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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좌충우돌! 나의 미국 고등학교 이야기 1탄

by 이방인 씨 2012. 2. 14.

 

이제와 생각하면 까마득한 옛 이야기지만 처음 미국 고등학교로 전학왔을 때는 정말 어떻게 헤쳐나가야할지 앞이 깜깜했었습니다.
처음 학교에 간 날, 글쎄 부모님도 아니고 영어 한마디 못하시는 할아버지랑 갔으니 더 말해 뭐하겠습니까.
(미성년자라서 보호자와 함께 첫 날 등교를 해야 되는데 부모님은 일을 하셨기 때문에 유일하게 시간이 되시는, 당시 이미 70대셨던 할아버지와 함께 갔었네요.)
한국에서 영어공부를 한다고 하고 갔지만 막상 직접 눈 앞에서 미국인 카운슬러가 이것저것 물으니 머릿속이 하얘지더라구요.
눈치, 코치, 바디랭귀지, 온갖 기술이 동원된 가운데 드디어 첫 날 과제였던 학생증 발급과 수업 시간표 작성을 마쳤죠.
그리고 그 때부터 미국 고등학교 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순차적으로 이야기하려면 길고 지루해질 것 같아, 특별히 강렬하게 다가왔던 문화 충격을 중심으로 이야기하겠습니다.

** 참고로, 저는 캘리포니아 소재의 평범한 공립 고등학교를 다녔습니다.
미드에 등장하는 상류층 사립학교도 아니고, 그렇다고 한국 유학생들이 다니는 Prep 스쿨도 아닙니다.**

 

 

첫번째 - 고등학교인지 대학인지 헷갈려!

 

한국의 중고등학교는 같은 학년 학생들의 집단인 '학급'을 기준으로 한 시스템이죠.
하지만 미국은 그렇지 않더군요.
학년 및 학급과는 관계없이 학생 개인의 수준과 적성을 기준으로 수업표가 짜여집니다.
마치 한국의 대학과도 같은 개념인데요.
예를 들면 저는 수학은 고학년들과 같이 들었지만, 미국 역사는 저학년들과 함께 수업했습니다.
또한 학생마다 스케쥴도 다 다릅니다.
학년별 필수과목을 제외하면 학생이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서 들을 수 있기 때문이죠.
처음에는 매 과목마다 다른 학생들하고 수업하는 것이 좀 낯설기도 했지만 나중엔 이 개인 맞춤형 시스템이 참 편리해지더군요.

두번째 - 교과서는 후배에게 물려주는 것!

 

제가 한국에 있을 때만해도 교과서는 돈을 내고 사는 개인의 물품이었지만 미국에서는 학교 소유의 물품입니다.
수업표가 짜여지고 첫 날 수업에 들어가면 교과서를 나누어주는데 물론 무료입니다.
다만, 개인의 소유가 아니라 그 학기가 끝나면 다음에 그 수업을 듣는 학생에게 넘겨주게 되죠.
그래서 학교에서는 교과서 깨끗하게 사용하기를 항상 권장하고 교과서와 함께 교과서 커버도 나누어줍니다.
받게되는 교과서의 상태는 순전히 에 맡길 수밖에 없습니다.
어떤 때는 거의 새 책을 받기도 하지만 또 어떤 때는 닳은 책을 받게 되기도 하죠.
새 책보다 더 운이 좋은 경우는, 공부 잘하던 학생이 쓰던 책을 받게 되는 것이랍니다. ㅋㅋㅋ
책에 깨끗하게 정리가 되어 있거나, 필기가 되있거나 하거든요. 

 

 

세번째 - 고등학생이 BMW가 왠말이니...


'베벌리힐즈 아이들' (원제 Beverly Hills 90210) 이라는 미국 드라마가 제가 한국에서 학교 다닐때 인기를 끌었던 적이 있는데요.
그 드라마를 보면서 놀랐던 것이 첫째는 고등학생들이 믿기 힘들 정도로 노안이라는 것과 두번째는 다들 자가용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와보니 어느 정도는 다 맞는 얘기였습니다.
백인 아이들은 상당히 노안이긴 합니다.
멜라닌이 부족한 백인들의 피부가 자외선에 약해서 노화가 금방 진행되기 때문일 텐데요.
정말 늙어보이는 아이들이 많기는 하더군요.
그리고 또! 자동차가 정말 많습니다.
고등학교에 학생용 주차장이 있으니 말이죠.
제가 다니던 학교는 베벌리힐즈 같은 사립이 아니라 평범한 공립이었는데도 불구하고 BMW나 Mercedes도 있었고 한국에서 '무스탕' 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뚜껑 열린 차 Ford Mustang 도 볼 수 있었죠.
물론 미국에서는 이런 차들이 한국처럼 고가는 아니지만 그래도 고등학생이 저런 차를 몰고 다닌다니 버스 2번 갈아타고 다니던 저로서는 기가 죽은 것도 사실이었죠.

 

 

네번째 - 얘들아, 내가 어딜봐서 마약하게 생겼니 응?


제가 다닌 학교는 흑인 인구가 적은 교육구에 속해있었는지라 헐리웃 영화에 나오는 것 같은 위험한 학생들은 없는 학교였습니다.
그렇다해도, 그 '위험한 학생' 이라는 기준이 한국과 다른 것은 분명합니다.
평범해보이는 학생들도 학교에서 가벼운 마약을 사고 파는 경우가 있으니까요.
고등학생 수준이었으니, 비교적 흔하게 구할 수 있는 대마초 정도였을 것이라 짐작됩니다.
복도를 지나가면 벽에 기대선 학생들이 은근슬쩍 눈짓을 보내며 호객행위(?) 세일즈(?) 를 하기도 하구요.
한번은 옆자리에 앉은 남학생이 지갑에서 파란 종이에 싼 담배 비슷한 것을 보여주면서 말하더군요.

 

이거 2달러 밖에 안하는데 어때?

 

재밌는 것은, 전 검은 단발머리에 안경을 쓴 한국에서 흔히 보는 평범한 여고생의 모습이었는데 말이죠.

 

이런..감 떨어지는 녀석아,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 뻗으라고, 내 얼굴 어디가 마약하게 생겼니..
너 그렇게 해서 매상 좀 올리겠니??!

 

하지만, 그 후로 쭉 미국에서 살아보니 이 나라에서는 지극히 평범한 얼굴로 지극히 평범하게 마약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

절반도 못 썼는데 스크롤이 압박하기 시작하네요.
나머지는 다음에 쓰기로 하겠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