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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이야기

미국 친구들에게 가르쳐주니 대박난 한국의 재밌는 놀~이

by 이방인 씨 2012. 12. 12.

미국 사람들이 모여서 하는 게임은 우리와는 조금 다르더라구요.
가장 많이 하는 건 카드 게임일 것 같습니다.
특히 남자들은 맥주 마시면서 포커 치는 걸 참 좋아합니다.
그 밖에도 여러사람이 모이면 스피드 퀴즈 같은 걸 주로 해요.
아마 미국 드라마나 시트콤에서 많이 보셨으리라 짐작되지만 종이에 단어를 적어서 통에 넣어놓고 뽑는 단어를 말이나 동작으로 설명해서 맞추는 게임이죠.
보드 게임이나 젠가도 하는 걸 몇 번 봤네요.

차라리 이렇게 실내에서라면 옵션이 몇 가지 있지만 밖에서 모였을 때는 정말 할 게 없더라구요.
공원이나 학교에 가면 넓은 잔디밭에서 실컷 볕을 쐴 수 있는데 그냥 앉아 있기만 하고 모여서 놀질 않아요.
원반 던지기를 하거나 부드러운 공 같은 걸로 단체 제기차기 비슷한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 정도만 있죠.

그래서 저는 어느 날! 학교에서 거의 매일 얼굴을 보는 아이들에게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었던 것입니다!
여럿이 모여 앉으면 일단 게임을 시작하는 한국인답게 이들에게 각종 재밌는 놀~~이를 전수해주었죠.
가르쳐주면서 어찌나 빵 터졌는지 한번 들어보세요.

 

1. 한국의 국민게임 - 손만 있으면 할 수 있다!


 

 

이들도 가위 바위 보는 알고 있습니다.
Rock Paper Scissors 라는 이름으로 불리지만, 우리처럼 평상시에 자주 하는 걸 보지는 못했습니다.
어쨌든 가위 바위 보는 알고 있으니 이해하기 쉽겠다 싶어서 묵찌빠를 가르쳐봤는데 정말 웃느라 배아파 죽을 지경까지 갔었습니다.

처음 배워보니까 당연하겠지만, 너무 못하는 거예요.
특히 공격하는 사람이 소리를 크게 지르면 수비하는 아이는 백이면 백 그~냥 넘어갑니다. ㅋㅋㅋㅋ
자기들도 그렇게 쉽게 속는다는 것이 너무 웃긴지 이긴 사람도 진 사람도 깔깔대면서 난리가 납니다.
역시 소리 지르기 가장 편한 발음인 Rock이 가장 인기가 좋았는데 "롹~!" 라고 빵 소리지르면 알면서도 안 넘어올 수가 없습니다.
움~하면서 저절로 손이 주먹이 되는데 보고 있자니 정말 미춰버리게 웃기더라구요.

가위 바위 보의 또 다른 변형인 하나빼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것도 익숙해지기 전까지 초반에는 계속 양손 다 똑같은 걸 내는 아이들이 있더라구요.

 

양손이 다른 걸 내야지, 똑같은 걸 내면 무슨 의미가 있어?!!!

 

하면서 웃어봐도 막상 가위 바위 보! 하면 주먹 두개, 보 두개 이렇게 내는 겁니다. ㅋㅋㅋㅋ
게다가 이제 하나만 골라서 내라고 하면 마주보고 선 두 명이서 자기들 손 한번 봤다가 상대방 얼굴 한번 봤다가 뭘 그리 계산하는지요....
이것도 정상적인 하나빼기 게임을 할 수 있을 때까지 한 10여분은 걸렸던 것 같네요.
다 같이 하고 놀려고 가르쳐줬는데 정작 본 게임보다 가르쳐주는 과정에서 모두가 빵~빵~ 터졌답니다.

 

2. 진지하게 하지마라, 싸움난다

게임이란 원래 벌칙이 있어야 더 재밌는 법이죠.
그래서 한국식 벌칙도 가르쳐줬습니다.
기초 중의 기초로 초급레벨인 인디안밥팔뚝 때리기를 선택했죠.


