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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ything & Everything

미국 블로그 운영자가 환영하지 않는 방문객 유형

by 이방인 씨 2014. 9. 22.

독자들은 다 아시겠지만 이방인 씨가 미쿡 이야기 블로그를 운영한 지도 3년이 넘었습니다. 누적 방문객 카운터의 숫자도 어느새 800만명을 넘어섰네요. 해변의 모래알까지는 아니라도, 새 한 마리의 깃털 만큼 많은 방문객들이 다녀가셨다고 해도 될 듯합니다. 한국에서 나고 자랐지만 지난 십 수년 간 미국에서 살고 있는 사람이 운영하는 곳이라 그런지 방문객들 중에도 양국의 사정을 논하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무릎을 탁! 치게 하는 가르침을 주는 분들도 계시지만 만고에 쓰잘머리 없는 소리만 늘어놓고 가는 분들도 있지요. 오늘은 미쿡 블로그 운영자가 딱~히 반기지 않는 방문객 유형들을 소개할까 합니다. '유형'으로 묶을 수 있을 만큼, 같은 맥락의 의견을 말하고 가는 사람들이 많다는 뜻인데 도대체 무슨 이야기들을 하는지 여러분도 들어 보세요.

 

3. 당신 누구 편이요?

유독 편 가르는 것을 좋아하는 무리들이 있습니다. 저 같은 교포들에게 "한국 편이냐, 미국 편이냐?"며 대답을 강요하는 사람들이지요. 그들의 단골 질문으로는,

1. 미국이 좋아요? 한국이 좋아요?
2. 미국인이 좋아요? 한국인이 좋아요?
3. 전쟁 터지면 미국 편 들 거예요? 한국 편 들 거예요?

등등이 있습니다. 그들이 이런 질문들을 통해 '무엇을 확인'하고 싶은 것이며 제 대답이 그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알 수 없으나, 저는 "새벗 유치원"에 다니던 유년 시절부터 편 가르기는 좋지 못한 습성이라 배웠답니다. 하지만 굳~이, 기어~코, 끝끝내~ 세상을 <내 편 VS. 네 편>으로 나눠야 마음 편한 분들이 계시다면 저는...


TEAM EARTH라 말하겠나이다.


2. 미국을 까야(?) 한국이 올라간다?

어느 나라 어느 국민에게나 "애국심"은 좋은 말이요, 뜻입니다. 단, 바르게 발현될 때에 한하겠지요. 언젠가부터 한국의 "국격을 높이자"는 목소리를 자주 듣게 되었는데 국격을 높이는 길을 잘못 찾아들어선 분들이 있는 듯합니다.


타국을 폄하한다고 한국의 국격이 높아지는 게 아닙니다.


'과일'이라는 공통점이 있어도 "사과는 사과이고 오렌지는 오렌지"일 뿐이죠? 사과를 재배하는 사람이 "오렌지는 정말 형편 없는 과일이야!"라고 깎아내린다고 사과의 가치가 올라가지 않습니다.

제가 미국·미국인의 이야기를 들려 드릴 때마다 어디선가 나타나서는 '미국은 이렇고 저래서 정말 거지 같은 나라고, 양키들도 이렇고 저래서 다 쓰레기 같은 놈들이다. 그딴 나라에서 사는 게 뭐 자랑이라고 떠벌리냐. 한국이 백배 낫다. 난 한국에서 잘 먹고 잘 살 거다!'라며 앞날의 호의호식에 대한 결의를 다지는 분들이 계십니다.

'자신의 나라에서 잘 먹고 잘 살겠다'는 갸륵한 마음이야 옥같이 맑고 고우나, 미국이 거지 같은 나라이기 때문에 그 분이 한국에서 잘 먹고 잘 살게 되는 것은 아니겠지요? 국격은 스스로 가꿔야 할 뿐, 타국을 내 발 밑으로 끌어내려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닐 겁니다.


1. 자아비판 ≠ 자가비하

제가 제~일 반기지 않는 방문객들은... 한국인들을 "한국년놈들"이라고 말하는, 그러나 그 역시 한국인인 사람들입니다. 이런 유형의 댓글들은 첫머리가 찍어낸 듯 비슷합니다.


"하여간 한국년놈들 (혹은 "한국것들", "한국 XX들", 더 꼴보기 싫은 표현은 "김치년놈들", 눈을 의심하게 되는 단어는 "조센징들") 이래서 안된다니까. "

결국 자신도 한국인이면서 왜 그런 말을 하십니까???


자아비판 좋습니다. 비판과 반성은 발전의 밑거름이니까요. 그러나 자아비판과 자가비하는 엄연히 다릅니다. 자신이 내뱉은 말 때문에 그 자신 또한 "년놈"에 포함되는 것은 물론이고 애먼 부모님, 가족, 친구들까지 순식간에 "안.되.는. 년놈들"이 되는 겁니다.

한국 사회에 대한 분노를 도저히 제어할 수가 없어서 그런 건지, 아니면 한국 밖에 살고 있는 제게 토로하고 싶어서 그런 건지 모르겠지마는 저는...


한국년놈이라는 말은 듣기도 싫고 공감할 수도 없습니다.


본래 자가비하의 습성이 있는 사람일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나라 전체를 같은 수준으로 끌어내리지 마시길. 한국에 있는 제 친척들, 친구들, 지인들, 그리고 독자들은 한국인일 뿐 그 누구도 한국년놈이 아니며, 안되는 사람들도 아닙니다. 정히 그런 표현을 쓰고 싶다면, 대체 어디 사는 누가 언제 무슨 짓을 어떻게 왜 했길래 그런 불쾌한 말을 하는 건지 소~상히 밝혀 주세요. 저도 한 번 들어나 보게요. 제가 듣기에도 정말 안되는 사람이라면 같이 비난의 향연을 열어 드립니다~


이방인 씨가 두 팔 벌려 환영하는 선량한 독자 여러분, 오늘도 신나는 하루 유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