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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미국 우편집배원님의 은혜, 마지막 이야기

by 이방인 씨 2014. 4. 29.

굴 한 번 못 본 미국 우편집배원님과 저의 상상 속 로맨스 스토리, 그 마지막 편을 오늘 공개하게 되었네요. 시리즈 1,2편을 읽지 않은 분들은 여기서 보실 수 있습니다.

2014/03/28 - [Stranger Meets America/Hello! America] - 미국 우편집배원님의 은혜 ㅠ_ㅠ
2014/04/12 - [Stranger Meets America/Hello! America] - "미국 우편집배원님의 은혜" 후일담

집배원께서 저희집 현관까지 친히 소포를 배달하고 바람처럼 사라진 그 날부터 의 (마음 속에서 무조건 "He"라고 믿어버림) 얼굴을 보고 싶어하던 이방인 씨, 도대체 어느 시간에 이 동네에 출몰하시는지 알 수 없어 시간만 보내다...


마침내 지난 주 토요일!
햇빛은 쨍쨍, 바람은 선선하여 한가로이 산책을 나선 정오 무렵!
동네 어귀에서 그이의 (언제 "그"에서 "그이"가 된 건지 아무도 몰라!) 차량 발견!

 

주택가로 배달오는 미 우체국의 소형 트럭입니다.


당연히 전력질주로 뛰어간 이방인 씨,
봤습니다!

그.이.의. 얼.굴.을.

태양이 뜨거워지기 시작하는 캘리포니아의 봄이라 Sun Hat을 쓴 집배원님은... 은!!!

.
.
.

 

"그이"가 아니라 "아주마이"셨습니다.

뭔 말인지 모르겠는 분들은 아래를 보시라~


무척 가냘픈 체구의 아시아계 중년 여성 집배원님이시더군요. 음... 성난 오리가 꽥꽥거리며 쫒아올 때 도망치던 속도보다 훨씬 더 빠르게 뛰었던 이방인 씨, 어쩐지 온 몸에 힘이 쭈~욱 빠졌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늘 날씨가 참 화창하네요. 저는 이 동네 XXXX 번지에 사는 OOO이예요. 지난 번에 우체통 잠금쇠도 열어 주시고 집 앞까지 배달도 해 주셔서 참 감사했어요~"

라.고. 미리 생각해 둔 인사말을 하기는 커녕 그냥 "구...굿데이..."하며 꾸~벅 목례를 한 뒤, 가려던 산책마저 때려치우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박여사에게 이 소식을 전하기 위해서요. 저희 어머니도 제가 우편집배원님의 얼굴을 궁금해하는 사연을 알고 계셨거든요. 하여 헐레벌떡 집에 돌아와 어머니께 소리쳤죠.

 

엄마, 엄마~ 우리집에 배달해 주시는 집배원님이요,
여자분이셨어요!!! 아주머니셨어요!!!

 

!

어머니께서 슬~쩍 웃으시는 듯한 느낌! 그리고 이어지는 한마디,


호호

그래~ 엄마는 알고 있었어.
본 적 있거든.

알고 있었어
알고 있었어
알고 있었어

 

근데 왜 저한테 말씀 안 하셨어요?!!! 제가 궁금해하는 거 아셨잖아요?!!!

별일 아니라는 듯 휘파람처럼 경쾌하게 들려온 어머니의 마지막 한마디는,


메롱

그냥~ ♬♩♪

 

다...당했다. 또!!!!

어머니는 "그냥"이라고 하셨지만 정말 "그냥"일까?!
의심은 깊어져만 간다...


여러분, 꺼진 불과 어머니는 다시 봐야 합니다. 유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