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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이웃사촌끼리도 계산은 정확하게 하는 미국인들

by 이방인 씨 2013. 2. 21.

제가 예전에 한국의 정(情) 문화와는 조금 다른 미국의 휴머니티에 관해 쓴 글이 있었습니다.

2012/09/19 - 한국인들에게 정(情)이 있다면 미국인들은??


미국인들에게는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을 모두 아우르는 인류애가 있지만, 이들에게 우리가 흔히 말하는 '아는 사이끼리의 정(情)' 을 기대한다면 조금 서운함을 경험하게 될 수도 있답니다.
며칠 전에 썼던 빈 라덴 저격 영웅에 대한 글 밑에 몇몇 분들이 미국은 너무 차갑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저도 간혹 미국인들이 참 친절하고 매너가 몸에 배어있긴 하지만 개인주의적 사고와 독립적 성향 때문에 타인에게 조금 냉랭한 것이 아닐까 느끼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오늘은 제게 이웃사촌끼리의 칼 같은 계산법을 경험시켜 준 미국 이웃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첫번째 - 7달러짜리 호의

제가 미국에 와서 최초로 만난 이웃 커플 '크리스와 아이린' 이야기 기억하시는 분 계시나요?

2012/05/19 - 이민 초기, 미국의 진면목을 보여준 옆집 미국인 커플

크리스와 동거중이던 아이린에게는 이미 전 남편과의 사이에서 얻은 어린 두 아들들이 있었는데요.
그 중 막내가 그 당시에 겨우 5살이었습니다.
아이린과 크리스는 모두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막내 꼬맹이는 초등학교 5학년이던 형이 돌보거나 혹은 베이비 시터가 집으로 오곤 했었는데요.

하루는 베이비 시터가 조금 늦는다고 연락이 왔다며, 마침 집에 있었던 저한테 S.O.S를 쳤습니다.
딱 한 시간만 아이를 봐 줄 수 없냐는 것이었죠.
모르는 사이도 아니고 거의 매일 얼굴을 보며 지내는 귀여운 아이라서 흔쾌히 봐주겠노라 했습니다.
그래서 꼬맹이가 들고 온 장난감을 함께 갖고 놀면서 무사히 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한 시간이 지나자 오기로 돼있던 베이비 시터가 와서 아이를 데려갔죠.

그런데 한 세 시간쯤 지났을까요?
퇴근해서 돌아온 아이린이 문을 똑똑 두드리네요.

 

우리 아들 봐줘서 고마워. 여기 1시간 베이비 시팅한 임금이야.

 

하며 7달러를 내밀더라구요.

헐  저는 너무 당황해서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를 몰랐죠.

 

이민 초기니까 당연히 한국식 사고를 가지고 있었던 저는 양손을 선풍기 날개 마냥 휙휙 저으며 그냥 옆집 아이 1시간 봐준 것 뿐인데 무슨 돈을 주냐고 거절했습니다.
그런데 아이린은 굴하지 않더라구요.

 

아니, 엄연히 너의 1시간과 노동력을 들여 내 아들을 봐 준 건데 그냥 넘어가는 건 아니지.

 

그리고는 얼굴이 새빨개져 있는 제 손에 7달러를 쥐어 주고 바로 앞의 자기집으로 들어갔습니다.
아직 애였던 당시의 저는 그 돈을 들고 있는 제 손이 너무 부끄럽더라구요.
그냥 호의로 이웃의 아이를 잠시 봐준 것 뿐인데, 그것이 7달러로 금액이 책정되어 돌아왔다는 생각에 뭐랄까... 굴욕감까지 느껴졌었거든요.
물론 그 시절 제가 미국 문화를 몰랐기 때문에 이해할 수 없었던 거였지만요.
어머니께 '이걸 과연 내가 받아도 되는 거야??' 물었더니 마찬가지로 찜찜해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결국 다음날 그 돈으로 맥도날드 해피밀 세트를 2개 사서 아이린의 두 아들들에게 주었습니다.

