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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뉴욕의 첫인상과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의 위엄 (스압 폭발)

by 이방인 씨 2013. 5. 16.

여러분  굿모닝
오늘부터 본격적인 뉴욕 여행기가 시작됩니다!
4일 동안의 일정을 따라 4편으로 포스트될 예정이예요. ^^


5월 9일 - 10일  여행은 삽질로 시작해야 제 맛이죠!

5월 9일 목요일 밤 10시 45분 비행기에 오른 저는 일단 애틀란타에 도착했습니다.
이 망할 놈의 좌골신경통 때문에 non-stop 비행은 꿈도 못 꾸고 올 때 갈 때 모두 한번씩 서는 비행기편을 예약했기 때문이죠.
그런데 첫번째 비행기가 애틀란타 공항에 내릴 무렵 두번째 티켓을 보고 있던 저는 조금 당황했습니다.

 

 

첫번째 비행기의 도착시간이 6시 04분인데, 두번째 비행기의 탑승시간이 6시잖아요!


아시겠지만 이코노미 이용객이 가방 꺼내서 내리고 게이트 빠져 나오는데 시간이 얼마나 오래 걸립니까!
비행기에서 내려서 게이트로 나오는 순간 이미 시계는 6시 20분이더라구요.
두번째 비행기 이륙 예정시간이 6시 40분이어서 정신 없이 뛰기 시작했는데 하필이면 도착 게이트는 B인데 출발 게이트는 완전히 반대편에 있는 T인 거예요!
전력질주하면서 어쩌면 못 탈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정말 영화의 한 장면처럼 게이트 문이 막 닫히려는 순간 헉헉 거리며 도착했어요.
문 닫고 있던 항공사 직원이 제 꼴을 보고 웃어 제끼더니 빨리 들어가라고 열어 주더라구요.
그리하여 들어간 기내에서는 이미 가지런히 착석한 모든 승객들이 모두 한마음 한뜻의 눈으로 저를 주시했습니다.

방구뽕  일찍 좀 다녀라....

이번에 이용한 항공사는 Delta Airlines였는데 역시나 미국 항공사답게 썩 친절하지는 않았지만 저는 오히려 그게 좋았어요.
지난 번에 미국의 항공사 승무원들의 서비스는 한국 기준으로 생각하면 그다지 좋지 않다는 글을 올렸었잖습니까?
이번 여행에서 승무원들의 무심한 서비스를 받을 때마다 속으로 '그래, 이래야지 내 글에 신빙성이 더해지는 거야!' 하며 기쁘더라구요.

쌩유조금 더 거칠게, 조금 더 막 대해 주세요~~!!


어쨌든 무사히 뉴욕의 LaGuardia 공항에 착륙하여 예약해 둔 숙소를 찾아가게 되었습니다.
공항에서 무조건 M60 버스를 타면 된다고 하기에 죽어라고 M60만 기다리다가 버스에 올랐는데 아뿔사!
버스비가 $2.50인 뉴욕에서는 지폐는 안 받아주더라구요.
오로지 동전이나 메트로 카드로만 탈 수 있다고 해서 결국 10분을 기다린 첫번째 M60 버스를 그냥 보내야 했습니다.
다시 공항으로 들어가 메트로 카드를 구입하고 또 10여분을 기다린 끝에 버스에 올랐습니다.

 

뉴욕의 버스와 지하철을 모두 이용할 수 있는 카드인데 신용카드처럼 슬라이드 방식이더라구요.
지갑에 넣고 또 가방 속에 넣어도 찍히는 T-money 카드와는 대적할 수 없는 수준이죠. ^^

 

뉴욕 지도의 일부분인데요.
빨간 동그라미가 제가 내린 LaGuardia 공항이고, 파란 동그라미가 Queens 지역에 있는 제 숙소이고
왼쪽의 초록 동그라미 친 부분이 뉴욕의 중심지 Manhattan입니다.

