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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ything & Everything

껍질에 집착하는 엄마, 날 그냥 내버려 둬~

by 이방인 씨 2013. 12. 11.

가족의 건강을 책임지시는 어머니들은 항상 좋은 먹거리에 관심이 많으시죠?
저희 어머니도 식재료의 영양 성분과 그 효능에 빠삭하신데 특히나 채소나 과일의 껍질에 강한 애착을 보이신답니다.
어느 정도인지 한 번 보시죠~

 

1. 사과


이방인 씨: 엄마, 사과 안 먹어요.
어머니: 빨리 먹어.
이방인 씨 : 사과도 싫어하는데 껍질까지 있는 건 더 안 먹어요.
어머니: 그냥 먹어.
이방인 씨: 굳이 먹어야 한다면 껍질 깎아 먹을래요.
어머니: 안 죽으니까 먹.어.
사과 껍질에는 안토시아닌이라고 하는 폴리페놀계의 항산화력을 가진 성분이 포함되어 있지. 안토시아닌은 LDL 콜레스테롤을 산화 LDL로 만드는 활성 효소를 방해하기 때문에 사과는 껍질째 먹어야 하지.


헉4
엄마가 주는대로 사과 껍질 채 드시는 아버지...
콜레스테롤 약 드시잖아요.



2. 배

 


이방인 씨: 엄마, 지난 번에 샀던 배 어디 있어요?
어머니: 저~기 거~기 어디 어디에 있어. 깨끗이 씻어서 껍질 채 먹어.
이방인 씨: 네~ (말은 네~라고 하고 껍질을 깎을 준비를 하고 있다.)
어머니: (이방인 씨를 믿지 않기 때문에 어느샌가 지켜보고 계신다.) 껍질 먹어.
이방인 씨: 그냥 먹고 싶은대로 먹게 해 주세....
어머니: 안 죽으니까 먹.어.
껍질에는 플라보노이드와 폴리페놀의 함량이 많아 항산화 능력과 면역 기능이 뛰어나고 암 발생 억제 효능이 있지. 껍질에 함유된 기능성 성분은 배 4개의 과육에 포함된 성분의 양과 비슷하기 때문에 알맹이는 못 먹어도 껍질은 먹어야 하지.

 

그럼 배를 뭐하러 사요.
남들이 먹을 때 껍질만 얻어 먹으면 되는 거 아니예요...?



3. 포도

 


이방인 씨: (포도를 쏙쏙 빨아 먹으며) 엄마, 포도는 역시 한국 포도가 최고 맛있는 것 같아요.
어머니: 그렇지! 한국 포도가 맛있는데, 껍질 채 먹어!
이방인 씨: 아이~ 또 무슨 소리야, 한국 포도는 이렇게 쏙쏙 알맹이만 흡입하는 재미가 있는 건데.
어머니: 껍질 째 먹고 씨까지 꼭꼭 씹어 먹어.
이방인 씨: 그만 합시다! 박여사~
어머니: 안 죽으니까 먹.어.
포도 껍질에는 레스베라트롤 성분이 들어 있어 항산화, 항암, 항염증 작용을 하지. 또한 인간 수명 연장의 핵심 단백질인 Sirtuins (서투인)를 활성시키고 포도 씨에 들어 있는 폴리페놀은 비타민E의 50배에 달하는 항산화 작용을 하지. 그러므로 포도는 껍질, 씨, 과육 순으로 귀중한 셈이지.

 

수명 연장해서 무슨 영화를 보겠다구요...
아마 계속 껍질이나 먹을 테죠...


4. 감

 


이방인 씨: 미국인들은 이 맛있는 감을 왜 안 먹을까? 그치 엄마, 단감도 홍시도 맛있기만 한데.
어머니: 껍질 벗기지 말고 그냥 씹어 먹어.
이방인 씨: 감은 나도 양보 못해요! 감 껍질은 쓰다구~
어머니: 안 죽으니까 먹.어.
감 껍질에는 탄닌 성분과 비타민C가 많아 점막을 보호하는 역할을 해 설사에 좋고 감기를 예방하지. 네가 만약 껍질을 깎아낸다면 나중에 설사를 하고 감기에 걸릴지도 모르는 일이지.

