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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이야기

'어버이 은혜' 노래를 들은 미국인의 반응

by 이방인 씨 2013. 8. 2.

여러분 좋은 아침입니다~
오늘은 한국의 국민 노래 '어버이 은혜'에 얽힌 이야기인데요.
갑자기 이 기억이 떠오른 계기는 '여왕의 교실'이라는 드라마에서 아이들이 마녀 선생에게 '스승의 은혜'라는 노래를 불러주는 장면이랍니다.

제가 대학 다닐 때 Intergroup Ideaology라는 수업을 들은 적이 있는데 집단 내 인간들의 역학관계에 대한 사회학 강의였습니다.
그 때 과제 중 하나로 선생-학생 사이의 관계에 대한 에쎄이를 써 낸 적이 있는데 한미 양국의 문화 차이를 곁들인 글이었습니다.
한국에서 전통적으로 선생님이란 단어가 가지는 권위와 존경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심지어 한국에는 스승의 날에 부르는 '스승의 은혜'라는 노래가 있다는 내용을 포함했는데 미국인 교수님에게 이것이 상당한 놀라운 이야기였던 것 같아요.
과제 뒷면 여백에 빽빽하게 '너무 너무 흥미롭게 잘 읽었다'며 의견을 써 주셨는데 이것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으셨는지 강의 시간에 그 이야기를 하시는 게 아닙니까.
한국에는 '스승의 은혜'라는 노래가 있다구요.
그러면서 제게 "우리를 위해 설명을 좀 해달라"며 부탁을 하셔서 스승의 날은 5월 15일이고 그 날이 되면 학교에서 모든 학생들이 부르는 노래인데 가사는 이러저러해서 스승님께 감사한다는 내용이라고 말해 주었습니다.
교수님 만큼이나 학생들도 놀라기에 저는 한국에는 원래 감사를 표하기 위한 노래들이 많다며 '어버이날'에 부르는 노래도 있고 언급했죠.
미국에도 Mother's Day, Father's Day가 있지만 그 날 부르는 노래는 특별히 없기 때문인지 미국인들이 이 노래도 궁금해 하더라구요.
그래서 한국인이라면 모두가 외우고 있을 법한 '어버이 은혜'라는 노래의 가사도 알려주었습니다.

그들의 반응은...?  느낌표

 

(kootation.com)

그렇게 힘드시다니 유감이네...

 

어쨌든 수업 중이었으니까 계속 강의를 듣고 난 뒤 평상시 말을 트고 지내던 친구에게 물어봤습니다.

"노래가 어땠어?"

"뭐랄까 자녀 양육의 애환과 고통을 표현한 노래더구나."

아하~! 이래서 미국 학생들 표정이 어색했던 거군요.
한국 문화를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어버이에 대한 감사의 뜻이 아니라 부모의 고통을 호소한 노래처럼 들리나 봅니다.
저는 부드럽게 의역을 한다고 했지만 아무래도 노래에 담긴 정서를 이해하기 힘들었던 거죠.
만약 "진 자리 마른 자리 갈아 뉘시며 손발이 다 닳도록 고생하시네" 이 구절을 돌려서 말하지 않고 그대로 직역을 해 줬다면 아마 더 대단한 충격을 받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비단 미국인들 뿐만 아니라 요즘 한국의 어린 아이들에게 이 노래를 부르게 하면 그들도 비슷한 반응을 보이지 않을까 합니다.
사실 제가 한국에 있을 때 어버이날 행사로 학교에서 이 노래를 부를 때마다 속으로 '이 노래는 너무 신파야' 라고 생각했었거든요.
물론 고생하시는 건 맞는 말이지만 '있는 고생 없는 고생 다 한다'는 내용보다는 자녀를 사랑한다는 밝고 따뜻한 가사라면 더 좋겠다고 느꼈었죠.

그런데 그럴만한 이유가 있더라구요.
아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이 노래는 1935년 경에 만들어졌습니다.
양주동 선생의 '어머님의 마음'이라는 시(詩)에 곡을 붙여서 부르기 시작했다고 하는데 그 당시 시대적 배경이라면 이런 시가 나올 수 밖에 없었겠죠.
그 때는 문자 그대로 '손발이 다 닳도록' 고생하신 부모님들이 분명 계셨을 것 같습니다.
찾아보니 이 시 3연에는 이런 내용도 있습니다.

'아낌없이 일생을 자식 위하여 살과 뼈를 깎아서 바치는 마음'

어머니 제발 살과 뼈는 그대로 두시라고 부탁 드리고 싶을 정도네요.  엉엉


그 때나 지금이나 어버이의 사랑은 변함 없겠지만 노래는 조금 밝은 분위기로 바꿔도 좋지 않을까 생각도 해 봅니다.
저만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어린 시절에 이 노래를 부를 때마다 어딘지 불편한 마음도 들었거든요.
내가 죄인이오~! 진 자리 마른 자리 내 손으로 갈아 눕지도 못하는 내 탓이오~!  슬퍼2


효심을 고양시키는데는 이만한 노래가 없지만 너무 고단한 정서랄까요... ^^;;
이 노래를 들으면 왠지 효심만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자식을 위해 이 정도로 모든 걸 바쳐야 '부모'라는 건가?' 하고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거든요.
요즘도 어버이날에 학교에서 단체로 노래를 부르는지, 부른다면 어떤 노래를 부르는지 모르겠지만 몇 개월 전에 TV에서 4살 됐다는 유치원생이 유치원에서 배웠다며 '낳으실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하길래 깜짝 놀랐답니다.
2013년의 유치원에서도 부르고 있다면 어쩌면 '어버이 은혜'는 한국인들에게 불멸의 노래일런지도요.
그래도 저는 나중에 나온 '어머님 은혜'라는 동요의 가사가 더 좋더라구요.

 

높고 높은 하늘이라 말들 하지만
나는 나는 높은 게 또 하나 있지

낳으시고 기르시는 어머님 은혜
푸른 하늘 그보다도 높은 것 같애


넓고 넓은 바다라고 말들 하지만
나는 나는 넓은 게 또 하나 있지

사람되라 이르시는 어머님 은혜
푸른 바다 그보다도 넓은 것 같애


이 동요를 들으면 푸른 하늘 푸른 바다처럼 깊고 맑은 사랑을 느낄 수 있어서 좋더라구요. ^-^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