 

공항과 가장 가까운 곳에 숙소를 잡았기 때문에 그리 걱정하지 않고 버스에 올랐는데 또 한번 아뿔사!
캘리포니아와 뉴욕이 3시간 시차가 있기도 하고, 비행기를 갈아타고 내리느라 밤새 잠을 못자서 그런지 버스에 앉자마자 바로 딥 슬립.
깨어 보니 버스는 이미 숙소를 한참 지나 제 갈 길로 달리고 있는 것 같고, 그런 버스를 따라 제 정신도 머리에 꽃 달고 유체이탈...
숙소 예약할 때 들은 바로는 분명히 공항에서 버스 타고 일곱 정거장, 11분만 타고 오면 숙소가 보인다고 했는데 이미 한~ 오백년 지난 것 같아 무조건 내렸습니다.
다시 반대쪽 정류장에 가서 버스를 탔는데... 그랬는데...
제 입으로 말하기 창피하지만 또 졸다가... 74가에서 내려야 하는데 62가까지 흘러가서야 깼답니다.

하하   아하하하하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게 자기 눈꺼풀이라잖아요? ^^;;

 

여기서 다시 또 반대편 버스를 타야했지만 왠지 어리버리 멍텅구리 제 자신에게 벌을 내려야 할 것 같아! 걸어가기 시작했습니다.
12블럭 정도는 쉽게 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무거운 가방을 들고 가려니 죽을 맛이더라구요.
그렇게 원래대로라면 15분 안에 도착했어야 할 숙소에 무려 1시간 반을 걸려 도착하고 났더니 주변의 아무것도 안 보이고 그저 기쁘더라구요.
체크인 시간이 아직 안 되어서 일단 가방만 내려놓고 Manhattan 구경을 위해 밖으로 나왔더니 그제서야 눈에 들어오는 숙소 주변의 상황은...

 

바로 앞이 공동묘지더라구요.  윽2
아하하하하하하하 ^^;;
묘비들이 참 가지런하기도 하지...


어쨌든 이런 사소한 일에 마음 쓰지 않고 Manhattan으로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타러 갔습니다.
말로만 듣던 뉴욕의 지하철! 시골 출신들이 도시의 상징으로 생각하는 지하철! 설레이는 마음으로 지하철역으로 걸어갔습니다.

그런데...

 

 가는 길이 더.러.워.
이런 건 여태 본 적이 없는 거리의 모습.

 

 지하철역 입구는 좋게 말해 누추하고,

 

복도는 조금 음산한 듯 하고?

 

표지판과 그 주변 모습은 뭔가 할 말을 잃게 하는구나.

 

마침내 다다른 승강장은 무.서.워. !!
고가 도로 위에 떡하니 승강장이 있는데 스크린 도어는 커녕 그 어떤 안전장치도 없이 레일만 덩그라니.

 

어제 제가 쓴 글 밑에 한 방문객께서 자신도 뉴욕을 한번 방문해 보았는데 소감은 '뉴욕은 더럽다' 는 것이라고 하셨는데 그 말씀이 제가 받은 첫인상과 똑같습니다.
미안한 말이지만 뉴욕은 정말이지 깨끗한 도시는 아니었어요.

느낌표  '아... 이런 곳이 뉴욕인가?' 의 순간이었습니다.

 

첫 날은 혹시 제가 묵은 숙소가 시 외곽에 있어서 그런 걸까 싶었는데 나중에 Manhattan도 똑같더라구요.

 

 Manhattan 시내의 지하철역인데 여기도 비슷하죠?

 

지하철 플랫폼 벽의 모습인데 상단부는 목욕탕 타일 같고 아래는 TGIF 같고...
목욕재계하고 고기 먹으러 가라는 귀중한 메세지인가?!

 

도어가 없는 철로에는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가 많이 보이구요.

 

이것이 유일한 안전장치였는데 그나마 이것조차 없는 역도 많았어요.

 

더러운 것도 좋지 않지만 더 큰 문제는 안전장치가 전혀 없다는 것이었어요.
서울에서 지하철을 많이 타 봤는데 승강장 자체가 깨끗하고 안정된 느낌을 주는데다가 스크린 도어까지 있잖아요. 
뉴욕은 바로 몇 발자국 걸으면 철로로 떨어지는데 사람들은 홱~홱~ 다녀서 플랫폼에 서 있을 때마다 은근히 긴장되더라구요.
여기 상황을 직접 보니 일전에 뉴욕에서 한인 교포 남성분이 지하철 철로로 떨어져 사망한 사고가 왜 일어났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불안불안한 지하철을 타고 Manhattan에 도착해 가장 먼저 한 일은 바로~! 바로~~!!

