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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미국에서는 이 사람에게 비싼 선물하면 큰일 날 수 있어요!

by 이방인 씨 2014. 8. 13.

난 주에 제가 수강하던 여름 강좌가 끝났습니다. 오랜만에 듣는 강의이기도 했고, 교수님이 무척 재밌고 좋은 분이셔서 종강이 살.짝. 아쉬운 마음마저 들더라구요. 마지막 수업이 끝난 후 교수님께 Thank You 카드를 드렸는데 눈을 동그랗게 뜨시더니 정~말 고맙다며 핸드백에 잘 넣으시더라구요.


학생이 건넨 하얀 봉투를 핸드백에 고이 넣으시는 선생님의 모습이라...


어째 싸~한 그림인데, 오해하시면 안 됩니다. 미국에서 그런 짓 하다 걸리면 선생님은 파직당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록으로 남게 되어 새 직장을 구할 때도 큰 문제가 됩니다. 교직 커리어가 그 길로 끝날 수도 있는 거죠. 촌지를 건넨 학부모 역시 곤경에 처하게 되는 것은 물론이구요.

미국의 학부모들도 Teachers' Week이나 학기가 끝날 무렵에는 자녀의 선생님에게 선물을 하지만 (하지 않는 학부도들도 있구요.) 상식을 아는 사람이라면 절.대.로. 현금이나 비싼 물건을 주지 않습니다. 이 글을 쓰려고 인터넷으로 조사를 했는데 마침 Parade 매거진에서 올해 Teachers' Day 즈음하여 (미국의 스승의 날은 5월 첫째 주 화요일입니다.) 선생님들이 좋아하는 선물 Best 3와 받기 싫어하는 선물 Worst 3를 소개했더군요.

 

 

BEST 1 - 직접 쓴 Thank You Card

미국 선생님들이 최고로 좋아하는 선물은 학생이 직접 쓴 손 편지/카드였습니다. 매거진 조사에 응한 선생님들은 "일이 고되고 힘든 날 학생들에게서 받은 손편지를 꺼내 읽어 보곤 한다"는 감동적인 말을 했네요.

BEST 2 - 커피샵 상품권

이게 아마 흔하면서도 무난한 선물이 아닐까 합니다. 커피, 스무디, 도너츠 등등 가벼운 음식 프랜차이즈 상품권은 기호와 취향에 어긋날 위험이 적잖아요.

BEST 3 - 교육 잡지 구독권

내셔널 지오그래픽 등, 수업에 도움이 될 만한 잡지 구독권도 선생님들이 무척 좋아한다고 합니다. 참고로 NGM은 12번 받아보는데 $15-20불 사이랍니다.

 

WORST 1 - 머그컵

머그컵은 성의 없어 보이기도 하거니와 무 많~이 받기 때문에 반길 수가 없다고 하네요. 매년 한 반 아이들 중 단 세네 명 만이라도 머그컵을 선물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경력이 오래된 선생님들은 아마 머그컵 장사를 해도 될 걸요.

WORST 2 - 자잘한 장식품들

책상 위에 놓을 수 있는 작은 장식품들 또한 너~무 많이 받아서 나중에는 누가 무엇을 주었는지 기억하기도 힘들다고 합니다.

WORST 3 - 집에서 만든 음식

물론 집에서 직접 구운 쿠키나 브라우니 등은 정성을 생각하면 고맙지만, 실은... 입맛에 안 맞을 수도 있고, 혹 들어간 재료에 앨러지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무턱대로 좋아할 수는 없다는군요.


BEST와 WORST를 모두 보시고 무슨 생각을 하셨나요?


좋은 건 좋은 것대로, 나쁜 건 나쁜 것대로 모두 소박하죠?


2014년에 발행된 기사의 내용이니 적어도 현재까지 미국에는 자녀의 선생님께 드릴 선물 때문에 부담을 느끼는 학부모들은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다만 이런 사정도 학군마다 학교마다 달라서 뉴욕 타임즈에 따르면 선생님께 선물을 하는 학부모들의 비율이 예전에 비해 늘었다고 합니다. 또 다른 기사를 보니 펜실베니아 주의 어느 교육구에서는 투표를 통해 한 가정에서 (아이가 몇 명이든) 1년에 $100불 이상을 선생님을 위해 지출하지 못 하도록 제재하는 규칙을 정했다고도 하구요. 제가 경험하기로도, 주변에서 듣기로도, 또 인터넷에서 보기로도, 평범한 미국인들은 $15-35 내외의 선물을 합니다. 평균 가격대를 보면 개중 고가라고 해도 대략 어느 정도 금액일지 짐작하시겠죠? 선생님들도 마찬가지로 그 이상의 금전적 가치를 지니는 선물을 받으면 불편하다는군요.

그러나 제가 언젠가 미주판 한국 신문에서 읽고 포스트한 적도 있지만, 한국에서 온 주재원들이 많이 사는 지역의 어느 초등학교에서는 한국 어머니들이 선생님께 고가의 선물을 하는 탓에 (명품백을 드렸다고 하더라구요.) 학교장이 직접 두 차례나 '선생님들께 값비싼 선물을 하지 말아 달라'는 공문을 발송하기도 했답니다. 씁쓸하면서도 흥미로운 사실은... 처음에는 고가의 선물공세에 당황하며 곤란해하던 미국 선생님들이, 같은 일이 반복되자 나중에는 한국에서 온 학부모에게는 은근히 비싼 선물을 기대하기도 했다네요.

이런 걸 보면 미국의 선생님들이 한국의 일부 선물 좋아하시는 선생님들보다 교육자로서의 사명감이나 양심이 투철하여 촌지/명품 선물이 없는 것이 아니라, 그저 '나쁜 습관이 들지 않은 것 뿐이구나' 싶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애초에 주지 않는 것이 정답!!

여러분 신나는 하루 유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