두번째 - 일만 합시다!

제가 대학 다닐 때 6개월 정도 미국 꼬꼬마 오누이의 과외를 맡았던 적이 있는데요.
큰 아이가 한국 학년으로 치면 6학년이고 작은 아이가 3학년이었는데 수학(Algebra)을 가르쳤었습니다.
한국에 있을 때 저는 수학부진아였는데 미국에 왔더니 꼬마들 과외할 실력은 되더라구요. ㅎㅎㅎ

어쨌든 근 6개월 동안 과외를 했는데 서로 사정에 맞춰 아이들이 저희 집으로 올 때도 있었고 제가 그 집으로 갈 때도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저희집에 올 때면 과자나 쥬스 같은 간단한 간식을 함께 먹으면서 공부하곤 했는데요.
반대로 제가 그 집으로 갈 때면 그 집 부모님과 아이들은 참으로 So So Cool 하게 본인들 먹을 것만 쏙쏙 먹더라구요.
물론 저를 위해 일부러 다과를 접대할 필요는 없지만, 우연히 그들이 무언가 먹고 있는 때에 제가 도착하면 한국의 상식으로는 말로라도 먹겠냐고 권하는 게 당연하잖아요.
저는 그 댁에서 콩 한쪽은 커녕 물 한잔도 마셔본 적이 없네요.
아이들이 공부를 시작하면 늘 책상에서 무언가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그 까짓 간식이 먹고 싶진 않았지만 '이런 차가운 매너가 미국식인가?'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집 식구들은 미국인들 중에서도 조금 특별한 경우이긴 했습니다. ^^;;
그 사람들이 극단적인 예이긴 했지만 다른 미국인들도 큰 틀은 그와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내 것은 내 것, 당신 것은 당신 것' 이라는 문화가 지배적이니까요.
물론 아주 가까운 이웃이나 친구 사이에는 음식을 자주 나누긴 하지만 공적인 사이에는 불필요한 사적인 친밀감이 조성되는 경우가 흔치 않습니다.
저는 그냥 그들이 고용한 tutor일 뿐이니 왔으면 일하고 가면 그만입니다.
다만! 그 인연을 계기로 친해진다면 또 다른 이야기가 될 수 있겠지만요.

그런데 도저히 친하게 지내고 싶은 가족들이 아니었는지라 ^^;; 6개월쯤 지났을 때 제가 일을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그리고는 잊고 지냈는데 어느 날 갑자기 그 댁 어머님이 전화를 하셨더라구요.
딸이 이틀 뒤에 너무 중요한 수학시험이 있는데 오늘 속성으로 시험 준비를 좀 도와줄 수 있겠냐고 말이죠.
고객만족 무상 A/S 하는 기분으로 알았다고 집으로 오라고 했습니다.
그 시간에 대한 보상을 받으려는 의도도 전혀 없었구요.
한 40분 정도 예상 문제 프린트를 함께 공부하고 마쳤는데, 아이를 픽업하러 오신 그 어머니도 역시 미쿡인은 미쿡인이신지라 정확히 40분에 해당하는 임금을 주시더라구요.
이번에도 저는 받고 싶은 마음이 전혀 들지 않았지만 '에휴~ 이게 그냥 이 사람들의 방식이려니...' 하고 웃을 수 밖에 없었답니다.

이 당시에는 이들이 사는 모습을 이해하기 쉽지 않았지만 지금은 저도 오히려 이런 산뜻한(?) 관계가 더 편해진 걸 보면 역시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네요. ^^;;

제 경험담을 듣고 여러분은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제가 미국 인구 3억명을 다 만나 보지 못했기 때문에 이 글은 미국인을 일반화할 수 없음을 알려 드립니다. 그저 한국과 비교하면 보편적으로 이러하다는 이야기일 뿐, 정 많은 미국인들도 겪어 보았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