요. 참고로 어제 미 전역 Prime Time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한 프로그램은 The Bachelorette으로 750만명이 시청했습니다. Prime Time과 Day Time의 차이를 생각하면 Soap의 시청률을 얕잡아 볼 수 없지요.

알면 알수록 빠져드는 Soap Opera의 세계! 아예 발을 들이지 않는 게 상책이랍니다.


여러분 신나는 하루 유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