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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의외라 느꼈던 미국인들의 쿨하지 못한 면모

by 이방인 씨 2014. 7. 9.

록 십수 년 전부터 미국에서 살고 있긴 하지만 미국인들을 어느 정도 파악하기 전까지는 방인 씨도 어쩔 수 없이 미국인에 대한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답니다.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말이죠.

제가 무의식적으로 그들에게 기대하고 있던 특징 중 하나는 Coolness (쿨함) 였는데요. 추상적 표현이기도 하고 워낙 다양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단어라 딱 떨어지게 설명할 순 없지만, 방인 씨가 생각하는 cool함이란, 매사에 평정심을 잃지 않으며 타인에게 너그러운 성격이랄까요?

 

Cool
한가롭고 평온한, 느긋한, 자제력을 잃지 않는,

Urban Dictionary에서 발췌


애초에 Cool이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에서 벗어나 '멋지다, 여유롭다'라는 뜻으로 쓰기 시작한 게 미국인들이었으니 (1950년대부터 slang으로 쓰였다고 하네요.) 미국인들의 최고 장점이 coolness라고 막연히 생각했었는데 오랜 세월 마주하며 살아 보니,


꼭 그렇지만도...


오늘 제가 이야기하려고 하는 그들의 의외로 Cool하지 못한 면모 하나는 바로?!


뒷.담.화.


미국인들은 말을 빙~빙~ 돌리는 대신 직구 승부를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웬만한 불평불만은 대놓고 할 줄 알았답니다. 이들은 사람 사이에 마찰이 생기면 '좋은 게 좋은 거'라며 꾹 참는 대신 솔직하게 툭 터놓고 그 자리에서 사과할 건 사과하고, 사과 받을 건 사과 받고 끝낼 때가 많거든요. 심지어 학교 교수님들이나 직장 상사들도 사과할 만한 일이 벌어지면 대부분 사과를 합니다. (물론 끝끝내 안 하는 사람들도 있지요. -_-)

이렇게 쿨내나는 직구 ↔ 직구 소통법을 가지고 있는 미국인들이라 뒷담화 할 일이 별로 없을 거라 생각했건만, 그랬건...!


웬 걸요~

국적을 불문하고 호모 사피엔스에게
최고의 오락은 싸움 구경과 뒷담화인가 봅니다.


건수 잡으면 살~벌하게 뒷담화 하는 사람부터 틈만 나면 시시콜콜 속닥속닥하는 사람까지 다양하더군요.

"없을 때는 나랏님 욕도 한다"는 속담이 있는 한국에서도 뒷담화가 흔하긴 하지만 제 생각에 한국인들의 뒷담화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는 것 같습니다. 예의상, 나이 서열상, 분위기상, 하고 싶은 말이나 심지어 정당한 항의조차 꾹 참아야 할 때가 많은 한국 사회에서는 내재되어 있는 불만을 해소할 수 있는 평화로운(?) 방법 중 하나가 뒷담화 아닐까요...

반면 언제 어디서든 자기 하고 싶은 말을 다 하고 사는 것 같은 미국인들은 도대체 왜 만만치 않은 뒷담화 신공을 뽐내는 건지 궁금했었는데 언젠가부터 서서히 느끼게 됐습니다. "하고 싶은 말을 다 하고 산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저의 생각이었을 뿐, 이 사람들은 나.름.대.로. 참고 또 참는 것이었습니다. 한국 문화권에서 자란 우리의 기준에는 못 미치지만, 이들도 자신의 인내심이 허락하는 한, 참을 忍자를 그리며 사는 거죠. 

사람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가 비교적 적은 미국이라고 해도, 아무리 cool~한 캘리포니안이라고 해도, 인간관계가 쉬울 리는 없습니다. 친구 때문에 열 받을 때도 있고, 이웃과 갈등을 빚을 때도 있고, 직장 상사 한 대 치고 떠나고 싶을 때도 있죠. 제가 이제껏 본 바로는 이럴 때 미국인들은 대화를 통해 자신들이 자랑하는 합.리.적. 방법으로 해결책을 찾고 뒷끝 따위는 없는 것 같았는데 꼭 그렇지만도 않더라구요.

하긴 한 번 생각해 보세요. 뚜껑 열리기 일보직전인데 입가에 미소 띄우며 이성적으로 합의점에 도달하는 게...


좋아 뵈긴 하나,
속으로는 울화통이 빵빠레 나팔 불고 있을지도요
.


격식 없는 사이의 미국인들이 언쟁/갈등 끝에 약간 서먹한 분위기를 전환하고자 쓰는 말 중에 이런 표현이 있습니다.


Are we cool?
우리, 이제 다 풀린 거지?
우리 괜찮은 거지?


라는 뜻인데 이에 대한 대답도 역시 cool을 써서


Yeah, we're cool.
그래, 우리 사이 괜찮아.


라고 합니다.

그러~나! 이러고 나서 쿨하지 못하게 뒷담화 하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

뒷담화를 좋아하는 미국인을 처음 만났을 때는 '아, 이 미쿡인 조금 의외다' 싶었는데 시간이 지나니 '그래요, 그래~ 당신들도 다 똑같은 사람인데 이게 자연스럽죠.' 하게 되었답니다. Cool하지는 않아도 인간적이라 웃음도 나구요. 재밌게 듣고 있다가도 불현듯 '아놔~ 이 사람 다른데 가서는 내 흉보는 거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제 귀에 들리지만 않으면 되죠 뭐.

여러분 시원~한 하루 유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