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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미국인들, 이런 침대에서 어떻게 자는지 모르겠네

by 이방인 씨 2014. 7. 15.

민 초년생 시절, 미국 백화점이나 가구 매장에 갈 때마다 제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드는 것이 있었습니다. '저건 도대체 왜 전시해 놓은 거지? 판매하려는 상품이 뭐야?' 하며 혼란스러워하곤 했는데요. 그게 뭔지 여러분도 한 번 보시죠.

 

(hotnick.com)

팔고 싶은 것은 침대인가? 베개인가?


미국에서 침대를 사러 돌아다닌 경험이 있는 분들이라면 이렇게 걸터앉을 공간만 남겨 두고 베개로 꽉 채운 침대 display를 분.명. 본 적이 있을 겁니다. 저는 최근에도 IKEA에서 베개의 산에 파묻힌 침대를 구경하고 왔답니다.

백화점에서 처음으로 이런 침대를 봤을 때는 침대와 베개를 같이 광고할 겸 베개를 많이 올려 놓은 건 줄 알았는데, 나중에 미국인의 집을 방문했을 때 얼핏 본 그 집의 침대도 베개 홍수 속에 표류하고 있더라구요. 심지어 미국에서 30년을 산 친척 집에 놀러갔더니 그 집 침대도 같은 시련(?)을 겪고 있었습니다!

 


(images from google)

침대란 베개 진열대이다.


그렇습니다. 미국인들은 침대에서 자는 사람 수보다 많은 베개를 놓고 살더군요. 한두 개 정도를 여분으로 놓는 거라면 이상할 게 없지만 개중에는 지.나.치.다. 싶을 만큼 베개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더라구요. 뉴욕 타임즈에서도 이에 관한 기사를 실은 적이 있답니다.

 

"미국이 베개 폭발 아래 묻히다."

 

이건 또 다른 사이트의 기사네요.
"침대에 놓는 베개 - 얼마나 많아야 많은 것인가?"

 

이건 미국인들의 질의응답 포럼인데 내용을 읽어 보니,
호텔에 갔더니 침대 하나에 베개가 무려 7개씩 있었다고 합니다.
침대 두 개가 있는 방에 베개가 14개가 있는 것이
과연 정상인지를 묻는 질문이었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뉴욕 타임즈 기사에 따르면 2010 한 해에만 미국인들이 베개에 소비한 돈이 $740 밀리언 (한화로 7천 5백억이 넘는 돈) 이라고 합니다. 이들은 대체 왜 이렇게 많은 베개를 필요로 하는 걸까요?


첫번째 이유 -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장식품입니다.

밤에 사용하고 아침에 개서 없앨 수 있는 이부자리와는 달리 침대는 24시간 내내 그 자리에 있습니다. 침실에 들락거릴 때마다 눈에 들어오는 가장 큰 가구다 보니 기능 만큼이나 display에 신경쓰는 사람들이 많은 거죠. 

침대를 보기 좋게 꾸미려면 애초에 별다른 장식이 필요 없는, 원.래.부.터. 비.싼. 고급 제품을 사는 방법도 있지만 평범한 가정에서 침대에 그 정도 투자를 하기 쉽지 않잖아요.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최대한의 인테리어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이 바로 베개인 겁니다.

베고 자는 용도가 아니라 순수하게 장식용으로 놓는 베개를 decorative/accent pillow 라고 하는데 위의 사진 자료들을 보면 어떤 식으로 멋을 내는지 알 수 있습니다. 미국 온라인에는 "침대 위에 베개를 배열하는 방법"들까지 소개되어 있지요. 이런 글들을 읽어 보면 침대 사이즈에 맞는 갖가지 종류의 장식용 베개 설명까지 곁들여 있답니다.

그런데 침대 공간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이 많은 장식용 베개들과 함께 누워 자려면 여간 불편한 게 아니겠죠?

 

침대에 베개가 너무 많아 불편하잖아~!!


그래서 잘 때는 실제로 베는 베개만 남겨 두고 나머지는 침대 근처의 스툴에 올려 놓거나 베개와 침구를 보관하는 장에 넣거나 그것도 아니면 그냥 바닥에 내려놓는 사람들도 많다고 합니다.

그저 인테리어 장식을 위해 왜 이렇게 번거롭게 살아야 하나 싶기도 하지만 침대 사용 역사가 긴 미국인들에게 침대는 그저 누워 자는 가구 이상의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거꾸로 생각해 보면 한국에도 화려하게 수 놓은 전통 베개와 이부자리가 있잖아요.


두번째 - 나 이런 베개 베는 사람이야~

돈이 많은 사람들은 초호화 베개를 잔뜩 늘어놓는 사치를 즐기기도 합니다. 그 중 최고봉은 시베리아산 거위 깃털로 속을 채우고 독일산 최고급 실크 다마스크로 커버한 제품이라는데 킹 사이즈 침대에 맞는 베개 한 개에 한화로 백만 원이 넘습니다. 베개 하나에 백만 원 이상을 지출하는 사람이 쓰는 침대는 도대체 얼마나 비쌀까요...

'과시용' 이라고까지 할 수는 없지만... 일부 돈 많은 사람들의 자기만족이 아닐까 싶습니다.


세번째 - 많아야 할 것 같은...디???

'그런 사람들이 많다고 하니 나도 그래야 할 것 같은' 느낌에 사로잡힌 사람들도 있죠. 원래 모든 유행이 그렇게 퍼지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또 한 가지, 제 생각에는 업계 관계자들의 전략이 주효한 것 같습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매장에 있는 '좋아 보이는' 침대는 대부분 베개를 이용하여 저런 식으로 뭔가 있어 보이게(?) 장식되어 있거든요. 그걸 본 사람들은 자신의 침대도 비슷하게 꾸미고 싶어할 법합니다.


그런데 이런 다다익베개 문화 때문에 곤란한 사람들이 바로 미국 남편들이라고 하네요. 베개를 이용한 실내 장식이나 자기만족 등은 아무래도 집안 꾸미기를 좋아하는 주부들에게 어필하는 모양입니다. 부인들이 진열해 놓은 베개 때문에 불편해서 한숨쉬는 남편들이 많다는군요. 베개가 차지하는 공간이 많다 보니 침대를 킹 사이즈로 바꾸기도 하고, 심지어 부인과 남편 사이에 베개로 벽이 쌓이는 집도 있다고 합니다.

뭐든 적당히 해야 좋다는 진리를 또 한 번 확인할 수 있네요.

여러분 적.당.히. 즐거운 하루 유후~

※ 이 글은 미국인과 미국 문화를 일반화할 수 없음을 밝힙니다. 제가 목격하기로도 주로 기혼 가정에서 볼 수 있는 침대 같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