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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한국 소풍에 보물찾기가 있다면 미국엔 스케빈저 헌트!

by 이방인 씨 2013. 1. 2.

제가 어릴 적에 학교에서 소풍을 가면 빠질 수 없는 즐거움이 보물찾기였는데요.
보물이라고 해봤자 학교 앞 문방구에서 살 수 있는 학용품들 뿐이었지만 그걸 찾아내는 재미가 쏠쏠하잖아요. ^-^
저는 시골학교 출신이라 소풍은 늘 산으로 (^^;;) 갔었기 때문에 보물찾기에 최적의 조건이었다고나 할까요.

그런데 미국에 왔더니 여기 아이들도 소풍이나 견학을 가면 징~하게 무언가를 찾아야 되더라구요.
한국의 보물찾기와 흡사한 게임으로, Scavenger Hunt (스캐빈저 헌트) 라고 합니다.

 

 

Scavenger 는 먹이를 찾아 이곳 저곳을 헤매는 동물을 뜻하는 단어니까 무언가 찾으러 다니는 게임에 잘 어울리는 이름이죠.
스캐빈저 헌트 게임 방법은 아주 간단합니다.
학교에서라면 주로 팀을 짜서 하게 되는데 찾기 목록에 있는 아이템들을 먼저 찾아내는 쪽이 이기는 겁니다.
보물찾기와 다른 점이라면 누군가 미리 숨겨놓은 물건들을 찾는 것이 아니라 원래 존재하는 것들을 찾아야한다는 것이죠.
다음 자료들을 보시면 금방 이해가 되실 거예요.

 

이건 도심에서 스캐빈저 헌트를 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아이템 리스트입니다.
도시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면서 이 게임 리스트에 있는 아이템들을 가장 먼저 다 찾는 팀이 이기는 것이죠.
게임을 하는 장소에 따라 찾아야할 아이템들의 목록이 달라진답니다.

 

자연으로 소풍을 간다면 이런 리스트를 활용할 수 있겠죠.

 

이렇게 몇날 며칠이 걸릴지도 모르는 고난이도의 로드 트립 스캐빈저 헌트도 있구요.

 

크리스마스 같은 Holiday 기념 헌트도 있죠.

 

초등학교 소풍의 보물찾기처럼 스캐빈저 헌트를 어린 아이들 게임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사실 미국에서는 어른들도 스캐빈저 헌트를 많이 한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애초에 이 게임은 어른들의 놀이로 시작되었거든요.

1930년대 뉴욕 상류사회의 파티에서 첫 선을 보였는데 뉴욕의 엘리트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고 합니다.
지금도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스캐빈저 헌트는 시카고 대학에서 매년 열고 있는 대회인데 무려 4일간이나 대회가 계속되며 심사위원들까지 있습니다.
2012년에는 무려 350개의 힌트가 적힌 리스트를 완성하는 게임이었다고 하네요.
아무리 4일간이나 한다고 해도 350개를 다 찾는 것이 쉽지는 않아서 찾은 개수가 아니라 아이템마다 각각 점수가 매겨져 있습니다.
힌트의 난이도에 따라 점수가 다르기 때문에 많이 찾는 것보다 고득점을 올리는 팀이 승리하게 됩니다.
저도 리스트를 한번 봤는데 대표적으로 이런 힌트들이 눈에 띄더군요.

 

이건 320번의 힌트인데 모스부호로 되어 있습니다. -.-;;

 

346번 힌트입니다.
힌트는 평범한데 옆의 점수 표시가....
아아악~~ 뭔지 모르겠지만 악마의 표식이 틀림없다!!!

 

또한 문학작품의 한 대목이나 수수께끼 문제들도 많아서 아이템을 찾기 전에 힌트부터 풀어야 해서 녹록치 않은 게임입니다.
이 정도쯤 되면 아이들의 게임이라고 할 수 없는 수준이죠? ^^

하지만 보통 학교에서 하는 헌트는 아주 간단해서 저도 고등학교 때 2-3번, 대학 때도 한 3번은 했었어요.
제가 직접할 때도 있지만 간혹 스캐빈저 헌트를 하고 있는 아이들이 찾아오는 경우도 있어서 재밌답니다.

 

저희들 스캐빈저 헌트하고 있는데 혹시 고무 밴드 있으세요??

 

저도 예전에 살던 아파트 근처에 초등학교가 있었는데 어느 날은 4-5학년 아이들이 스캐빈저 헌트를 하는 중인데 5센트짜리 동전이 하나 필요하다면서 왔더라구요.
다행히 지갑 속에 5센트 동전이 몇 개 있어서 아이들이 활짝 웃으며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갔답니다.
원리도, 방법도 아주 간단한 게임이지만 몰입도는 그야말로 최고예요. ^-^


오늘은 미국 학교의 MUST HAVE 게임 Scavenger Hunt 이야기를 써보았는데 재밌게 보셨나요?
여러분이 이 글을 읽고 계실 때쯤 저는 아마도 친척들과 할머니댁에 모여서 떡국을 먹고 있을 것 같습니다. ^^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