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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어느 날 갑자기 미국 경찰에게서 온 문자 메세지

by 이방인 씨 2014. 6. 23.

나흘 전, 제 휴대전화에 범상치 않은(?) 문자 메세지가 하나 날아들었답니다. 아니, 메세지가 아니라 경보 (alert) 였는데요. 삐~익~ 하는 낯선 소리와 함께 Emergency alert (긴급경보)라는 제목으로 팟-! 하고 뜬 이 메세지, 여러분께도 보여 드릴게요.

 

6월 19일 목요일에 제 휴대전화로 수신된 경보예요.
문장이 아니라 단어와 숫자들을 나열한 것인데 풀이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캘리포니아 Oroville 지역, AMBER 경보
옅은 파랑색 2007년형 현대 밴 자동차, 번호판은 7FKV464

7FKV464 자동차를 찾고 있다는 건 알겠는데 도대체 누가? 왜?!


캘리포니아에서 십수 년을 살았지만 이 날 처.음. 받아 본 AMBER Alert란, 어린이 유괴 발생 경보입니다. 다시 말해 위의 문자는, 어린이 유괴 사건이 일어났으니 해당 차량을 목격하는 자는 즉시 경찰에 제보하라는 경보인 것이죠.

1996년에 미국 텍사스 주의 Arlington이라는 도시에서 아홉살 소녀 Amber Hagerman이 유괴되어 살해당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에 큰 충격을 받은 Arlington 주민들이 주축이 되어 어린이 유괴를 대비한 경보 시스템을 합법화하자는 제안을 했고 그것이 AMBER Plan이라는 이름의 어린이 유괴 사건 대응 프로그이 되었답니다.

캘리포니아는 1999년에 AMBER Plan을 도입하고 2002년부터 주 전역에 AMBER Alert를 시행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경찰 뿐만 아니라 민간 미디어 업체들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에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캘리포니아 방송 협회, 교통부, 기상청 등의 TV/Radio 방송이 가능한 기관과 페이스북, 트위터 등의 SNS 서비스 업체들이 경찰과 자발적 (voluntary) 파트너쉽을 맺고 있습니다.

17세 이하의 아동·청소년 유괴가 발생했을 시, 경찰당국이 아동에게 상해 및 살해의 위협이 따른다고 판단하면 AMBER Alert를 가동하는데 경찰에 협력하고 있는 모든 TV/Radio station과 SNS 서비스 업체들이 경보를 송신합니다. 또한 그 시각에 사건 발생 지역 근처에 머물고 있는 사람들에게 휴대전화 AMBER Alert를 보내는데 이 날 제가 인근에 있었기 때문에 경보를 받았던 것이랍니다. (대부분의 스마트폰은 자동으로 Alert 수신이 가능하고 feature폰은 기종마다 다르다고 합니다.)

난생 처음 이런 경보를 받은 이방인 씨, 제 눈 앞에 그 자동차가 나타난 것도 아닌데 가슴이 쿵쾅쿵쾅 뛰더라구요. 아이가 어떻게 되었을지 답답해서 몇 시간 후에 인터넷으로 검색해 봤더니 다행히도 그 자동차는 다른 누군가의 눈에 딱! 걸린 모양입니다. 휴대전화 경보를 발행하고 4분 후에 차량 목격제보가 들어왔고, 이에 출동한 경찰이 약 5분 만에 현장에 도착하여 용의자의 차량에 타고 있던 아이들 3명을 무사히 찾았다고 합니다.

현재 경찰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는 용의자는... 용의자는?!


아이들의 아버지래요... ...

이게 무슨 生Show인가 싶으시죠?


그런데 말이죠, 미국에서는 이웃이나 친척은 물론이고 부모라 할지라도 보호자의 동의 없이 아이들을 데려가면 신고 및 처벌의 대상이 된답니다. 예를 들어 아이의 엄마와 아빠가 따로 살고 있다고 할 때, 아이와 함께 있는 부/모의 동의 없이 다른 쪽이 아이를 억지로 혹은 몰래 데려가면 유괴사건이 성립한다는 말이죠. 실제로 지난 12년간 발령된 223번의 AMBER Alert 중 92번이 부모의 유괴사건이었습니다.

아버지가 데려갔다는데 이게 무슨 난리굿 세금낭비냐고 허탈해할 수도 있겠지만 아이들 일은 조심 또 조심해도 지나치지 않잖아요. 그리고 최초 신고자는 그 사람이 아버지였는지 몰랐을 수도 있구요. (누가 신고했는지는 보도되지 않았네요.) 어쨌든 중요한 건 9분 만에 아이들을 모두 찾았다는 사실이죠. 경보발령의 효과가 분명 있는 것 같습니다!

캘리포니아 AMBER Alert 웹사이트에 들어가 봤더니 이런 문구가 쓰여 있었습니다.

 

"1초가 중요하다"는 이 문장,
상황에 맞게 의역하면 '일분일초가 시급하다'쯤이 되는데
어린이 유괴 발생 시 빠른 대응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네요.


비단 어린이 유괴사건 뿐만 아니라 사람의 안전이 달린 모든 사고에는 신속한 대응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을 다시 해 봅니다.

여러분, 오늘도 무사히 안전한 월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