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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미국의 대형 서점에 중독되는 이유

by 이방인 씨 2014. 4. 30.

방인 씨는 어린 시절 미국에 살고 계시던 친척들이 때되면 보내 주시는 각종 선물들을 보며 어린 마음에 '미국은 맛 좋은 초콜렛과 질 좋은 육포, 그리고 튼튼한 청바지가 많~은 나라'라고 생각했었답니다. 어린 아이들의 직관을 무시하면 안되는 이유를 여기서 알 수 있습니다. 저는 여전히 미국을 요렇게 생각하고 있거든요.

십 수년을 살고 나니 거기에 더할 것도, 뺄 것도 있지만 오늘 이야기하고 싶은 건 바로 이겁니다!

 


미국은 서점이 좋은 나라예요~

한국에도 물론 대형 서점들이 많지만 제가 지방 소도시에 살던 십 수년 전에는 동네 작은 서점들 밖에 몰랐었어요. 그러다 미국 도착 3주 만에 처음으로 카페까지 함께 차려진, 당시 제 눈에는 어마무지하게 큰, 프랜차이즈 서점을 보고 입이 떡~ 벌어졌었죠. 그날 이후 서점에 중독되어 혼자서 버스를 두 번이나 갈아타며 매.주. 서점으로 소풍을 가곤 했었답니다. 뭐가 그리 좋았었는지 궁금하시면 계속 읽어 주세요~!


첫번째 - 이 넓은 공간을 나 혼자 다 쓰다니!


미국은 남는 게 땅인 나라다 보니 인구밀도가 높은 대도시들을 제외한 지역에서는 복층건물을 지을 필요가 없습니다. 학교, 병원, 공공기관, 쇼핑몰 등 동선이 짧을 수록 편리한 건물을 빼면 단층으로 넓~게 펼쳐진 공간이 많죠. 심지어 제가 살고 있는 지역에는 아파트도 1,2층짜리 뿐이예요. 그래서인지 지금껏 제가 다녀 본 서점들도 모두 1층으로 이루어져 있어 책들이 많아도 시야가 탁 트이고 쾌적합니다.

게.다.가.

사람들이 별로 없어요!


십 수년을 살면서 셀 수 없을 만큼 빈번하게 서점에 드나들었지만 단 한 번도 사람이 많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을 정도로요. 미국의 인구밀도가 낮다는 이야기를 제가 꽤 자주 해서 여러분들은 '아니, 대체 그 나라에는 사람이 얼마나 없는 거야?!' 하실지도 모르겠군요. 그럼 한 번 자세히 들여다볼깝쇼?

 

(floatingpath.com)

자, 이게 2013년 미국의 인구밀도 지도입니다.
미 전역에서 가장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은 동쪽에 삐~죽 솟은 New York입니다.
뉴욕 다음으로는 서부의 L.A.가 그나마 또 솟아 있죠?


미국에서 가장 인구밀도가 높은 뉴욕, 그렇다면 전 세계 인구밀도와 비교하면 어떨까요?

 

전 세계의 대표적 메트로폴리스들의 인구밀도 비교표인데,
뉴욕의 막대를 좀 보세요.
이건 뭐... 비교하기도 민망하죠?
눈대중으로 봐도 서울의 1/5정도 밖에 안돼 보이네요.


제가 살고 있는 북가주는 미국의 인구 봉우리 지도에서 눈에 띄지도 않는 지역이라 인구밀도가 무척 낮아요. 제가 한창 미국 수퍼마켓 사진 찍어 올릴 때 많은 분들이 "마켓에서 사진 이렇게 많이 찍으시면 사람들 보기 조금 민망하지 않으세요?" 하고 물으셨는데...

 

당최 옆에 사람이 있어야 말이죠...


물론 사람들이 퇴근하고 장을 보는 저녁 시간에는 붐비지만, 이곳에서 붐빈다는 것은... 내가 물건을 고르는 코너에 약 한두 명의 사람이 더 있는 정도니까요.

마켓이 이러할진데 서점은 더 말할 것도 없죠. 어느 때 가도 사람들이 별로 없습니다. 인터넷 서점의 발달로 오프라인 서점들이 사양길을 걷고 있는 요즘은 심지어 매장에 손님보다 직원이 더 많은 날도 있더라구요. 제가 지난 달에 한 번 갔었는데 세상에~ 영업하는 서점이 아니라 제 개인 소유 서재인 줄 알았어요. 이게 웬 호사인가 싶어 한~참을 놀다 왔답니다.


두번째 - 책을 훼손하지 않는 한, 마음껏 읽어도 좋아요!


처음 미국 서점 구경을 했을 때 놀란 건 그 규모 뿐만이 아니였습니다. 매우 자유롭게 서점 바닥에 앉아 책을 읽고 있는 사람들을 보고 '저래도 되나?' 싶었죠.

 

(images from google)

남녀노소할 것 없이 서점 바닥에 앉아 아예 독서삼매경에 빠진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이 사람들이 직원 눈을 피하느라 바닥에 앉아 조용히 읽는 건가 싶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미국에서는 그게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오래 서서 책을 읽으면 다리가 아프니 주저앉아 읽는 것이었을 뿐, 직원이든 지나가는 사람이든 누구의 눈도 피할 이유가 없더군요. 사람들이 책을 사지 않고 앉아서 읽기만 하면 서점 측에서 달가워하지 않을 것 같잖아요? 그런데 웬 걸요~

 

아예 편하게 앉아서 읽으라고 의자를 구비해 놓은 서점들도 꽤 있습니다.


저도 서점 바닥에 앉아서 책 숱하게 읽어 봤지만 단 한 번도 직원들이나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총을 받은 적이 없어요. 사람들 발소리 나지 말라고 위 사진처럼 바닥이 카펫으로 덮여 있는 서점들이 많아서 바닥에 철~퍼덕 앉아도 편하답니다. ^^

한 권이라도 더 팔려고 애써야 하는 서점 측에서 오히려 손님들을 위한 의자나 테이블을 마련하는 이유는 아마도...


결국 살 사람은 사고, 안 살 사람은 안 산다는 진리 때문일지도요.


이렇게 넓고 쾌적한 공간에서 마음껏 책을 읽으며 카페에서 솔~솔~ 풍기는 커피향까지 음미할 수 있으니 서점 나들이에 중독될 만하죠? 언젠가부터 저도 책을 인터넷 구매하기 시작하면서 중독현상에서 벗어났지만 요즘도 생각나면 한 번씩 서점에 놀.러.가.서. 이것 저것 관심가는 책들을 보다 마음에 드는 걸 사서 나오는 길에 핫초코도 한 잔씩 마시곤 하죠. 그때마다 부자의 마음과 빈자의 지갑을 가지고 돌아오네요.

여러분, 마음이 빵빵한 하루 유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