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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우리가 하는 걸 미국인들도 똑같이 하고 있었을 줄이야!

by 이방인 씨 2014. 1. 13.

일반적으로 풍습이란, 특정 문화권의 고유한 풍속과 습관이죠.
"고유하다"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다른 문화권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경우가 대부분이구요.
아무리 글로벌 시대라고 해도 한국과 미국은 서로 동떨어진 문화권이니 양국의 풍습은 서로에게 낯선 모습을 하고 있을 것입니다.
헐리웃 영화로 대표되는 미국의 쇼 비지니스 사업 덕분에 전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미국 문화에 익숙한 사람도 막상 현지에 와 보면 생경함을 느낄 때가 많죠.
그런데 그런 와중에 내 조국의 풍습과 똑~같은 것이 미국에도 존재한다는 걸 알게 되면 어떨까요?

 

~~!!!
라스베가스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인 줄 알았는데...!!

 

이방인 씨 만 18세의 가을, 한국에서 허구한 날 친구들과 하고 놀던 어떤 행위가 미국에서도 똑같이 행해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게 뭔데 이렇게 서론이 장황하냐구요?

 

바로 이겁니다!!

 새끼 손가락 걸고 약속하는 거요!!! 

 

한국인 중에 새끼 손가락 걸고 약속 한 번 안 해 본 사람, 그리 많지 않을 것 같은데요.
이 풍습, 본래는 약속을 어기는 사람이 새끼 손가락을 잘라야 한다는 일본의 "유비키리"에서 유래됐다고도 하고, 일본 역시 중국으로부터 받아들였다는 얘기도 들리더군요.
한마디로 동북아시아에서는 매우 보편적인 풍습이라고 할 수 있겠죠.
하지만 이역만리나 떨어진 미국에서도 똑같이 하고 있을 줄은 미처 몰랐답니다.

미국인 친구가 제게 새끼 손가락 걸고 약속하자는 말을 먼저 하더라니까요!!!

새끼 손가락 걸고 약속하는 행위를 미국에서는 Pinky Swear 혹은 Pinky Promise라고 합니다.
Pinky가 새끼 손가락을 뜻하는 단어죠?
한국에서처럼 전 국민이 알고 있거나 광범위하게 행해지는 것은 아니라 주로 여자 아이들이 많이 하고 "귀여운 행동"을 좋아하는 성인들도 가끔 하더군요.
심지어 이런 사람들도...

 

남녀가 새끼 손가락 걸고 사랑을 오버 아.. 아니 맹세한 모양인데...

 

이 커플 난 반댈세!

이게 영어로 써 있으니 여러분께 느낌이 팍! 안 올 수도 있는데 한 번 생각해 보세요.
손을 잡고 거리를 걷는 어느 커플의 새끼 손가락에 이런 문신이 (낙서도 아니고) 있는 거라구요!!!

우리 새끼 손가락 걸었음~ ♡

어익후~ 둘 만의 세상에 너무 깊이 빠지신 건 아닐까 싶네요.

 

Pinky Swear가 미국에 알려진 경로는 역시나 일본계 이민자들과 일본 애니메이션이라고 보는 사람들이 많지만 위키피디아에서 매우 흥미로운 단서를 하나 더 찾을 수 있습니다.
1860년에 이미 미국에는 Pinky Swear가 있었다는 증거가 올라와 있네요.
당시에 쓰여진 짧은 동요 (nursery rhyme) 중에 이런 가사를 가진 노래가 있습니다.

Pinky, pinky bow-bell   새끼 손가락을 걸고
Whoever tells a lie   거짓말 한 사람은
Will sink down to the bad place   나쁜 곳에 떨어져서
And never rise up again   다시는 올라오지 못할 거야

Dictionary of Americanism이라는 책을 보면 당시 뉴욕에서 어린 아이들이 장난감을 교환한다거나 약속을 할 때 서로의 오른쪽 새끼 손가락을 걸고 이 동요를 부르는 것이 매우 일반적 (very common)이었다고 하네요.
1860년이라면 태평양 전쟁 한~참 전이고 1800년대 뉴욕에서 일본계 이민자들을 찾아보기도 힘들었을 테니 이건 일본의 영향이라고 결론내리기 힘들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미국인들도 약속을 할 때 새끼 손가락을 걸자는 생각을 이미 했던 걸지도요...

한국에서 새끼 손가락을 걸고 한 약속은 법적 효력이 전~혀 없지만 이걸 어기는 건 파.렴.치.한. 행동 아니겠습니까?!
미국에서도 Pinky Swear는 그 정도의 위력을 지니고 있답니다.
재기발랄한 정의를 내리는 것으로 유명한 Urban Dictionary에 이렇게 설명되어 있더군요.

 

사람이 할 수 있는 가장 성스럽고 진지한 맹세. (vow를 vowel로 잘못 써 놨네요.)
이를 어기면 엄청난 대가를 치르게 된다.
진심으로 약속하고, 이를 소중히 여기겠노라 맹세한 것이니
그 규칙을 잊지 말지어다!


암튼 미쿡인들의 허풍떠는 유머란...!

 

귀여운 것과는 거리가 먼 미국인들이라 어릴 때는 자주 하는지 몰라도 성인이 되면 여자들도 새끼 손가락 약속은 잘 하지 않더라구요.
이 포스팅을 하려고 인터넷 검색을 하다 보니 남자 친구에게 "새끼 손가락 걸고 약속하자"는 말을 꺼냈다가 "그게 무슨 유치한 짓이냐"본전도 못 건졌다는 미쿡 여성의 애잔한 사연이 있었답니다.

 

약속하고 안 지키는 것보다는 아예 안 하는 게 더 낫...
지만 그걸 못 해 주나요!
그 남자친구, 새끼 손가락 아껴뒀다가 어디다 쓰려고...!



그러니 모든 미쿡인에게 통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전해드리며 물러갑니다.

3일만에 만나는 여러분! 3배로 즐거운 월요일 유후~ 유후~ 유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