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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이야기

연애 안하는 사람을 보는 한국인들의 시선?

by 이방인 씨 2013. 3. 31.

저는 어제 새로운 문화충격을 받았답니다.
굉장히 놀라기도 했고 흥미롭기도 했네요.
어제 저희 어머니께서 결혼 반지를 끼지 않으셔서 미국 남성분에게 관심을 받았다는 글을 썼었죠?
그리고는 마지막에 펀치라인으로 '어머니도 대쉬를 받으시는데 나는 아닌 걸 보니 미국 남자들 눈도 좋구나~' 라고 덧붙였는데요.
웃으시라고 써 놓은 대목에 우시는 분들까지 계셨습니다. 낄낄낄~

제가 어머니를 부러워 한 까닭은 겉모습을 보고 관심을 표하는 남자가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들 중 대부분이 제가 애인이 없기 때문에 가슴 아파 한 것으로 받아들이시더라구요.
저는 제 외모가 특출나지 않다는 것을 아쉬워한 것이었는데 말입니다.
제가 특별히 미국 남자들의 '시력'이라 콕 집어 쓴 것도 그 때문이구요.

그런데 많은 분들이 그 라인을 읽으시고 너무나 자연스럽게 제가 애인이 없어서 슬픈 심정을 토로한 것이라 생각하시기에 의아했답니다.
게다가 '애인이 없는 것은 위로 받아야 할 일'이라고 여기는 것도 저로서는 새로운 발견이었구요.
여러분들 중 상당수가 제게 '힘 내세요, 더 기다리면 나타날 거예요.' 라는 요지의 글을 남기셨고, 또 다른 분들은 본인들도 애인이 없다며 한탄하기도 하셨는데요.
바로 여기서! 제가 문화충격을 받았답니다.
댓글들을 보고 제 마음 속에 슬며시 고개를 드는 의문이 있었거든요.

한국에서 연애를 하지 않는 사람은 연민의 대상인가?? 뭥미


저더러 너무 슬퍼하지 말라며, 본인이야말로 '비참한' 처지라고 쓰신 분까지 계서서 정말 난감하더라구요. ^^;;
토요일이라 웃으시라고 유머 한 줄 날렸다가 이렇게 처절한 댓글까지 받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여러분, 왜들 그러시는 거예요??  ㅋㅋㅋ
연애를 하지 않는다는 게 한국에서는 그렇게 큰 일인가요?? 그랬구나

 

미국 사람들도 연애 참 좋아합니다.
아니, 미국 사람들 뿐만 아니라 국적과 문화권을 막론하고 다 마찬가지겠죠.
그렇지만 연애를 하지 않는 것은 흠도 아닐 뿐더러 위로 받을 일도 아닙니다.
본인은 원하는데 연애를 못하는 상황이라면 이야기가 다르지만 본인의 선택으로 연애를 '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예를 들면 지난 사랑이 너무 아팠기 때문에 당분간 연애에 뜻이 없는 사람도 있고, 연애가 인생의 우선순위가 아닌 사람도 있고, 이도 저도 아니고 그냥 혼자가 제일 편하다는 사람도 있구요.
그래서 미국에서는 애인이 없는 사람에게 '당신 왜 연애를 안 해요? 힘 내요. 조금만 더 참고 기다리면 좋은 짝 나타날 거예요.' 이런 말을 하는 일이 별로 없답니다.
물론 아까 말했듯이 본인이 사랑을 원하는데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에는 친구나 가족, 친지들이 모두 '넌 정말 좋은 아이야. 곧 너의 가치를 알아 보는 사람이 나타날 거야.' 하고 위로를 해 주죠. ^^

그런데 어제 제가 받은 느낌은... 한국에서는 '연애를 원하지 않는 사람 따위는 없다'고 기정사실화 하는 것은 아닐까 싶더라구요.
아마 정상적 사람이라면 누구나 결혼을 해야 한다는 대전제가 성립되는 문화라 그럴 수도 있겠지만, 애인이 없는 것을 마치 인생의 큰 결핍이라고 여기는 듯한 인상도 받았습니다.
일반적 인식이 이렇다면 한국에서는 어떤 이유로든 연애 하지 않는 사람들은 스트레스 좀 받겠다는 생각도 들었네요.
솔직히 말하면 저도 어제 예상치 못한 여러분들의 반응에 적잖이 당황했다는 사실을 고백해야 할 것 같습니다.
여기서 제 연애의 역사나 사랑에 대한 태도를 늘어놓을 마음은 없지만, 현재 연애를 원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말씀 드릴게요.
그리고 그건 제 인생에 무언가 결여되어 있다는 뜻이 아니랍니다. ^^

어제 댓글들을 보니 한국에서 지금 연애 휴업 혹은 심지어 파업을 선택하신 분들 중에 주변의 시선에 조금 불편함을 느끼시는 분들이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런 분들을 위해서 포스터 한장 제작해 봤어요. ^-^

 

 

일요일 아침, 여러분 특별한 계획이라도 있으십니까?
Single이든 Couple이든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