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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이야기

OECD국가 랭킹에서 한국이 1위에 오른 것은? 대단하지만 짠해요

by 이방인 씨 2012. 12. 19.

오늘은 어제 예고해드린대로 경제 전문지 Forbes에 실린 기사를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The World's Hardest-Working Countires  세계에서 가장 일을 열심히 (많이) 하는 나라들

이라는 제하의 기사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당신이 일을 많이 한다고 생각한다면, 여기 39세 한국인 Lee의 이야기를 한번 들어보십시오.

 

Lee는 농림수산부에서 일하고 있는 공무원입니다.
그는 매일 아침 새벽 5시반에 일어나 두 시간 거리에 있는 서울의 직장에 출근해 8시 반부터 근무를 시작하고 퇴근 시간은 보통 밤 9시지만 그보다 더 늦어지는 날도 있습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샤워만 하고 침대에 쓰려졌다가 겨우 4시간 정도 후에 또 똑같은 내일이 시작됩니다.
이런 일상이 일주일에 6일, 1년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휴가라고는 고작 3일 정도입니다.

 

That's right. Three days.  그렇습니다. 3일 뿐이죠.

 

Lee에게는 아내와 세 명의 십대 자녀들이 있지만 집에서 그들을 볼 수 있는 시간은 평일에 10-15분과 주말 뿐입니다.
하지만 그 마저도 주말에 일 때문에 자주 회사에 불려간다고 하는군요.
회사 책상에서 짬짬이 눈을 붙여야만 하는 Lee가 당신에게는 일 중독자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한국에서 이것은 "평범한" 스케쥴입니다.
한국인들의 평균 노동 시간은 1년에 2357시간으로 1일당 6시간 반입니다.
이 수치는 한국을 OECD 국가들 중 가장 긴 노동 시간을 가진 나라 1위 자리에 올려놓았죠.
Lee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It's the culture.  이게 (우리의) 문화예요.

 

그는 직장 상사들 눈치를 봐야하기 때문에 정해진 시간에 퇴근할 수가 없다는군요.
6시 정시 퇴근은 곧 승진이나 연봉인상 실패를 의미할 수도 있기 때문이죠.
만약 Lee가 1달 정도 휴가를 간다고 하면 어떻게 될까요?

 

제가 돌아올 때쯤엔 제 책상은 이미 사라져버리고 없겠죠.

 

Lee의 인터뷰는 이렇게 끝났습니다.
포브스의 이 기사는 2008년에 발행된 것인데 그 때나 지금이나 변한 것은 없어보입니다.
가장 최근에 영국의 BBC News에도 비슷한 기사가 났습니다.

 



2012년 5월에 난 기사인데, 여전히 한국이 1위를 고수하고 있죠?
OECD 34개국의 노동시간 평균은 연간 1718시간인데 한국은 2193시간을 기록했습니다.
BBC는 기사에서 whopping 2193 hours 라는 표현을 썼는데 이 whopping은 "엄청나게 거대한" 이라는 뜻이랍니다.
조금 재밌게 번역하자면 "징~하게 일 많이 한다" 는 의미죠.
하긴 표를 보니 영국은 1647시간이더라구요.
또한 우리가 근면하고 성실한 나라의 표상처럼 생각하는 독일은 의외로 1408시간이었답니다.

이 기사는 International Labor Organization (국제노동기구) 의 전문가 Jon Messenger의 인터뷰를 포함하고 있었는데 그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보통 아시아의 국가들의 노동시간이 가장 긴 편이죠. 하지만 한국의 경우 굉장히 눈에 띈다고 할 수 있어요. 왜냐하면 한국은 방글라데시나 스리랑카 같은 개발도상국이 아니라 이미 경제국인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일을 많이 하고 있으니까요.

 

이상이 BBC 기사 중 한국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사실은 이렇게 일을 많이 하니까 가장 단 시간내에 개발도상국에서 경제국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거겠죠.
미국에서 살면서 미국인들이 일만 해야하는 자신들의 처지를 불평하며 유럽 대륙의 "널널한" 인생을 부러워하는 것을 여러번 보았답니다.
하지만 한국인의 입장에서 보면 그런 미국인들조차 배부른 투정을 하고 있는 셈이네요.
통계 상으로는 유럽 << 미국 <<<<<<<<<<<<<  넘사벽  한국 순이군요.

이렇게 보니 한국인들의 근면함이나 의지가 참으로 대단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짠~합니다.
자원이라고는 사람 밖에 없는 나라라는 말이 다시금 생각나네요.
가끔 한국에 있는 친구들이나 사촌동생들이 일 하느라 너무 피곤하다는 말을 할 때마다 대수롭지 않은 습관성 불평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지금 보니 미안해집니다.
앞으로는 투정도 잘 받아줘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

지금도 출근해서 제 글을 보고 계신 여러분, 모두 모두 힘내시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

* 2008년 조사에서는 2357시간이었는데 2012년에는 2193시간이니 앞으로는 조금 더 줄어들 수 있을까요?
   새로이 들어서는 정권은 국민들의 이런 고충에도 관심을 쏟아주었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