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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이야기

甲의 횡포 권하는 온라인 세상, 블로거는 乙인가?

by 이방인 씨 2013. 10. 19.

요즘 한국 사회의 화두 중 하나는 "갑(甲)의 횡포"가 아닐까 합니다.
하루에도 수백 개씩 쏟아져 나오는 인터넷 기사 중에는 각계각층에서 벌어지고 있는 갑의 횡포를 고발하는 내용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띄더라구요.
경제력이든 권력이든, 결국 한정된 자원 다툼이니 어느 사회든 소수의 갑과 다수의 을, 심지어 병정무기경신임계가 함께 살아가고 있겠죠.
저는 "갑"이라고 할 만한 위치에 서 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지만 올라서면 밟고 싶어지기라도 하는 건지 그들은 횡포라는 말로 표현해야 마땅한 짓거리들을 많이 하죠?
미국에서 시작되어 전세계적 공감을 이끌어냈던 WE ARE THE 99% 시위 역시 단 1%의 슈퍼갑들에 대한 성토였다고 할 수 있을 텐데요.

 

(www.fsnews.co.kr)

 

특히 한국처럼 무한경쟁이 불가피한 환경에서는 많은 乙들이 억울함을 억누른 채 그저 견뎌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그래서인지 "보편적으로 평등한" 사회에 대한 타는 목마름이 주체할 수 없는로 변질되어 애꿎은 상대에게 甲 흉내를 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블로그에 와서 말도 안되는 요구사항을 늘어놓는다든지, 블로거에게 괜한 화풀이를 한다든지, 반말로 훈계를 늘어놓는다든지, 글 읽어주는 걸 고맙게 알라고 한다든지 말입니다.
응? 진지하게 사회 문제를 논하다가 갑자기 왜 블로그 이야기로 튀지?


사회현상을 그대로 답습하며 그보다 더 극단적으로 치닫는 게 사이버 세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얼굴도 이름도 나이도 모르는 사람들끼리 이해관계 없이 만나도 그 중에 반드시 다른 사람을 내려다보고 싶어하는 사람이 나오더군요.
특히나 블로그를 운영하는 블로거보다 방문하는 독자들이 우위에 있다는 그릇된 인식을 가지고 계신 분들을 간혹 볼 수 있는데 납득할 수 없는 일입니다.

독자들과 블로거는 甲乙관계가 아닙니다.

독자들이 글을 읽으러 블로그에 방문하시는 것, 물론 몹시 감사한 일입니다.
모든 블로거들이 그렇겠지만 저 역시 늘 고마움을 안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블로거들이 자발적으로 감사의 마음을 가지는 것이지 방문객이 강요할 일은 아니겠지요.

대부분의 블로거들은 사회적 乙의 위치에 있는 평범한 사람들일 것이고 독자들도 비슷하리라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을과 을들이 만나 소통하고 교류하는 것이 블로그일진데 그 와중에도 블로거에게 권력을 휘두르고 싶어하는 독자들이 있다는 것이 개탄스럽습니다.
을들이 모여 서로를 응원하며 갑들을 변화시킬 계획을 짜기에도 모자란데 을들 사이에서 우위 점할 생각하지 말고 보편평등하게 잘 지내요~


자, 여기까지 점잖게 마무리하고 이 다음부터는 제가 할 말 할게요. ^--^

간혹 제 블로그를 방문하는 것이 대~단한 은혜라도 되는 양 '행세'깨나 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본인들이 방문하는 입장이라고 "고객"이라 착각하시는 모양인데, 오~ 그런 '착각의 자유'는 없느니만 못한 것 같습니다.

혼자만의 착각 속에서 허우적대는 일부 독자 분들, 저한테 甲질할 생각은 고이 접어 두시길.

저는 글을 읽으러 오는 방문객들은 환영하지만 글을 '읽어 주러 행차하겠다'는 고객들은 받지 않습니다.
2년 간 블로그 운영을 해 왔지만 한 번도 '블로그 물 좋으니 놀러 오시라'는 호객행위한 적 없고, 글 읽어달라 읍소한 적도 없으니 아마도 여러분은 유혹에 넘어가거나 인정에 이끌린 것이 아니라 본인의 의지대로 제 글을 읽고 계신 거겠죠.
그렇다면 우리는 쓰고 싶어하는 사람과 읽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만난 평등한 관계라는 결론이 나옵니다.
그~러~니~까~

"블로그 방문자니까 이것 좀 해달라"느니
"여태껏 당신 글을 읽어왔으니" 비위 맞추라느니
"계속 왔는데 나한테 (대우가) 왜 이러느냐"느니
"(감히 내 댓글에 반대하다니) 좋은 소리만 해 주는 사람들과 잘 먹고 잘 살으라"느니
"이런 글 쓰면 다신 올 마음이 안 든다"느니 
(이런 사람들은 자기들이 다신 안 온다는 게 최종병기라도 되는 줄 아는데 제 입장에서는 "하늘엔 영광, 땅에는 기쁨"입니다. 영광~ 영광~ 대한민국~ ♬♪♩)


이런 甲질은 아껴두셨다가 지나가는 개한테 하시고 한 번 된통 물리세요.

그럼 甲병 치유될 거예요.

뭐, 대신 다른 병에 걸릴 수도 있지만...
어차피 인생 다 좋을 순 없는 거잖아요??

 

흔히 무분별한 악플러들에게는 해소하지 못할 정신적 스트레스가 있다고들 하죠.
블로거에게 갑질하는 분들도 평상시에 그들의 갑들에게 억눌려 살고 있을지 모른다는 안타까운 짐작을 못하는 바 아니지만 그 투정을 받아주기에는 "불친절한 이방인 씨"랍니다.
하지만 선량한 방문객들에게는 친절할 때가 더 많다는 것을 여러분이 잘 아시리라 믿으며 이만 물러갑니다.

신나는 토요일 유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