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한인식당에 미국 친구를 데려갔다가 난감했던 사연
Welcome to Califor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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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이야기는 사실 쓸까 말까 꽤나 고민했답니다. 딱히 즐거운 일도 아닐 뿐더러 떠벌릴 만한 사안도 아니라서 말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야기하기로 마음 먹은 이유는 여러분의 의견이 심히 궁금했기 때문이랍니다. 그럼 시작할깝쇼~?

한 서너달 전인가요, 저는 이 게으른 육신을 이끌고 남가주로 3박 4일 자동차 여행을 떠났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북가주에서 차로 7-8시간을 달려야 L.A. 및 San Diego가 있는 남가주에 닿을 수 있는데요. 커~어~다란 동물원에도 가고, 수족관에도 가고, 재밌게 놀았습죠. 그러던 와중에 함께 여행중이었던 미국인 친구가 L.A. Korea Town에 가서 정통 한국 음식을, 한국 사람들이 먹는 방식으로 즐기고 싶다고 하지 뭡니까. 아시안계 미국인인 이 친구는 평소 한류팬이었는지라 저도 어느 정도는 예상하고 있었던 부탁이었습니다.

그~으~뤠? 한인타운에서 한국 음식을 먹고 싶다는 거지?
한국인 친구랑 같이 있는데 그 정도는 당연히 해줘야 하는 거 아니겠느뇨?!


하며 호기롭게 말했지만... 그랬...!
사실 저도 L.A. 몰라요! 미국에서 산 지 이제 만으로 15년을 바라보고 있지만 L.A.에는 단 두 번 방문한 것이 전부거든요. 그래도 일단은 구글의 친절함과 저의 한국어 능력을 믿어 보기로 했습니다. 친구는 특정 메뉴를 고른 적이 없건만 삽겹살로 마음을 정한 방인 씨, 그 이유는, 그 이...!


내.가. 먹고 싶으니까.


그리하여 L.A.의 삽겹살 맛집을 검색한 결과, 약 세 곳의 음식점을 찾아냈습니다. 그 중 가장 맛있어 보이는 곳으로 출발! 문 앞에 도착했더니 아니나다를까 주차장은 만원이고 그나마도 주차하려면 선택의 여지도 없이 무조건 돈을 내고 Valet 서비스를 이용해야 하더라구요. 주차장에 무척 좁았는데 그러다 보니 전문 주차요원들이 요령있게 좁은 공간으로 쏙쏙 넣어야 해서 그런 것 같았습니다.


"와~ 대도시라서 그런가 보다.
우리 북가주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인 걸..."


하며 식당으로 들어섰는데 과연 유명한 집이라 그런지 식당 안도 만원이더군요. 한 15분 정도 서서 자리가 나길 기다리며 세상에서 제일 추접스럽다는 짓거리, "남 먹는 데 쳐다보기"를 시전했습니다. 솥뚜껑 불판에 콩나물과 김치를 같이 구워먹을 수 있게 미리 올려주는 곳이더라구요. 아이고~ 냄새가 어찌나 좋던지요. 다행히 2인용 테이블이 났는지라 자리로 안내를 받았습니다. 메뉴판을 보자 마자 생각할 것도 없이 삽겹살 2인분을 주문했지요. 친구는 한국식 삽겹살을 드라마에서만 봤다고 하며 무척 기대하는 눈치였습니다. 그러나 기다려~도~ 기다~려도~ 음식은 오지를 않고, 고기를 가져다 주기까지 한 20여 분을 젓가락만 빨고 있었죠. 와중에 친구가 지루했는지 "이건 뭐야?"하며 불판에 올려져 있던 콩나물과 김치를 뒤적거렸습니다.


Kimchi와 Bean sprouts를 고기랑 같이 구워 먹으면 맛있어.
고기만 먹는 것보다 맛도 좋고 건강에도 좋고.


말로만 듣던 한인타운에 와 있다는 사실에 이미 신난 친구는 제가 무슨 설명을 해도 "아, 그래? 그렇구나!"하며 즐거워했습니다. 그렇게 한 몇 분을 콩나물과 김치를 뒤적이고 있는데 서빙하시는 아주머니 분이 보시더니 인상을 확 구기시면서 집게로 콩나물과 김치를 한 곳으로 정리하시며 말씀하십니다.


"아니, 그걸 왜 그렇게 해요! 불판에 다 눌어붙어요.
우리가 해 놓은대로 그냥 먹어야 하는 이유가 있어요!"


말씀인즉, 불판에 올려놓은 콩나물과 김치는 뒤적이지 말고 한 곳에 얌전히 두고 먹어야 불판에 붙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무슨 뜻인지는 알겠으나 다소 신경질적으로 말씀하신 탓에 한국어를 못하는 제 친구까지 분위기로 눈치채고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제 눈치를 슬쩍 보더라구요. 저는 당황스럽기도 하고 어쩐지 친구 보기에 민망하기도 하여 별 일 아닌 척 설명해 주었습니다.


