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Welcome to California

부럽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한 미국인들의 순진함

by 이방인 씨 2013. 4. 29.

미국인들을 많이 만날수록 느끼는 것이지만, 전반적으로 미국인들이 참 순진합니다.
여기서 제가 언급하고 있는 순진함이라는 건 성(性)적으로 순진하다는 것이 아니라 삶과 사회에 대한 태도가 순진하다는 뜻입니다.
아니, 그건 또 무슨 말이냐구요?
제가 잘 설명해 드릴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노력해 볼테니 잘 들어 보세요~

한국 사람들도 만나면 정치인들 뒷담화부터 사회의 현실에 대한 비판을 많이 하듯이, 미국인들도 자국에 대한 비판 혹은 비난을 많이 합니다.
특히 생활전선에 뛰어든 사람들은 이런 말을 자주 합니다.

안습미국이 도대체 어떻게 돼가고 있는 건지 원... 열심히 일하면 누구나 꿈을 이룰 수 있었던 이 나라가 왜 이 모양이 된 거지??


American Dream 이라는 말, 여러분도 한번쯤은 다들 들어 보셨겠죠?
외국인들에게 American Dream이 모국에서 얻지 못했던 새로운 기회를 말한다면 미국인들에게 American Dream의 의미는 "이 땅에서는 성실히 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다." 입니다.
그러기에 외국인들에게 미국은 기회의 땅이었고, 미국인들에게는 자유와 평등의 가치가 살아있는 나라였던 것이죠.

 

열심히 일하면 누구나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다.


무척 타당하고 정의롭게까지 들리는 이 말에 여러분 공감하시나요?
물론 저야 한국에서 학교만 다녀 본 아이지만, 눈과 귀를 닫고 산 것은 아니었으니 한국 사회의 모습을 아주 모르지는 않습니다.
게다가 40대 후반까지 한국에서 일하시던 저희 부모님을 가까이서 지켜 보기도 했구요.
열심히, 성실히, 혹은 뼈 빠지게 일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꿈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들이 더 많죠.
저보다 여러분들이 더 잘 알고 계시겠지만, 더 이상 개천에서 용이 나지 않는다는 한국에서 저 명제는 아마 이렇게 바뀌어야 하겠죠?

 

열심히 일하면 축복받은 사람들은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다.

 

그 축복이 부모의 재력이든, 자신의 재능이든, 아니면 눈 먼 행운이든 어쨌든 무언가 신께 받은 것이 있는 사람들이 꿈을 이룰 수 있는 확률이 높죠.
그저 열심히만 일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어떤 교육을 받고, 어떤 직종에 종사해야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냉정한 현실이 있죠.

하지만 미국인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더라구요.
여기서 말하는 미국인들이란 최상위 상류층과 최하위 극빈층을 제외한 평균적 서민들입니다.
그들은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사람도, 특출난 재능이 없는 사람도, 운이 없는 사람도, 게으름 피우지 않고 근면하게 일하기만 한다면 부족함 없는 삶을 누려야 한다고 믿어 왔습니다.
그것이 이른바 American Dream의 본질입니다.

물론 남들보다 학업에 더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한 사람이나 더 힘든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이 상대적으로 많은 대가를 받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이라고 경제적 계급이 생겨날 만큼 불만족스러운 대우를 받는 것은 부당하다고 믿거든요.
오랜 세월 너무나 풍요로운 나라에서 생존경쟁이란 것을 모르고 살아온 미국인들의 순진함이죠.
미국인의 타고난 민족성이라기보다는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그리고 불과 15년 전까지만 해도 이런 믿음은 순진함이 아니라 상식이었습니다.
실제로 저는 근면함 하나만 가지고 Americam Dream을 이룬 한인 교포분들을 알고 있습니다.
그 분들은 대학을 졸업하시지도 않았고,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직업을 가지고 계시지도 않았습니다.
30년 전에 혈혈단신으로 단 돈 200불을 들고 이민 온 한인 교포 남성분은 그저 성실함과 끈기로 일했을 뿐인데 지금 백만불 이상의 집 2채와 상업 건물, 그리고 와이너리까지 가지고 계십니다.
사람들이 시시하다고 여기는 직업은 있어도, 정당한 땀의 대가를 받지 못하는 직업은 없기 때문에 가능한 성공이었죠.

근래에는 미국도 불경기가 오래 지속되고 있는데다가 자국 인구도 많아지고, 이민자들의 유입은 끝이 없기 때문에 전과 다르게 경쟁 사회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그래서 기회의 땅 미국이 도대체 어떻게 변해가고 있느냐는 불평들이 나오고 있는 것이죠.

하지만 저는 미국인들의 이런 불평조차 배부른 소리로 들려서 부럽기도 했습니다.
제 부모님이 일하시던 오래전 한국만큼이나 제 친구들이 청춘을 바치며 일하면서도 돈 걱정을 해야하는 지금의 한국도 조금 서글프게 느껴지거든요.
이럴 때는 참... 미국인들이 억수로 운이 좋다는 생각에 부러운 마음이 드는 걸 막을 수 없네요.
애초부터 여기 있었던 광활한 영토와 자원, 그로인해 발생하는 기회들로 풍요롭게 잘 살아왔으니까요.
반면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어 사람만이 유일한 자원이라는 한국이 경제대국 반열에 오른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그러느라 한국인들이 얼마나 고달팠는지 새삼 느낍니다.
한국인들에게는 자타가 공인하는 성실함과 의지가 있지만 무한경쟁 사회이다 보니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은 세상이잖아요.......

어제 무한도전에서 정준하 과장의 정리해고를 보면서 문득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이런 글이 손 가는대로 써졌습니다.
저희 아버지도 한국에 계실 때 어깨 처진 가장이셨기 때문에 TV속 모습이지만 남 일 같지가 않네요. ^^;;

어느새 다가온 월요일, 힘차게 시작하시길 빕니다.
우리 모두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으로 사는 것 아니겠습니까.

저와 여러분 모두  파이팅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