 

에이~ 안 걸릴지도 모르는 일이잖아요.


5. 고구마

 


이방인 씨: 엄마, 오븐에 고구마 구워 먹어요~
어머니: 그래, 껍질 채 먹자.
이방인 씨: 우리집은 왜 식생활의 자유가 없는 겁니까. ㅠ_ㅠ
어머니: 안 죽으니까 먹.어.
고구마 껍질에는 식이섬유와 칼슘 등의 성분이 집중되어 있지. 또한 껍질의 색소에는 안토시아닌 성분이 들어 있어 항산화 효과와 간을 보호하는 기능도 있지. 또한 고구마 껍질의 폴리페놀화합물은 수용성이기 때문에 껍질째 쪄 먹는 것이 좋지.

간을 보호하려면 우루사를...



6. 양파

 


이방인 씨: 엄마, 그거 들고 저한테 다가오지 마세요.
어머니: 딸아, 마셔라~
이방인 씨: 아~~~ 엄마, 오지 마시라구요!
어머니: 코 막고 마시면 돼, 아~무렇지 않아.
이방인 씨: 아무리 엄마라도 위험할 수 있어요.
어머니: 안 죽으니까 마.셔.
양파 껍질에는 들어 있는 퀘르세틴 성분은 혈관 벽의 손상을 막아주어 혈관강화에 도움이 되지. 또한 혈액의 점도를 낮추고 혈중 나쁜 콜레스테롤의 수치를 낮추어 피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지. 네가 이 양파 껍질 달인 물을 마시지 않는다면 언젠가 피 속에 덩어리가 생길지도 모르는 일이지.

 

그러니까 안 생길지도 모르는 일이라구요.
우리 긍정의 힘을 믿어 봐요~



7. 밤

 


이방인 씨: 아, 제발 엄마. 밤은... 밤만은 그냥 먹게 해 주세요.
어머니: 밤송이 껍질 벗겨 주고, 딱딱한 겉껍질도 벗겨 줬잖아.
이방인 씨: 그건 원래 다 벗기는 거잖아요!!!! 선심 쓴 듯 말하지 마세요!
어머니: 밤 속껍질은 씹을수록 고소해. 얼른 먹어.
이방인 씨: 먹을 만한 걸 줘야 먹죠.
어머니: 안 죽으니까 먹.어.
밤 속껍질에는 혈당 강하 작용을 하는 폴리페놀이 들어 있어 당뇨병을 예방할 수 있지. 또한 뇌신경세포를 보호하고 인지장애를 회복하고 기억력 항상에도 도움이 된다고 하지.

하하

엄마가 건망증 세계 챔피언이잖아요.



어떻게든 맛없는 건 먹기 싫어 뺀질거리는 이방인 씨와 반항 따위에는 아랑곳하지 않는 어머니랍니다.
사실 껍질을 먹는 것은 참을 수 있는데 껍질째 먹으려니 씻는 과정이 어마어마하게 길어지는 게 귀찮아요.
박박 씻고, 식초 떨어뜨려 씻고, 흐르는 물에 씻고, 또 씻고.... 아오~ 안 먹고 말지요.

껍질에 집착하시는 어머니를 놀리려는 마음에 언젠가 수박을 먹으면서, "엄마, 이것 좀 보세요. 엄마는 뭐든지 껍질 채 먹는 거 좋아하시잖아요." 하며 초록색 수박 껍질을 와구와구 씹어 입에 넣었더니 (이러면 엄마가, "얘, 뭐하는 짓이야! 수박 껍질은 먹지 마!" 하실 줄 알았죠.) 딱 한마디 하셨어요.

훗~! 깨끗이 씻었다. 죽진 않을 거야. 


역시 엄마야...

 

 

우리 모두 엄마 말씀을 잘 들어 수명 연장의 꿈을 이루고 200살까지 껍질 씹어 먹으며 삽시다.
건강한 하루, 유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