김치랑 콩나물은 불판 구석에다 놓고 구워 먹는 게 좋대.
어익후~ 여기 처음 와 봐서 나도 몰랐네.

아..하하하하



민망해서 빨개진 얼굴에도 입은 꿋꿋하게 붙어 있는지라, 먹긴 먹어야죠. 암요, 그럼요. 우여곡절 끝에 삽겹살이 지글지글 익어가고 저희도 조용히 먹기 시작했습니다. 손님이 워낙 많다 보니 특별히 서빙을 해 주시지는 않았고, 마지막에 밥을 볶아주시긴 했습니다. 가게가 너무 북적이고 시끄러웠기에 (밤 9시가 다 된 시간이라 술 드시는 분들이 계셨거든요.) 저와 친구는 빨리 먹고 나가기로 하고 바삐 입을 놀렸습니다. 친구는 처음이이었고 저도 오랜만에 먹는 한국식 삼겹살이라 맛있게 먹었네요. 계산서를 집어 들려는 찰나, 친구가 손을 쭈~욱~ 뻗더니


"네가 데려와 줬으니까 계산은 내가 할게."

"아니지, 한국인인 내가 한인타운으로 안내한 거니까 내가 내는 게 맞지!"

"그건 아니지."

"어허~ 이리 주시게~"


하며 나.름. 훈훈한 실랑이를 하다가 피곤해져 결국은 합리적으로 반반씩 내기로 했습니다. 하여 두 개의 계산서를 받아들고 각자 싸인을 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몇 발쯤 앞서 걸어나오는데 친구가 나오질 않고 저를 손으로 부르더라구요. 무슨 일인가 싶어 가 보니 친구는 정말 난감한 표정으로 계산대 앞에 서 있었습니다. 알고 보니 계산대에 계시던 한국인 여자 분이 친구의 계산서를 보고 Tip을 주지 않았다며 붙들고 못 나가게 한 것이었습니다. 아마 제 친구도 한국인인 줄 아셨는지 계속 한국말로


"팁 안쓰셨네요. 다들 15%는 보통으로 주고 가는데."


하고 계시고, 제 친구는 한국말을 못 알아들으니 진땀 뻘뻘 흘리며 저만 찾고 있었던 거죠. 그렇죠. 그 보통이 바로 저라서 제 계산서에는 15%의 팁이 적혀 있었는데 아마 친구는 서비스가 마음에 안 들었던 모양입니다. 별도의 팁을 적지 않았는데 그걸 보고 계산대에 계시던 여자분이 친구를 잡았고, 홀에서 서빙하시던 남자 웨이터분까지 합세해 테이블에 팁 올려놓았냐고 물으시더라구요. 계산대 앞에서 벌 서는 것 마냥 세워 놓으니 친구는 부랴부랴 15%의 팁을 적고 저희는 황급히 식당을 빠져나왔습니다. 밖으로 나오자 마자 친구가 묻는 말,


"팁을 안 줘서 나를 못 가게 한 거야?"


하아... 정말 입이 안 떨어질 정도로 창피하지 뭡니까.

미국 사회에서 Tip문화가 보편적인 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팁을 강요하고, 팁을 안줬다고 못 나가게 하는 건.... 15년을 살았지만 듣도 보도 못한 일이었어요. 제가 사는 곳에도 한인식당이 있고, 자주 가 봤지만 이런 경우는 없었습니다.

제 친구는 미국에서 나고 자란 사람입니다. 당연히 Tip을 주는 습관이 있지만, 서비스가 마음에 안 들면 주지 않는 것 또한 개인의 선택이라는 사실도 잘 알고 있죠. 아마 친구는 고기가 나올 때까지 꽤 기다린 것과 아주머니의 퉁명스러운 일.격.이 내심 불쾌했던 모양입니다. 더욱이 손님은 많고 직원은 적은 탓에 음식을 가져다 주신 것 외에 서빙을 받지는 않았습니다. 제 앞에서 굳이 말은 안 했지만 Tip을 주고픈 마음이 없었겠죠. 하지만 결국 강제로 Tip을 지불한 친구, 아무리 생각해도 기가 막힌 모양입니다.


"이런 게 한국에서는 흔한 일이야?"


아...음...저... 그게... 그러니까...
한국 본국에는 Tip문화가 없으니까 아니겠고,
L.A.는... 음... 그러니까 나도 L.A.를 잘 몰라서...


"Wow...." 하며 어이없다는 듯 감탄사를 내뱉는 친구를 보며 저는 어찌할 바를 모르겠더라구요. 어떻게든 변명을 해 보려고도 했으나 결국은...


미안해, 기분 상했지?
내가 자세히 알아보지도 않고 데려오는 바람에...
정말 미안해. 네 잘못 아니니까 잊어버려.


즐거운 마음으로 한국 문화체험을 하러 갔던 친구에게 의문의 모욕을 안겨준 것 같은 기분에 저는 무척 우울했답니다. 너무나 미안했던 것은 말할 것도 없구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특히 L.A.에 사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현지 사정을 알고 싶네요. 여러분의 의견을 기다리며 저는 이만 총총~
즐거운 주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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