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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ything & Everything

아마존에서 일본 상인에게 물건을 샀더니!

by 이방인 씨 2014. 7. 14.


짝 고백하자면 사실 저는... 저...! 아마존 중독자랍니다.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한 7년 전인데 저도 모르는 사이, 가랑비에 옷 젖듯, 헤어나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지요. 한 번 들어가면 빠져나올 수 없는 깊은 정글 같은 곳이 바로 거기예요!

 


(아마존 쇼핑 중독자, 이O인 씨)


제가요~ 그럴려고 그런 건 아닌데요~

하다 보니까 저도 모르게 자꾸 빠져드는 거예요.


음성변조중입니다.

 

 

그간 종류를 불문하고 다양한 지름질(?)을 해 왔지만 전부 미국에서 배송되는 물건들을 구입했는데 얼마 전에는 Japan Import 라고 쓰여진 상품을 사게 되었습니다. 일본에서 수입해서 미국에서 팔고 있는 줄 알았는데 예상 배송일이 너무 늦길래 자세히 읽어 보니,

 

뜨~헉~
주문하면 그 때 일본에서 보내준다는 거예요.

이제 이걸로 나도 요즘 대세라는 해.외.직.구.족.

 


허당 방인 씨가 하는 일이 다 그렇죠 뭐. 제대로 보지도 않고 결제부터 한 죄로 저는 무려 3주 가까이 기다린 끝에 상품
을 받았답니다. 일본 교토에서 날아왔더군요. 일단 상자를 뜯어 물건이 제대로 들어 있는 것을 확인한 뒤 뜯어버린 포장과 상자를 버리려고 하는데 뭐가 툭 떨어집니다. 뭘까 살펴 봤더니,

 

진~짜 조그만 젤리 딱 한 개!


응?! 이게 여기 왜 들어 있지?
상품 포장할 때 먹고 있다가 실수로 흘렸나?

 


어쩄든 '웃긴다~' 하고 있는데, 판매자의 실수가 아니었음을 곧 알게 되었습니다. 이런 메모가 추가로 발견되었거든요.

 

 

 

구매해 줘서 고맙다는 말과 함께
물건이 잘 도착하면 피드백을 남겨 달라고 쓰여 있네요.
그 젤리는 판매자의 아이가 주는 선물이라고 합니다.
끝에 자신과 딸 아이의 얼굴까지 그려져 있죠?

 

손으로 직접 쓴 메모에다가 "아이의 선물"이라니!!!

 

 

제가 감동의 도가니에 무릎까지 빠져 들어가고 있던 그 순간! 뭔가 묘~한 느낌이 오길래 메모지를 유심히 관찰해 보았습니다. 살펴 보니 손으로 직접 쓴 게 아니라 Copy더라구요. 아마 원본 한 장을 손으로 직접 쓴 뒤 그 다음부터는 복사본을 넣어 보내는가 봅니다. 모든 구매자에게 손 메모를 보내는 일이 보통 노동이 아닐 테니 복사본을 이용하는 게 당연하긴 하군요. 또한 같이 들어 있던 젤리도 "아이의 선물"이 아니라 (최초에는 그랬을 수 있겠으나) 실상은 그냥 기본적으로 동봉하는 사은품이었던 게죠.

 

처음에 느꼈던 감동이 은근슬쩍 사라지긴 했지만 '일본인들은 역시 섬세하구나~' 하고 느꼈답니다. 아마존 쇼핑을 자주 하는데 미국 판매자들은 물건과 청구서와 함께 뽁뽁이 잔~뜩 넣어 주면 끝이거든요. 물론 조그마한 젤리 달랑 1개지만 그 하나가 만들어내는 차이가 분명 있더라구요. '이 까짓 거 받으나 마나' 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적어도 저는 기분 좋더라구요. 투박하고 우직한 나라 미국에서 살다 보니 이런 한 끗의 세심함에 마음이 흔들려요~

 

그러나 한편으로는 '상술 좋다'는 생각도 했답니다. 아마존에 피드백을 남겨 달라는 당부가 적혀 있었는데 "아이의 선물"이라는 젤리를 낼름 먹은 이상 어떻게 안 좋은 리뷰를 쓰겠습니까요. 무척 친절한 판매자이며 상품도 만족스럽다고 높은 별점을 주었지요.

 

이 글을 쓰다 보니 갑자기 제가 너무 미쿡에 길들여졌다는 느낌이 듭니다. 예전에 한국에 있는 친구에게 들으니 한국에서는 옷을 주문하면 양말을 사은품으로 같이 보내 주기도 하고, 핸드폰을 사면 케이스를 공짜로 주기도 하고, 액정 보호 필름을 기포 없이 완벽하게 붙여 주는 직원도 있다고 하던데... (진짜라면 그 손 나 좀 빌려 주시오~~)


'차라리 물건 값을 깎아 줄지언정, 덤이란 없다'
미쿡에서는 드문 일이랍니다.

 

응?! 그런데 분명 아마존의 일본 상인으로 시작한 것 같은 기억이 나는데, 끝은 한국 핸드폰 대리점 직원의 신묘한 기술 서비스 이야기네요. 그리하여 오늘도 이방인스러운 마무리였습니다.


여러분 신나는 하루 유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