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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 전에 있었던 일입니다. 우연히 직장 동료인 M의 아이들의 사진을 보게 되었습니다. 40대 후반인 M에게는 그가 늘상 자랑하는 두 딸이 있죠. 사진을 보니 큰 딸은 M의 갈색머리와 파란 눈을 그대로 물려 받았는데 둘째 딸은 서양인들이 Ginger라고 부르는 빨간머리칼을 가졌더라구요. 


"M, 부인이 혹시 빨간머리예요?"

"아니, 우리 집사람은 금발이야."

"어, 그런데 둘째 딸은 빨간머리인 걸 보니, M과 부인에게 둘 다 빨간머리 유전자가 있는 모양이네요."


장난기로 유명한 M은 잠시 씨~익~ 웃더니,


"아니면 피자 배달부가 왔었을 수도 있지."


아니, 이게 무슨 소리인지 여러분은 이해하셨나요?

그러니까 M은... 



요런 상황이 있었을 수도 있다는,
M의 부인이 들었다면 불쾌했을 수도 있는 농담을 한 것이죠.


제 남편이었다면 죽빵을 날렸겠지만 몹시 화를 냈겠지만, 남 일이라고 일단 웃음이 빵! 터져버린 저는 웃다가 물었습니다.


"원래 이런 설정이 더 많지 않아요?"



했더니 M은 주먹으로 책상을 쾅! 내리치는 시늉을 하더니 말합니다.


"Pizza delivery man까지는 백번양보해 이해해도
Plumber (배관공)는 안돼!"


화난 척하는 오버액션 연기에 어쩔 수 없이 웃음이 나긴 했습니다만 뒷 맛은 개운치 않더군요. Plumber는 안된다는 말에 현실을 느꼈기 때문이죠.

만인을 위한 기회와 평등의 땅이라는 미국에도 편견과 차별은 존재합니다. "직업에 귀천은 없다"는 고귀한 말이 "말"에 그쳐 안타깝고 씁쓸한 건 여기도 마찬가지죠. Cool하고 관대한 성격 덕분에 제가 인간적으로 좋아하는 저희 부서내 No.1 보스도 언젠가 "Blue collar들은 그들만의 세상에서 산다"는 말씀을 하셔서 저를 말문 막히게 하신 적이 있습니다. 흔히 말하는 3D 직업에 대한 사람들의 일반적 편견은 미국이나 한국이나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을 자주 느끼게 되는데, 그럴 때마다 인간의 속성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자유와 평등을 최고의 가치라 배우고,
(비교적) 트인 사고를 가진 사람들이라는 미국인들도
온전히 벗어나지 못하는 걸 보면
편견을 가지는 건 인간의 본성인 건가...


저 역시 범인이라, 크고 작은 편견에서 자유롭지 못한 인간이기는 하나, 이민 1세대로 늦은 나이에 미국에 오셔서 고생하시는 부모님을 보며 많은 것을 느꼈답니다. 그 중 하나는... 어차피 다 같은 인간들이 만들어 낸 사회적 계층 혹은 직업의 차이 때문에 사람을 차별하는 건 정말 슬픈 일이라는 거예요. 저도 부모님이 working class 이민자라는 이유만으로 미국인들로부터 대놓고 또는 은근히 무시당하시는 걸 보고 왈칵 차오르는 눈물을 삼킨 적이 많습니다. 이래서 사람은 직접 겪기 전에는 모른다는 말이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만, "헤아리다"라는 말도 있는데, 왜 어떤 사람들은 타인의 입장을 헤아리려 노력하지 않는 걸까요...


나보다 조금 더 고단한 일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면 참 좋겠네요.


행복한 하루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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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들꽃처럼! at 2016.06.01 12:31 신고 [edit/del]

    미국도 그런다니 할 말이 없네요...
    슬프다...
    숙련된 기술자들이 제대로 된 대우를 받는 세상은 없는걸까요?
    동일노동 동일임금도 그저 꿈일까요?

    전 요즘 그런 생각을 했어요...
    비키, 트루디 등 현재 10대 이하의 아이들은 무엇을 해먹고 살아야할까?...
    알파고가 사람을 이기는걸 보면서 두려워졌거든요.
    지금 있는 직업들이 많이 없어질텐데
    그럼 인공지능이 대체 할 수 없는 그런 일들을 해서 먹고 살아야할텐데 하며 심란했었답니다.
    세상 살기가 더 어려워질텐데 우리 아이들은 어찌하나...
    그래서 저는 걍 하던 예체능과 인문학 교육에 더 힘을 쓰려구요.
    소위 말하는 공부는 좀 빼주구요.
    인공지능이 사람맛?은 못내지 않을까요? ^^
    그런 세상이 오면 인공지능이 배관 수리 같은건 못할테니 그때는 상황이 바뀌지 않을까 하며
    상상의 나래를 펼쳐봅니다~~

    그나저나 입맛이 쓰네요...

    Reply
    • kiki09 at 2016.06.13 14:35 신고 [edit/del]

      저도 알파고 때문에 충격을 받았어요
      으헉. 설마설마 했는데
      앞으로 인간과 로봇이 같은 직장에서 하이 파이브 하며
      지낼 날도 곧이겠더군요..

  2. Sophia5 at 2016.06.01 14:49 신고 [edit/del]

    글 보고 많이 배우고 갑니다. 화이팅!

    Reply
  3. 프라우지니 at 2016.06.02 01:47 신고 [edit/del]

    유럽도 사람들의 계급이 있습니다. 대학졸업자들은 그들의 세상에서 살고 중졸해서 기능직들은 그들만의 세상에 살면서 결혼도 비슷한 부류랑 하더라구요.

    Reply
  4. 에이티포 at 2016.06.03 21:22 신고 [edit/del]

    미국은 안그런줄 알았는데 똑같군요ㅠ 근데 우리나라가 더 심한거같아요

    Reply
  5. kiki09 at 2016.06.13 14:33 신고 [edit/del]

    저는..
    음..
    사진의 배관공이 참 멋지다고 생각합니다 ㅋㅋㅋㅋㅋㅋ
    내용보다 사진만 계속 쳐다봤슴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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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at 2016.06.16 14:13 [edit/del]

    비밀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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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존사모님 at 2016.09.29 23:54 신고 [edit/del]

    음... 저는 M의 말이 다르게 들리는데요

    배관공 연봉이 생각보다 꽤 높잖아요

    피자배달부보다 훨씬 많이 버는데 배관공을 무시했을 것 같지 않고요

    근육질의 외모적으로 잘난 남자와 자기 부인이 바람나는 건 싫다는 뜻으로

    그런 말을 했던 게 아닌가 하는데 이제 와서 M에게 무슨 뜻이었냐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이니 진실은 미궁 속으로....^^

    Reply
  8. at 2017.02.28 18:13 [edit/del]

    비밀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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