 


장난으로라도 타인의 신체를 만지거나 때리는 것을 꺼리는 미국인들이기 때문에 시범을 보일 때도 아주 살~살 했어요.
한국 기준으로 보면 하는 시늉만 했다고나 할까요?
하지만 게임도 하다보면 분위기가 고조되듯이, 벌칙도 하다보면 강도가 세지는 법이잖아요.
때리는 사람은 신나지만 맞는 사람은 얼굴 빨개지는 일이 한국에서도 종종 있지 않습니까?
미국 친구들도 실컷 하다보니까 맷집(?)이 생겼는지 퍽퍽 잘만 때리더라구요.
그래도 이 정도는 한국에서 하는 원조에 비하면 애들 장난이라고 했더니 호기심 발동한 친구 하나가 저더러 그럼 한국 사람들이 하는 정도로 때려보라고 하더라구요.
후회하지 않겠냐고 두번이나 물은 뒤 불꽃 팔뚝 때리기를 시전해주었습니다.

영어권에는 Curiosity Kills the Cat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인다) 는 속담이 있죠...

잠시후, 팔뚝에 찍힌 선명한 두 손가락을 보더니 "오오~~~" 하면서 뒤집어지게 웃네요.
아마 남학생이어서 삐지거나 화나기보다 그냥 재밌었나봐요.
그리고는 자기들끼리 게임도 안하고 그냥 팔뚝만 때리고 놀더라구요. ㅋㅋㅋㅋㅋ
역시 이런건 남자들한테 더 잘 먹히는 모양입니다. ^^;;

 

3. 이거 만든 사람 천재!

마지막은 게임이라기보다 생활속의 고민을 간단히 해결해주는 지혜라고 할 수 있죠.


 

 

바로 순서나 당번 정하기의 최고방법, 사다리 타기입니다.
이거 정말 히트쳤어요!
한국에서는 제가 유치원 다닐 때부터도 했던 것 같은데 미국에서는 안 한다는 게 더 신기하더라구요.
학교에서 그룹 과제를 할 때 서로 맡을 임무를 정하는데 아이들이 의욕없이 의무감으로 "내가 이거할게, 그럼 네가 이거 하면 되겠다" 하기에 제가 심심해서 "그럼 우리 사다리 탈까?" 했더니 다들 못알아듣더라구요.
그래서 당장 쓱싹쓱싹 노트에다 그렸죠.
펜과 종이만 있으면 얼마나 만들기 쉽습니까.

그리고선 아래쪽에 각자 조사해와야 할 토픽을 적고, 위에는 쓰고 싶은데다 본인의 이름을 쓰라고 했죠.
처음에는 다들 못미덥다는 반응을 보이더라구요.
가장 큰 의문은 중복되는 결과가 나올 것 같다는 것이었죠.
제가 절대로 그럴 일 없다고 일단 해보기나 하라고 등을 떠밀고서야 각자 이름을 적었습니다.
그리고는 뭐 여러분들도 다 아시는 수순이죠.
마법처럼 짠~ 하고 순식간에 각자 하나씩 전부 다른 번호에 랜딩했습니다.

 꺅  완.전. 신.기.해. !!!!!!

 

 그러고나면 이제 질문의 향연입니다.
"누가 만든거냐?" "이 원리가 뭐냐?" "어떻게 그려도 중복되는 결과는 없는거냐?" 하며 눈을 빛내며 물어도 저는 대답이 없습니다.
저도 모르니까요......................................... ^^;;
그냥 어릴 때부터 해왔을 뿐 나도 모른다고 했더니 그래도 신기하다면서 또 한번 해보자고 하네요.

그래 그래, 이렇게 또 하나의 문화가 전파되었구나! ㅎㅎㅎ


그리하여 그 날 저희는 아무 불평없이 그룹과제의 역할분담을 마치고 즐거운 놀이까지 했답니다.
이것이야말로 몸과 마음에 모두 좋은 이야기!

오늘은 우연한 기회에 제가 미국 친구들에게 한국의 재밌는 놀~이를 소개한 사연을 들려드렸는데요.
어떻게 보셨나요?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