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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이야기

교포 2세들에게 물려줄수 있는 가장 큰 유산, 한국어

by 이방인 씨 2011. 11. 23.

얼마전 한인 교포가 운영하는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자르고 왔습니다.
그런데 그 날 저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한인 부모님들을 만나고 왔답니다.

교포 2세로 태어난 아들의 머리를 잘라주기위해 아이의 부모님이 함께 오셨더군요.
아이는 이제 한 7살 정도 되보였는데요.
머리 자르는데 어머니 아버지가 총출동한 것만 봐도 아이가 얼마나 사랑을 받으며 자라고 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어머님이 미용실 원장님께 하소연을 가장한 자랑을 하더군요.
아이가 영어를 못하는 엄마를 놀리고 무시한다는 얘기였죠.
알고 보니 이 부모님은 아버지는 영어를 하시지만, 결혼을 해서 미국에 오게 된 어머니는 영어를 잘 못하시는 분이었던거죠.
그러면서 그 어머니가 말씀하시더군요.

우리 아들이 영어를 어찌나 잘 하는지 영어 못하는 나를 놀려 먹으며 아빠하고 영어로만 말해요.

자신을 놀려먹어서 괘씸하다는 이야기였지만, 얼굴 표정이나 말에서 느껴지는 뉘앙스는 분명 아이가 영어를 잘한다는 사실을 자랑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엄마는 영어를 못하는데 아들은 영어를 너무 잘해서 문제야~ 라고 하시더군요.
아마 그 어머님은 본인은 못하는 영어를 어린 아들이 척척하니 그것이 대견하셨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저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안되더군요.
우선, 미국에서 태어난 2세 아이가 영어를 잘하는 것이 어떻게 자랑거리가 되는지 말입니다....
또, 엄마가 영어를 못한다는 이유로 놀리고 대화도 잘 안하는 것이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이야기인지요.
저한테도 미국에서 나고 자란 2세 사촌동생들이 2명이나 있습니다.
두 명 다 이제 대학생인데 본국에서 온 유학생들과 의사소통의 문제가 전혀 없을 정도로 한국말을 잘합니다.
물론 한글을 잘 쓰지 못한다는 약점은 있지만, 발음과 억양은 자연스럽고 어휘력도 상당히 좋습니다.
아마 부모님은 물론이고,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살다보니 자연스레 집에서는 한국말만 사용하게 되는 환경에서 자란 탓인것 같습니다.

여기서 살다보면, 많은 한인 부모님들이 본인이 영어를 못한다는 컴플렉스때문에 혹은 아이가 학교가서 혹시 영어를 못하게 되지는 않을까 싶어서 한국말 교육을 안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런데 제 사촌동생들은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집에서는 영어를 전혀 가르치지 않았기 때문에 유치원에 입학할 때까지 영어라고는 Hello 밖에는 몰랐습니다.
사실 그래서 처음 유치원 보냈을 때는 거의 매일 울면서 집에 돌아오곤 했죠.
그러나 역시 아이들답게 빨리 배워서 유치원을 마치고 초등학교 들어갈 무렵에는 이미 영어가 네이티브더군요.
그리고 대학생이 된 지금, 사촌동생들이 고마워하는게 바로 집에서 한국어를 가르쳐준 것입니다.
본인들이 대학가서 같은 교포2세들을 만나보니, 한국말을 전혀 못하는 아이, 알아는 듣지만 말은 못하는 아이, 더듬더듬밖에 못하는 아이 등등 많이 있다고 하더군요.

Multicultural Society 이라고 불리는 다문화 사회 미국에서 한 가지라도 외국어를 하는 것은 커다란 경쟁력입니다.
제 사촌동생도 한국어를 잘하기 때문에 고등학교와 대학에서 한국문화클럽, 아시안 학생클럽 회장을 하기도 했습니다.
교포 아이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것은 물론 우리의 뿌리를 잊지 않고 이어간다는 중요한 대의도 있지만, 실제적으로 아이들에게 글로벌시대의 경쟁력을 갖추어주는 가장 손 쉬운 방법입니다.
집에서 영어대신 한국어를 쓰는 것만으로 돈 한푼 안들이고 경쟁력을 갖추어주는 일인데 얼마나 좋습니까?
이거야 말로 일석이조겠지요.
많은 교포 부모님들이 아이를 위해 물려줄 수 있는 가장 큰 유산은 바로 한국어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