 

배고파서요... 웃겨

거리에서 파는 이 조그마한 칠리독 하나에 무려 $4이나 하더라구요.
우리 동네에서 이걸 4불에 팔았다가는 당장 망할텐데 말이죠.
말로만 듣던 뉴욕의 살인적 물가를 실감했습니다.

 

어쨌든 허기진 배를 채우고 찾아간 곳은 다름 아닌 이곳입니다.

영국의 대영 박물관, 프랑스의 루브르와 함께 세계 3대 박물관이라고 불리는
'The Met'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입니다.

 

10년 전 유럽 여행을 갔을 때 앞의 두 박물관을 보고 그 규모에 엄청나게 놀랐는데 메트로폴리탄은 그보다는 작지만 컬렉션이 방대한 건 마찬가지였습니다.
10분의 1도 제대로 못 본 듯 하지만 박물관 안에서만 5시간 정도를 보냈답니다.
희대의 방향치이자 길치인 저는 박물관 안에서 길을 잃어 같은 곳을 계속 뱅뱅 돌기를 여러번 했다지요. ^^;;
오죽하면 전시관 앞에 서서 사람들을 지켜보는 관리직원이 제가 딱해보였는지 이렇게 묻더라구요.

 

Miss, 대체 어디로 가고 싶으세요?

Miss, 대체 어디로 가고 싶으세요??

Miss, 대체 어디로 가고 싶으세요??!!


헉4 아오~ 창피해.. 어디든 지금 당신 눈 앞에서 사라지고 싶네요.

 

제대로 보려면 일주일 정도는 출근도장 찍어야 할 것 같은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 찍어온 사진들 몇 장 여러분께도 보여드릴게요.
찍어온 사진이 너~무 많은데 스크롤의 압박을 견딜 수 없어서 극히 일부 밖에 못 올리겠네요.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는 플래쉬 사용은 금지이지만 사진 촬영은 허용되더군요.)

 

아프리카 관에는 이국적이다 못해 조금 그로테스크하게 느껴질 정도로 톡특한 작품들이 많더라구요.

 

오른쪽의 이 아이(?)는 아이큐 높을 것 같아요...

 

이건 남미 인디안들의 유물인 걸로 기억하는데 한국의 신라시대 금장식과도 느낌이 비슷하지 않나요??

 

 

중세 유럽 기사들의 화려한 갑옷과 무기들도 볼 만했구요.

 

실물 크기 기사들이 있었는데 꽤 위압갑이 있더라구요.

 

솔직히 이런 갑옷이 방어력은 좋겠지만 기동력은 형편 없는 것은 아닐까 의심스럽습니다.

 

역시나.. 죽는 건 무서워서 가슴에는 성모 마리아님과 아기 예수님이 있네요. ㅋㅋㅋ

 

이건 너무 귀엽지 않아요?!!
모자와 스커트 콤보 같아서 사서 입고 싶더라구요.

 

박물관 곳곳마다 대리석 조각상들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다들 우아한 모습들이었습니다.

 

 기록에 남은 인류 최초의 여류 시인이었던 그리스의 사포입니다.

 

 분명히 Saint ~ 라고 써 있었으니 성인이라는 말인데...
제 눈에는 그냥 '느끼고 있는 미소년'  ㅎㅎㅎ

 

 구경하다가 지치면 이렇게 아름다운 회랑과 홀에서 쉴 수도 있고 참 좋더라구요.

 

지나는 복도마다 전부 예술품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너무 많다 보니 나중에는 감흥이 떨어질 지경이었죠.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은 역시 이집트관이었습니다.

 

 무려 3천년 전의 유물인데도 굉장히 완벽한 모습으로 보존되어 있죠?

 

 이렇게 삼중관에 미이라를 넣을 수 있었던 것은 왕족이나 부자 귀족 계급들 뿐이었다고 하네요.

