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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내겐 너무 무서운 미국/영국의 특이한 문화

by 이방인 씨 2012. 12. 30.

일전에 집에서 가까운 박물관에 구경을 간 적이 있습니다.
아주 오래전 유명했던 부자 집안에서 세운 Family 뮤지엄이라서 규모는 작지만 그래도 볼 만 하다기에 한번 가 봤죠.
미국의 유서 깊은 집안이라고 해봐야 기껏 200년 역사 정도이니 유물이라고 할 것도 없지만 그래도 1800-1900년대의 미국 부자들의 생활상을 알 수 있는 작품들이 많았습니다.
쭈욱 전시품들을 감상하고 지나가다가 왠지 눈에 익으면서도 낯선, 이런 물건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 사진은 제가 본 것은 아니고 게티 이미지에서 찾았습니다.)

 

이게 뭔지 혹시 아시겠어요?
언뜻 보기에는 화환을 액자에 넣은 것처럼 보이죠?
가운데 여성의 얼굴이 그려진 걸로 봐서는 그 여성에게 선물한 화환 같기도 하구요.
이것이 말입니다.......
화환은 화환인데.......

 

죽은 사람의 머리카락으로 만든 화환이예요!!!

 

가운데 그려진 여성은 화환을 선물 받은 여성이 아니라 이 화환에 들어간 머리카락의 주인입니다.
그녀가 죽은 뒤 그녀의 머리카락을 잘라서 화환을 만든 거죠.

이런 화환을 Mourning Hair Wreath (머리카락으로 만든 애도 화환) 이라고 하는데 영국의 빅토리아 시대에 상당히 유행을 해서 미국에까지 전파되었다고 합니다.
유행을 타서 그런지 제가 갔던 Family 박물관에도 집안 여성들은 저마다 머리카락 화환이 있더라구요.
위 사진처럼 예쁜 모양으로 머리카락인지 모르게 만든 것도 있었지만 한 눈에 봐도 머리카락 뭉텅이를 식별할 수 있는 작품(?)들도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이렇게요!!

 

액자에 곱게 넣어서 가운데 사진을 넣은 형태는 아마 고급인 듯 보였고,
그냥 이렇게 끈 형태로 만들어서 나중에 이름표를 달아놓은 것도 많이 있더라구요.

 

솔직히 저는 이것의 정체를 알고 나서 조금 무서웠답니다. ^^;;
같이 갔던 저희 어머니는 아예 빨리 지나가자고 하시더라구요. ㅋㅋㅋ

하지만 생각해 보면 이 머리카락 화환은 가족 사랑의 결정체랍니다.
가족 중 여성이 죽으면 나머지 여성 친지들이 죽은 사람의 머리카락을 잘라서 꽃과 나뭇가지들을 엮어 이렇게 화환을 만들어 애도하는 문화였다고 하네요.
현재 남아 있는 애도 화환은 여성들 것 뿐인데 아마도 남성들은 화환을 만들 만큼 머리가 길지 않았기 때문이겠죠.

 

(사진들의 출처는 구글 이미지입니다.)

 

이렇게 사진으로 보니 화려하고 예쁜 장식처럼 보이기도 하는데요.
실제로 눈으로 보면 머리카락의 질감이 너무 살아 있어서 무서워요. ㅠ_ㅠ
게다가 작품 설명을 보면 그 분이 언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도 나와 있는데 흑백 사진이나 초상화 속의 이미 오~래전에 돌아가신 분의 얼굴을 보고 그 옆에 아직도 생생히 살아 있는 듯한 머리카락을 보면...

제가 갔던 박물관에도 아직 어린 소녀의 흑백 사진이 있고 병으로 죽었다고 써 있고, 그녀의 언니와 어머니가 슬퍼하며 만들었다고 나와 있었는데 그 애틋한 마음이야 잘 알겠지만 왠지 등골이 서늘한 기분이었어요. ^^;;

영국에서 시작되서 미국으로까지 들어왔다고 하는데 정작 세계에서 유일한 머리카락 화환 전문 박물관은 미국에 있다는군요.

 

미국 미주리주에 있는 빅토리안 Hair Wreath 박물관입니다.

 

머리카락 화환을 수집하는 사람도 있고 경매에서 비싸게 팔리는 작품도 있다고 하니 아마도 서양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게 여기는 것 같더라구요.
옛날부터 서양인들은 소중한 사람이 죽으면 그 머리카락을 잘라 보관하는 문화가 있었다고 하니까요.

 

1866년 7월 27에 돌아가신 어느 여성분의 어리카락을 곱게 땋으셨네요.

 

이건 아마 누군가에게 보내는 엽서에 머리카락을 동봉한 것 같구요.


 

그런데 서양인이라고 다 익숙한 것은 아니었던지 제가 이 박물관을 다녀온 며칠 뒤 학교에 가서 미국 남성 친구에게 Hair Wreath 라는 거 본 적 있냐고 물었더니 단박에 이런 대답을 하더군요.

 

Oh~ Yeah yeah... Those things are CREEPY.  아, 있어 있어.  그거 완전 소름끼쳐~

 

역시... 한 때 그렇게 유행했는데 지금은 안 하는 이유가 다 있는 것 같습니다. ㅋㅋㅋ

제겐 너무 무서웠던 망자의 머리카락으로 만든 화환, 어떻게 보셨나요?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