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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이야기

이런 슬픔 앞에는 무신론자도, 교포도 한마음 뿐입니다

by 이방인 씨 2014. 4. 18.

제 최초로 세월호 침몰 뉴스를 접했을 때, 놀라긴 했지만 사태가 이렇게 심각해지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선박 관련 지식이 없어서 그 정도 크기의 배가 그렇게 빨리 가라앉을 줄도 몰랐거니와 당.연.히. 대대적인 탈출 및 구조 작업이 이루어질 것이라 예상했거든요. 영화를 너무 봐서 현실감각이 없었던 건지 이런 장면을 떠올렸답니다.

 

(Painting by Willy Stower)

아비규환 속에서도 구명정을 이용해 탈출해서 구조선을 기다리고 있을 줄 알았죠.

침몰하는 배 안에 갇혀 있을 줄이야...!

게다가 선원들과 선장이 먼저 탈출했을 줄이야...!


최초 속보를 보고 나갔다가 저녁 때 돌아오니 "사망자 1명"이라고 하더군요. 그러다 또 몇 시간 지나니 이번엔 "6명" 그 다음에는 "9명" 그리고는 또 늘어나고, 구조 작업도 원활하지 못하다는 소식이네요... 마음은 어디로든 날아갈 수 있으니 먼 곳에 있는 저 역시 한국에 계신 분들의 슬픔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 세계에는 신의 존재를 의심케하는 일들이 많이 일어나지요. 특히나 종교를 가지지 않기로 선택한 무신론자인 제게는 더 그렇습니다. 이스라엘 - 팔레스타인 갈등이 그러하고, 성전(Jihad)을 외치며 인명을 해하는 이슬람 테러 집단이 그러하고, 아프리카에서  몇 초에 한 번씩 아이들이 굶어죽는다는 사실이 그러하고... 도무지 전지전능한 유일신 (어느 종교의 신이든)이 인간을 사랑하여 굽어살펴주고 계신 세계라고는 믿기 힘드니까요.

아직 학교 밖의 삶을 누려 보지도 못한 아이들의 생사도 가늠할 수 없는 지금, "견딜 수 있는 시련만 주신다"는 신의 진의를 알 수 없어 참담한 마음이지만


전 세계가 기적 같은 구조 소식을 기다리는 현실 앞에 
저도 신의 존재를 믿고 싶습니다.


하늘의 무심함을 원망하고, 인간의 무력함에 가슴을 치는 일 밖에 할 수 없는 지금처럼 '신의 도움'이 간절한 때가 또 있을까요... 신의 존재를 의심하게 되는 순간이야말로 역설적으로 우리에게 신이 가장 필요한 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특정 종교를 가진 사람이 아니니, 세상에 이름이 전해져 오는 모든 신들의 존재를 믿어 봅니다. 일신교를 믿는 분들에게는 불경스러운 일일 수 있으나 '인간을 사랑하는 자애로운' 신이라면 그 누구의 힘이라도 빌리고 싶은 때 아닙니까.


보도를 통해 들으니 한국은 TV조차 조용히 삼가며 구조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고 하더군요. 저 역시 오늘은 글을 올리지 않으려 했으나,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는 말을 굳게 믿으며 해외교포들도 모두 한마음으로 기적을 바라고 있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어 몇 자 적습니다.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빌며 실종자들의 신속한 구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