 

 인류가 최초로 만든 종이인 파피루스에 그려진 그림인데 이것 역시 보존 상태가 양호하죠?

 

이런 것들은 굉장히 작은 미니어쳐들이었는데 정교하면서도 귀엽습니다. ^^

 

이집트 신전의 일부를 가져다 놓은 것인데, 결국 남의 땅에서 가져왔단 소리죠?

 

이게 정말 화려하더라구요.
고대 이집트에서 지배계층이 신었던 황금 샌들인데
샌들도 그렇지만 발가락과 손가락에까지 금 장식을 끼우고 다녔나 봅니다.
공기 안 통하면 무좀 생길텐데...

 

 공주로 태어났지만 남장을 하고 파라오의 자리에 올랐던 이집트 최초의 여왕 핫셉수트의 석상입니다.
지배하기 위해 남장을 했기 때문에 본인의 조각상도 전부 남성의 모습으로 만들게 했다네요.

 

이집트 평범한 서민들의 생활을 묘사한 작품인데요.
나일강에 배를 띄우고 작살로 물고기를 잡는 모습입니다.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 한국관이 있는데 안 들릴 수가 없겠죠.
예전에 제가 포스트한 글  2013/02/03 -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의 우리 문화재 '백제금동좌불상'의 사연 에 나오는 문화재를 실제로 볼 수 있었습니다.

 

 아시아 작품이 모여 있는 곳 한 켠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게 바로 1300년전 삼국시대 장인이 만들었다는 백제금동좌불상입니다.
아주 작은 부처님이었는데 실제로 보니 왠지 찡~하더라구요.

 

이미 스크롤의 압박에 인내심을 잃은 분들이 계실 것 같아서 박물관 사진은 이쯤에서 줄일게요.
나중에 보니 그 안에서 찍어온 사진만 백여장이 넘을 정도로 볼거리가 많았기에 무려 5시간을 꼬박 박물관에 할애했더니 또 다시 배가 고파졌습니다.
그래서 가이드북에서 강추! 하는 디저트 가게에 찾아갔죠!

 

William Greenberg Desserts 라는 곳이었는데
제게는 생소한 Jewish (유대인) 전통 디저트를 파는 곳이라는군요.

 

가게는 오래된 만큼 허름해 보였지만 입구에 붙은 오프라 윈프리의 추천에 왠지 믿음이 갑니다. ^^

 

이게 바로 뉴욕 제일이라는 Black & White 쿠키입니다.
화려한 디저트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투박한 겉모습이죠?
손바닥 하나를 가릴 만큼 큰 크기인데 가격은 개당 $3.50입니다.
바닐라맛 빵 위에 반은 초콜렛 반은 다른 맛 크림이 얹혀져 있어서 Black & White 이라네요.

 

이름은 쿠키지만 잘라 보니 안은 쿠키 보다는 부드럽고 쫄깃한 케잌에 가까웠어요.
빵의 식감이 어찌나 찰지던지 베어 물면 이에 달라붙을 정도더라구요.

대박 이건 정말 먹어 본 적이 없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그런 맛!!
쿠키도 아닌 것이 빵도 아닌 것이 그 둘 보다 더 맛있는 이것이 무엇이냐
엿도 아닌 것이 입에 착착 붙는구나!

한마디로 말하자면

명.불.허.전.

 

정신 없이 먹다 보니 벌써 이런 꼴이 났네요.

 

이 커다란 쿠키를 한번에 식도로 넘겨준 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숙소로 돌아와 잠을 청했답니다.
그리고 악천후와 싸워야 했던 다음 날을 알지 못한 채, 평온한 밤을 보냈습니다.

가열차게 시작된 뉴욕의 하루, 여러분 어떻게 보셨나요?
쓰다 보니 수다가 엿가락처럼 늘어나고 말았네요.
최대한 생생하게, 마치 저와 함께 여행하신 듯 느끼게 해드리고 싶어 이것 저것 쓰다 보니 스크롤의 압박이 폭발했어요. ^^;;
읽기 귀찮으셨다면 사과 드리면서 이만 물러갑니다.
여러분,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