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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ything & Everything

미국 친구와 유치한 말다툼했던 사연

by 이방인 씨 2014. 4. 20.

년 전의 일입니다. 미국인 친구와 점심을 먹다가 영화 이야기가 나왔어요. 친구가 얼마 전에 봤는데 차~암~ 재밌었다며 이 영화의 이름을 꺼내더군요.

 

윌 스미스의 아들인 제이든 스미스와 성룡이 출연했던 <The Karate Kid>입니다.


친구가 이 영화가 정말 X 10000 재밌다고 하길래 저는 별 생각 없이 "성룡 영화는 항상 재밌지."라고 가볍게 대꾸하고 다시 접시에 코 박고 밥을 먹는데 친구가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대뜸 한마디 합니다.


웃기시네

"이건 재키 챈 영화가 아니라 제이든 스미스 영화야."


 


호오~ 어랍쇼?!


5

4

3

2


1


FIGHT!


밥 먹는데 열중하던 이방인 씨, 갑자기 유치한 오기(?)가 솟구쳐 오릅니다.

"내가 성룡 영화라한 게 거슬리면 재키 챈 제이든 스미스 영화라고 하자."


하지만 마찬가지로 오기가 발동한 친구는 물러서지 않습니다.

"제목부터 더 가라데 키드인데 거기서 키드가 누구야? 제이든 스미스잖아~"



흐응~ 요거 봐라~ 그렇게 나오시겠다?!
 

아니지, 키드보다 앞에 나오는 게 가라데인데
거기서 키드에게 가라데를 가르쳐 주는 사람이 누구냐?!

 

흥

아니지, 가라데를 가르쳐 주는 건 재키 챈이 맞지만
이 영화는 가라데를 배울 키드가 있어야 내용이 전개되는 거라구!

 

아니지, 네가 미국인이라 도장에 다녀본 경험이 없어 모르나 본데,
원래 도장에 가면 키드들은 바글바글한데 사범님은 딱 1명 뿐이야.
희소성의 가치, 모르냐?!



하니 친구는 이제 분량으로 공격합니다.

"제이든이 더 많이 나와."


반격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재키 챈이 출연료 훨~씬 더 많이 받고 출연했어."

.

.

.


왜 이런 언쟁이 계속된 건지 알 수 없으나 확실한 건, 인간은 때로 사안이 유치할수록 뜨거워진다는 사실입니다. 다행히 둘 다 중간부터 수치심이란 걸 되찾아 어물쩡거리며 화제를 다른 곳으로 돌릴 수 있었답니다. 무사히 밥을 먹고 평소처럼 헤어진 것도 물론이구요.

 

정작 이들은 다정한데 왜 우리가 열을 올렸는지...


역시 팔은 안으로 굽어야 보~통 인간인 거죠... 그래도 이방인 씨, 너무 유치했나요???


글을 올릴까 말까 망설였습니다. 아시다시피 저는 웃을 수 있는 신변잡기를 쓰는 블로거인데 현 시국에 평소처럼 글을 쓰는 게 과연 잘 하는 일일까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거든요. 어제도 빈 칸으로 두었는데 오늘도 찾아오신 독자들을 헛탕치게 할 수는 없어서 글을 발행했습니다만 혹 마음이 불편한 분들이 계시다면, 너른 양해 부탁드립니다.