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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단신(短信)

웃다가 한숨 쉬게 되는 오빠의 둔감함!

by 이방인 씨 2014. 6. 12.

늘은 실로 오랜만에 저희집 "흥사"의 이야기를 들려 드릴게요. 혹시 모르시는 분들이 계실까 봐 잠시 설명하자면 흥사는 "흥할 사람"의 줄임말로, 제 남자 형제의 애칭입니다.

그동안 몇몇 에피소드에서 드러난 대로 흥사는 저와 자웅을 겨룰 정도의 허당기와 어리바리함의 소유자인데, 그 때문에 저희 남매는 틈만 나면 서로를 업신여기고 있답니다. 특히 저는 흥사의 아둔한 시신경을 놀릴 때가 많은데 어찌된 사연인지 한 번 잘 들어 보세요~

저희집 흥사는 완고한 유교적 가치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도리에 어긋나는 행동은 절대 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고지식하다는 단점도 있죠. 이런 흥사가 납득하지 못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성형수술이라 그는 평소 입버릇처럼 "예쁘지 않더라도 자연스러운 얼굴의 여성이 더 좋다"고 말하곤 합니다. 또한 미국이든 한국이든 연예인들의 성형수술이 대중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며 비판적인 시선을 보내기도 하구요.

 


(ⓒ 마인드C)

이런 얼굴은 무섭대요.


저는 같은 여성으로서 예뻐지고자 하는 여성들의 마음을 이해하지만, 흥사의 개인적 가치관이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니 그에 관해 왈가왈부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저로 하여금 그를 비웃을 수 밖에 없게 하는 것이 바로 그의 어리바리한 시신경이지요.


는 자연 상태 얼굴과 인위적으로 만든 얼굴을 구분하지 못합니다.
요컨대, 완고한 가치관을 따라가지 못하는 허당(?) 눈을 가지고 있다는 말씀!


아, 물론 누가 봐도 심~하게 부자연스러운 강남미녀 얼굴은 알아챕니다만 그 정도가 아니면 모르더라구요. 흥사는 아직까지도 10년 전 연예인 이야기를 하고 있을 정도로 여자 연예인들의 얼굴과 이름을 잘 모르긴 합니다. 그러나 간혹 어머니나 제가 보는 TV 프로그램을 같이 보게 될 때면 "저 사람 예쁘네." "저 사람 괜찮네." 등등 자기 마음에 드는 얼굴에 호감을 표하기도 하지요. 그럴 때면 저는 흥사를 놀릴 chance를 놓치지 않습니다!


"그렇지? 저 사람 예쁘지? 눈 고친 거야.
뭐? 저 사람? 저 사람은 코 했네.
그리고 또 저 사람은 완전 페이스 오프한 거야."


흥사는 믿지 못하겠다는 투로 되묻습니다.


"진짜? 진짜로? 아니, 어떻게 저렇게 자연스러워?"

"오빠가 도통 못 알아 보는 거지!"


사실 요즘 여자 연예인들 중에서 100% 자연미인을 찾기 쉽지 않죠? 원래 예뻤던 분들도 조금씩 보완을 하기도 하니까요. 흥사가 학창시절에 좋아하던 여자 연예인들 중에도 지금은 사뭇 달라진 얼굴을 하고 있는 분들이 많아서 더욱 실망스러운가 봅니다. 그런데 사실... 저만 입 꾹 다물고 있으면 흥사는 자신만의 세계에서 행복할 수 있습니다.


그 둔해 빠진 눈으로는 도저히 구분을 못하니까요~


"저 사람 예쁘다~"라고 했을 때 제가 그저 가만히 있기만 하면 그의 영혼은 평화로울 텐데, 저는 저도 모르게 입꼬리를 하늘로 올리게 되는 것입니다.


걸렸구나~ 옜다~ 받아라! 알고 싶지 않은 진실 ATTACK~!!

저 사람 했네, 했어~


매번 전.혀. 몰랐다는 듯 놀라고 실망하는 흥사의 모습이 재밌는 한편 '어떻게 저렇게 모를 수가 있지?' 싶어 신기하기도 하네요. 늘 헛다리 짚는 자신의 눈이 한심했는지 새로운 여자 연예인이 TV에 나오면 "야, 저 사람은 안 한 거지?" 하며 제게 확인 받고 싶어하는 흥사를 볼 때마다 속으로 생각합니다.


에휴~ 그냥 알려고 하지 마.
마음 편히 먹고 좋아해~


모르는 게 약이라고 앞으로는 그를 위해 모르는 척 넘어가려고 합니다. 다만 한 가지 궁금한 것은, 보통 남자들이 다 이런 건지 아니면 우리집 흥사만 눈이 둔해 빠진 건지...??

여러분 신나는 하루 유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