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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미국 친구에게 잘 통했던 한국 농담 하나

by 이방인 씨 2012. 9. 17.

언어에서 가장 번역하기 힘든 것이 유머라고들 하죠?
만국 공통의 소재를 다룬 유머라면 모를까, 고유 문화를 기반으로 하거나 언어로 말장난을 치는 유머는 옮기기도 어려울 뿐더러, 비슷하게 번역해놔도 큰 웃음을 얻기가 쉽지 않습니다.
가끔 외국 영화나 시트콤을 볼 때 우리에게는 별로 웃기지 않아서 썰렁할 때가 있는데 바로 그런 이유겠죠.

저 역시 가끔 미국에서 한국 농담을 시도해 볼 때가 있는데 때로는 성공하고, 때로는 처참히 실패합니다. ㅋㅋ
그 중에 제가 생각해도 의외로 잘 먹혔던(?) 오리지널 한국 농담이 있는데 한번 들어보세요.

어느 날 친구와 식사를 하다가 제가 잠시 자리를 비웠다 돌아왔는데 친구가 때마침 딸꾹질을 시작하더라구요.
아, 그래서 상황이 딱 좋아서 제가 '과연 이건 어떨까?' 싶어 그 오래된 한국의 유치한 농담을 한번 해봤죠.

"너 딸꾹질하는거 보니까 나 없을 때 뭐 몰래 먹었구나?!"

그런 말을 처음 들어보는 친구가 깜짝 놀라서 아니라고 항변하기에 킥킥 웃으면서 설명해줬죠.

"알아. 그냥 농담이야. 한국에서는 딸꾹질하면 원래 이렇게 농담을 던지는거야."

그랬더니 혼자 뭔가 잠시 생각하는 것 같더니 막 웃기 시작합니다.

"생각해보니까 되게 웃긴 말이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무엇보다 일리 있어!!!"

친구가 일리 있다고 말한데서 알 수 있듯이 미국인들도 무언가 찔릴만한 일을 했을 때 딸꾹질을 한다고 생각하기도 한답니다.
(물론 한국이나 미국이나 딸꾹질은 횡경막 때문에 일어난다는 사실을 알지만 사람들이 장난스레 말하는 경우가 많죠?) 
미국 시트콤이나 코미디 영화를 보면 그런 장면들이 간혹 나옵니다.
제가 언젠가 본 시트콤에서도 어수룩한 남편이 부인에게 실수를 숨길려고 거짓말을 하고 나서 갑자기 딸꾹질을 하니, 부인이 단박에 남편의 거짓말을 알아채버리더라구요.
미국 시트콤의 한 장면이지만 그대로 한국으로 옮겨와도 무리없이 통할 설정 아니겠습니까?

딸꾹질의 원인에 대한 농담뿐만 아니라 민간 치료법도 한국이나 미국이나 별반 차이가 없더라구요.
여러분은 딸꾹질하는 친구에게 가장 잘 쓰는 방법이 무엇인가요?

이거 아닌가요? ㅋㅋㅋㅋㅋ
한국에서 딸꾹질을 멎게 하는 최고의 민간요법은 바로 놀라게 하는 것이죠?
그런데 미국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제가 예전에 친구랑 길을 걷다가 딸꾹질을 시작했는데 갑자기 친구가 Boo! 하면서 등을 화~악! 떠미는데...
아놔~ 키도 173이나 되고 아르바이트로 수영강사까지 하는 한 덩치하는 친구가 등을 퍽 미니까 놀라기도 놀랐지만 겁나(?) 아파서 딸꾹질이 멎더군요. -.-;;
제 친구 뿐만 아니라 다른 미국인들도 애용하는 딸꾹질 해결방법이었답니다.
아래 증거 자료들을 한번 보시죠!

"나 딸꾹질 하고 있어" (hiccups 가 딸꾹질입니다.) 하니까
상대방이 "우어어어~ 내가 놀래켰지??" 하고 묻네요. 

 

비행기가 심하게 요동쳐서 사람들이 다 겁 먹고 기절해있는데 혼자 멀쩡한 한 남자가 있어나서 말합니다.
"진정해요. 여러분. 내 딸꾹질을 멈추려고 그런 것 뿐이예요. 놀래키는 방법은 절대 실패하지 않거든요."

 

이건 복화술 하는 사람이 딸꾹질을 치료하는 방법이래요. ㅋㅋㅋ
자기 손에 낀 인형를 들고 스스로를 놀래키고 있네요.

 

나라마다 생리현상에 대한 대처법이 달라서 섣불리 우리식으로 행동하면 오해를 사거나 당황스러운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지만 적어도 딸꾹질 해결방법만큼은 미국인들에게도 똑같이 적용해도 된답니다. ^-^
아마 이렇게 딸꾹질에 대한 생각이 비슷해서 한국식 유머가 미국 친구에게도 통했던 것 같아요.

딸꾹질에 대한 한국과 미국의 비슷한 문화, 어떻게 보셨나요?
활기찬 월요일 시작하세요~

* 아차차, 참고로 딸꾹질할 때 가장 빠른 해결방법은 몸을 90도로 숙인 상태로 물을 마시는 것이라고 합니다.

저도 예전에 스펀지에서 보고 해봤는데 매번 듣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효과가 꽤 좋더라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