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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사형 집행에 대한 미국인들의 생각

by 이방인 씨 2014. 1. 27.

제가 미국에 온 해에 말이죠,
샌프란시스코에서 60년 만에 사형 집행이 있었습니다.
왜 하필 제가 온 그 해에! 무려 60년 만에!! 그런 일이 있었는지... 격.한.환.영.이라는 말은 이런 때 쓰라고 나온 듯 하군요.
60년 만의 사형이니 밤낮 가리지 않고 언론에 보도되었는데 제가 놀란 사실은 따로 있습니다.

"사형"이라 하면 저는 자연히 한국에서 일반적으로 행하고 있는 교수형을 떠올렸는데 그 당시만 해도 미국인들이 알고 있는 대표적인 사형 방법은 전기 의자더라구요. (지금은 약물 주사로 바뀌었습니다.)
60년 만에 사형을 당한, 샌프란시스코 역사에 남을(?) 그 죄수 역시 전기 의자에서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en.wikipedia.org)

1881년 뉴욕주의회에서 교수형보다 더 빠르고 고통이 적은 사형 방법을 도입하자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이에 발명왕 에디슨이 설립한 회사 직원이었던 Harold P. Brown이 전기 의자를 만들어냈죠.
에디슨의 연구소에서 많은 실험을 거친 끝에
마침내 1890년에 최초로 전기 의자 사형을 집행했습니다.
그 후로 근 100년 동안 미국에서 가장 일반적인 사형 방법으로 군림(?)했으나
1980년대부터 서서히 약물주사에게 그 자리를 내주게 됩니다.

참고로 전 세계에서 전기 의자 사형을 집행한 나라는 미국이 유일하고
미국이 강점했던 시절, 필리핀에서도 잠시 행해졌다고 합니다.

 

미국에서 사형은 Death Penalty 혹은 Capital Punishment라고 하는데 현재 50개 주 중 32개 주에 사형 제도가 있으며 District Columbia와 나머지 18개 주는 사형 제도를 채택하고 있지 않습니다.

지난 주에 오하이오 주에서 약물 주사로 사형을 당한 죄수가 무려 26분 동안 죽음에 이르지 못하고 호흡곤란으로 고통을 받았다는 뉴스가 있었습니다.
교수형보다 고통이 적다며 시행한 전기 의자, 그 전기 의자보다 더 빠르다고 도입한 것이 약물 주사인데... 근래 이 "약물"을 미국에 수출해 온 유럽의 제조회사에서 공급 물량을 줄이는 바람에 미국에서 직접 치사 약물 조합을 찾다 보니 이런 일이 간혹 발생한다는군요.

이 일을 계기로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사형에 관한 설문조사가 실시되었습니다.

 

1. 살인죄를 저지른 범죄자의 사형 집행에 찬성하는가?

YES - 62%
NO - 26%

 

2. 형집행에 적당한 방법은?

치사 약물 주사 - 54%

 

3. 사형은 가능한 한 "빠르고 고통 없이" 집행되어야 하나?

그렇다 - 43%
아니다 - 11%
잘 모르겠다 - 8%

 

4. 최악의 형벌은 무엇인가?

사형 - 30%
가석방 없는 종신형 - 52%


저도 사형보다 가석방 없는 종신형이 더 끔찍한 형벌인 것 같아 사형에는 찬성하지 않는 입장입니다.
법에 따라 반드시 사형을 집행해야 한다면 가능한 한 고통 없이 빠르게 죽음에 이르게 하는 방식을 택해야 한다고 생각하구요.

통계를 보니 1976년부터 현재까지 미국에서 1,348명의 죄수가 사형되었습니다.
2013년에는 39번의 사형 집행이 있었군요.
사형 선고를 받고 현재 사형수 건물에서 복역 중인 죄수가 3,108명이라는 것을 보면 사형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states에서도 실제 집행은 드물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지난 45년 간 미국에서 실제 사형 집행을 한 주는 35개 주 중 15%에 그친다고 하는군요.

사형은 비인도적이라는 게 전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미국에서 한 명의 사형수가 죽음에 이르기까지 드는 돈이 어마어마하거든요.
[재판→형 선고→수감→항소→재판→수감 (이 과정이 반복되다 마침내)→형 집행]까지 가는 과정이 지리하게 몇 년씩 걸리는 게 보통입니다.
이 과정에서 몇 번씩 열리는 재판비용만 따져도 사형수 1명당 평균 200만 불에 육박한다고 하네요.
전미에서 사형을 언도 받고 복역중인 죄수가 가장 많은 캘리포니아 주는 사형을 종신형으로 대체할 경우 5년간 약 1빌리언 달러 (한화 1조 8백억원)을 절약할 수 있으며, 사형수 1명당 매년 $90,000 (한화 9천 7백만원)의 세금이 사용되는 꼴이라고 합니다.

 

아놔~ 이런 썩을 놈들...
극악한 죄를 저지르는 것으로도 모자라 국민의 피 같은 세금을 우려내다니!!!

사형이고 뭐고 평생 감옥에 가둬 두면서
1일 1식이나 간헐적 단식 (후덜덜)을 시키는 게 
가장 잔혹한 형벌일 것이야!!!


인도적 차원에서도, 경제적으로도 사형제는 폐지하고 감옥에서 평생을 후회하게 하는 것이 나을 듯 싶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월요일부터 사형에 관한 글을 올리다니... 산뜻한(?) 이방인 씨였습니다. 유후~


사형제를 유지하는데 왜 그리 많은 돈이 드는지 궁금해하는 분들이 계셨는데요. 대부분은 재판비용입니다.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브스의 기사에 따르면 검사가 사형을 구형하는 재판은 일반 징역형 재판보다 약 3배 정도 많은 비용이 든다고 하네요. 게다가 구형에 불복하여 항소를 하게 되면 재판은 몇 년씩 계속 되기도 합니다. 이 때 판사와 검사를 비롯하여 재판에 참여하는 공무원들의 인건비와 기타 비용은 모두 국민들의 세금에서 지불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